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시장이 기술 규제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압박하는 전환기에 들어선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해외 확장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가 예고되고 있다.
SNE리서치는 2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년 1~8월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투입된 양극재 총 적재량은 152만 1천톤으로 전년대비 3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은 55만 1천톤을 기록했으며 증가율은 29.7%로 나타났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에 직접 연결되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좌우한다. 현재 시장은 삼원계(NCx)와 LFP 배터리가 각자의 강점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양분하는 구도이며, 글로벌 수요가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서 두 축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은 61만 9천톤으로 전년대비 13.4% 증가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체별 순위는 Ronbay와 LG화학이 각각 1위와 2위를 지키며 선두를 유지했다. 또 △L&F(5만 2천톤) △Ecopro(4만톤) △POSCO(3만 1천톤) 등도 상위권에 포진해 한국계 공급사의 입지를 지켰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중국계 기업들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Reshine △ShanShan △Easpring 등 주요 업체가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고 있으며, 내수 기반 수요와 원가 경쟁력, 대규모 증설을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을 꾸준히 넓히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LFP는 90만 2천톤으로 전년대비 65.7% 급증해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삼원계를 크게 앞섰다. 전체 양극재 적재량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59%(무게 기준) 이상으로 높아지며 영향력이 한층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중국 내 보급형 EV 확대 △높은 가격경쟁력에 따른 LFP 선호 심화 △글로벌 완성차의 채택 확대가 겹쳐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사별로는 Hunan Yuneng(21만 4천톤)과 Wanrun(14만 5천톤)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Dynanonic(11만 1천톤)과 Lopal(9만 5천톤)도 전년대비 증가하며 3, 4위에 올랐다.
상위권이 모두 중국계라는 사실은 LFP 양극재 시장이 사실상 중국 독점 구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결국 LFP의 고성장은 중국 소재 기업들의 글로벌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 고착화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한편, 양극재 시장은 기술 규제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압박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중국은 양극재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유럽연합은 재활용 효율, 회수 기준을 강화해 순환 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중국계 업체들의 ‘China Plus One’ 해외 확장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주도권은 △기술 내재화 △재활용 기반의 공급 안정성 △지역 분산 생산을 먼저 갖춘 기업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품 구도는 전기차 성능과 비용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으며, 최근 그 경향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LFP는 원가 경쟁력과 대중형 전기차 채택 확대를 바탕으로 영역을 넓히고, 하이니켈은 장거리와 고성능 세그먼트를 확실히 붙잡고 있다. 여기에 LMFP, 전고체, 소듐이온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 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기업 전략의 핵심은 속도보다 적중률”이라며, “수요 검증을 마친 라인부터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생산을 지역별로 모듈화하며, 미국의 FEOC와 관세 체계에 맞춰 조달지와 공정을 재설계해 현지화된 체인을 구축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