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제유가 불확실성에도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완화를 우선하며 5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고유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격 안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는 8일 0시부터 향후 2주간 적용될 5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터당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지난 4차 최고가격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번 5차 조치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충격으로부터 국민 생활과 산업 현장을 보호하는 ‘가격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누적된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생 안정을 우선시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29일 배럴당 118달러에서 이달 6일 101달러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WTI는 107달러에서 95달러, 두바이유는 106달러에서 103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그간 네 차례 최고가격 조정 과정에서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모두 반영되지 못해 누적 인상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초 2%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는 전쟁 발발 이후 상승폭이 확대돼 3월 2.2%에서 4월 2.6%로 올랐다. 특히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1.2%포인트 인하 효과에도 불구하고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기준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21.9% 상승했으며,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1.8%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특히 유가 상승이 물류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산업계 전반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화물차 운전자와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계층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국내 물가 흐름, 민생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고가격 동결을 결정했다”며 “중동 정세 변화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최고가격제를 기민하고 유연하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