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에 밀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가 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년 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 64.3GWh로 전년동기대비 25.7% 성장했다.
’25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3%p 하락한 16.9%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동기대비 10.1%(6.0GWh) 성장하며 3위를 유지했고 SK on은 35%(2.9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4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23.7%(2.0GWh) 역성장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하락세는 유럽 및 북미 시장 내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량 따른 국내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BMW, 아우디, 리비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BMW의 경우 i4, i5, i7, iX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었고 특히, 2023년에 출시된 i5의 판매량이 호조를 나타냈다.
한편,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사의 LFP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이 출시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UDI의 Q8 e-Tron의 판매량도 감소하면서 세 OEM에서 SDI 배터리 사용량은 23.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SK on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현대자동차그룹, Mercedes-Benz,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전기 승용차인 아이오닉5와 EV6 페이스리프트 이후 회복세를 보였고, Mercedes-Benz는 SK on의 배터리를 탑재한 컴팩트 SUV EQA와 EQB가 전년동기 수준의 견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 ID.7, ID.4의 판매량 호조가 SK on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폭스바겐, 쉐보레, 기아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용량이 36.2% 감소했다. 한편, 폭스바겐의 ID시리즈, 기아의 EV3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판매가 확대됨에 따라 총 사용량은 10.1% 성장했다.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2.5GWh를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다. 연초 페이스리프트로 인해 잠시 판매가 중단되었던 모델3의 판매량 감소와 테슬라의 올해 판매량 역성장이 겹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Panasonic은 개선된 테슬라향 2170 및 4680 셀을 출시해 향후 북미 지역 테슬라를 중심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CATL은 전년동기대비 25.0%(25.0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ZEEKR와 AITO, Li Auto, Xiaomi 등 주요 OEM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슬라, BMW, Mercedes-Benz, 폭스바겐 등과 같은 다수의 전세계 주요 OEM 또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42.6%(10.9GWh) 성장률과 함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도 자체 생산하는 BYD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4년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414만대에 달했으며, 성장세를 유지해 ’25년 약 600만대의 신차 판매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5년 유럽은 일부 국가에서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세액공제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완전한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1월 춘절 연휴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둔화되었다.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규제 변화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안정화, 신흥 시장 투자,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 배터리 3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이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3사는 기존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 변화에 맞춰 LFP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파우치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통형, 각형 배터리를 함께 제공하며 고객 맞춤형 배터리 솔루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화학적 성능 경쟁을 넘어, 맞춤형 기술 제공을 통해 차별화를 실현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