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고순도 금속분말 경쟁력 확보로 정밀 제조산업 선도해야
◇연재순서
1. 대형화된 PBF 장비의 기술 이슈와 지속 성장 가능성
2. 폴리머 적층제조의 지속 성장을 위한 소재개발 방향
3. 고수율 금속분말 제조 기술의 방향
4.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항공 부품의 적층제조 응용분야의 확대
5. 대량 생산을 위한 바인더젯(BJ) 기술의 극복 방안
中 PREP 기술 상용화, 정부 R&D 및 양산수요 발굴 지원 必
‘양보다 질’ 목적성·고부가 분말 생산 플라즈마 기술 확보 나서야
◆PREP 중심으로 본 고순도 금속분말 동향 (코나솔 김병철 전무)
이번 ‘TCT 아시아 2025’는 적층제조 장비, 후가공 장비, SW, 적층제조 설비, 적층제조 소재 등 5개 분야로 구성돼 적층제조 산업의 기술적 진보와 상용화 가능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중 필자는 적층제조 소재 분야에 집중해 금속 적층제조 분말제조 기술, 특히 PREP(Plasma Rotating Electrode Process:플라즈마 회전 전극 공정) 방식의 최신 동향을 중심으로 참관했다.
적층제조 기술이 항공 우주, 의료, 자동차, 국방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고순도 금속분말의 중요성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분말의 입도 분포, 구형도, 산화물 함량, 유동성은 제품의 정밀도와 기계적 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총 450여 개 기업 중 금속 분말 관련 기업은 39개 였는데 그중 PREP 기술 기반 분말 및 설비를 소개한 6개 기업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들 기업은 실물 장비, 샘플, 시연 영상 등을 통해 PREP 기술의 상용화 수준과 응용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PREP는 고속 회전하는 금속 전극봉에 플라즈마 아크로 회전하는 금속 전극봉을 용융시키고, 원심력을 이용해 액적을 분사·응고시켜 분말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구형도 >90%, 높은 유동성과 충진도 확보 △위성 입자(Satellite), 다공성(Porosity) 최소화 △산소 함량이 낮아 고순도 유지 가능 △균일한 입도 분포, 고신뢰성 산업 적합 등이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미세분말 수율이 낮고, 원재료인 전극봉 가공이 필요하다는 점이 있지만, 고성능 정밀부품을 요구하는 산업군에는 최적의 제조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PREP 관련 기업들은 <표1>과 같다. 이들은 고온 내열합금, 초합금, 귀금속, Ti-Al(티타늄 알루미나이트) 금속간화합물 등 다양한 계열의 금속을 PREP 장비로 상업적 생산 중이며, 일부는 3410℃에 달하는 고융점 금속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기술적 수준이 매우 높았다. 특히 Sailing Additive는 장비 자체 개발·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상용화 단계에 근접한 기술 수준을 선보였다.
■PREP 금속 분말, 높은 응용 확장성 보유
PREP 방식으로 생산된 금속분말은 고순도·고정밀·고기계적 특성을 요구하는 산업군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주요 적용 분야는 <표2>와 같다
특히 Sailing Additive는 항공 등급의 Ti(티타늄) 분말을 실제 납품하고 있으며, 연구소 장비가 아닌 산업 생산설비 수준의 PREP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PREP은 단순한 분말 제조 기술을 넘어, 정밀 부품 생산에 필요한 고품질 소재 공급망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中 PREP 상용화·수출 확대, 韓 국산화 투자 必
중국은 ‘제조 2025’ 전략 아래 PREP 기술 내재화와 산업화를 추진 중이며, 주요 국영기업과 민간 제조사들이 자체 PREP 장비 개발 및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PREP 기술의 상용화와 독자 장비 개발 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책 연구기관 중심의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량 생산 기술 확보 및 산업적 상용화는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이제는 고순도 금속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PREP 기술은 고부가가치 금속 소재 시장에서 차세대 제조 기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PREP 설비 국산화 및 전극봉 소재 내재화 △항공·우주·의료용 소재 중심의 수요 기반 맞춤형 R&D 강화 △산학연 연계 시범사업 및 공동 실증·플랫폼 구축 △정부의 전략적 R&D 및 기술 상용화 지원 확대 등이 시급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PREP 기술은 단순한 금속분말 제조 기술을 넘어, 미래 첨단 제조 산업의 전환기의 중심 기술임을 확인했다. 고순도, 고성능 금속분말은 이제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고기능 부품 등 정밀제조 산업의 경쟁력 그 자체다.
한국 기업들이 PREP 기술 확보 및 응용 산업 맞춤형 소재 개발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금속 소재 개발에 본격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고수율 금속분말 제조기술의 발전 방향(파우더팜 박승민 대표)
전 세계적으로 적층제조 기술이 신기술로 주목 받은 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각국은 적층 제조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양산 부품에 적용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적층제조 전시회인 TCT 아시아에서는 적층제조 핵심 분야인 금속분말 제조기술 발전 방향을 중점적으로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금속적층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의 형태는 대표적으로 분말과 와이어가 있다. 그중 분말 형태는 LPBF(Laser Powder Bed Fusion), 바인더젯(Binder Jetting), DED(Direct Energy Deposition) 그리고 EBM(Electron Beam Melting) 방식에 주로 사용된다.
이 방식들은 레이저나 전자빔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용접 기술이 기반이기에, 구형(spherical) 분말을 사용한다. 이는 분말 입자의 표면적이 넓어 분말이 녹아 서로 결합 될 때 기공, 크랙 발생을 억제해 소재가 가진 기계적 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적층제조용 구형 금속분말의 제조 방식은 VIGA(Vacuum Induction Gas Atomization), EIGA(Electrode Induction Gas Atomization), PREP(Plasma Rotating Electrode Process) 등이 있으며, 소재의 특성에 따라 제조 방식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VIGA, EIGA 방식을 주로 사용하지만 TCT ASIA를 살펴본 결과 중국에서는 한 단계 향상된 고품질 분말을 생산할 수 있는 PREP 방식도 보편화돼 있었다.
TCT ASIA 전시에 출품된 중국 분말의 품질과 단가 경쟁력은 이미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내수시장, 정부의 전폭적 지원, 꽌시(關係) 문화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 이미 아시아 및 유럽 시장의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분말 제조 장비는 대량생산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활발한 연구개발을 통해 고수율 분말을 제조하고 있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고수율 분말을 제조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현안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극복해야 할 현안은 다음 두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국산 분말 사용 제약이다. 국내에 보급된 금속 적층제조 장비는 75% 이상이 외산이다. 고수율 금속분말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품의 양산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용자는 장비 제조사의 워런티 정책에 따라 제조사가 검증한 분말을 사용하며 커스텀 분말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말 선택지가 감소함에 따라 국산 분말 수요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두 번째, 낮은 단가 경쟁력이다. 금속분말 제조 기술은 분말을 많이 만들수록 단가가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이다. 도가니 또는 인덕션 코일로 원소재를 녹여 분말을 1회 생산하는 것을 차지(charge) 또는 히트(heat)라고 하는데 1회 당 가스·에너지 등 생산비용이 높고 소재 교체에도 많은 소요가 든다. 우리나라 적층 제조 분말 시장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여 대량 연속 생산이 힘들며 중국에 비해 1차지 당 생산량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고수율 금속분말 제조를 위해선 다음과 같이 세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유휴 적층제조 장비 활용을 통한 커스텀 분말 사용 확대다. 국내 구축된 금속 장비는 대부분 연구개발용이다. 상용 소재의 공정개발 등으로 기술이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양산 사례는 드물다. 산·학·연이 협업하여 양산 수요를 발굴하고 가동률이 낮은 유휴장비를 활용한다면 커스텀 분말 사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고수율 대량 생산을 위한 분말 제조 공정개발이다. 와이어를 이용해 분말을 생산하는 Wire Plasma Atomization과 같은 방식은 와이어를 스풀(spool) 형태로 지속 투입할 수 있으며,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이다.
VIGA 방식은 배치(batch)마다 용탕을 수동 공급하여 연속 생산이 힘들지만, 연속 용탕 공급 장치를 갖춘다면 고수율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 EIGA 방식은 봉재를 공급하여 분말을 생산한다. Ti, Ni 등 고융점 금속은 딱딱한 직선 형태이기 때문에 스풀(spool) 형태로 사용하기 힘들다. 대신, 봉재 연속 공급 시스템을 갖춘다면 연속생산이 가능하다.
세 번째로 새로운 분말 제조 장비의 도입이다. 봉재를 고속 회전시켜 분말을 생산하는 PREP 방식은 가스 사용량이 Gas Atomization 방식 대비 적은편이며, 회전 모터의 수명을 잘 관리하면 유지비용도 크지 않다.
원심분무법은 금속 용탕을 고속 회전판(세라믹 기반 등)에 낙하시켜 원심력에 의해 분말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PREP와 마찬가지로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법의 하나이다. 두 방식은 원심력에 의한 분말 제조방식이기 때문에 분말 입자의 구형도와 밀도 또한 우수하다.
중국의 적층제조 기술 발전 속도는 대단히 빠르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원천기술을 내실화하여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플라즈마 기반 금속 분말 제조기술 활성화 전략(제이피씨 박주형 대리)
이번 ‘TCT 아시아 2025’ 전시회를 참관하며, 금속 적층제조 산업의 흐름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와 원가 절감 전략이 분말 제조 분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가스 아토마이징법으로 만든 금속 분말은 이미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중국 기업들이 저가로 쏟아내고 있었으며, 이와 같은 가격 경쟁력에 우리가 정면으로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따라서 가격 경쟁이 아닌 특정 목적성과 고부가가치를 기반으로 한 고급화 전략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 다수가 워터 아토마이징(Water Atomization)나 가스 아토마이징(Gas Atomization) 위주의 생산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플라즈마 기반 공정은 품질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즈마 기반 금속 분말 제조는 고온 플라즈마 에너지를 이용해 금속을 용융하거나 표면을 재가공하여 높은 구형도와 순도, 유동성을 확보한 분말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PREP(회전 전극 용융), PS(플라즈마 구형화), PA(플라즈마 아토마이제이션)가 있다. 이들 공정은 각각 고청정 분말, 재활용 분말 구형화, 고순도 미세 분말 생산에 강점을 가진다.
플라즈마 방식의 장점은 분말의 구형도와 유동성이 뛰어나고, 산화물 및 불순물 함량이 낮으며, 리사이클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고, 입도 분포 제어가 어렵고, 장비가 고가라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 공정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품질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각 공정의 특성에 맞춰 장비를 목적별로 최적화해 시장을 세분화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 국방 등 고품질 소량 수요가 있는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 및 실증 확대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플라즈마 기반 금속 분말 제조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 고정밀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는 접근법이다. ‘TCT 아시아 2025’에서 본 중국의 대량 생산 중심 전략과 비교해볼 때, 플라즈마 기술은 국내 기업에게 고급 분말 시장에서 실질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향후 재활용, 특수 합금 대응, 고품질 소량 생산 중심의 전략을 통해 플라즈마 기술이 적층제조 시장의 핵심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