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심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생태계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모빌리티학회는 8일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공동으로 ‘미래차 산업발전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글로벌 전기차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산업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2026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드러난 중국 자동차 생태계의 영향력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정구민 한국모빌리티학회장은 ‘2026 베이징모터쇼 주요 동향 및 시사점’ 발표에서 “이번 모터쇼에서는 중국의 자율주행·전기차·스마트카 생태계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부품사 및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5 독일 모터쇼에서도 브랜드만 남고 핵심 부품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이른바 ESR(Empty Shell Risk)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국내 자동차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제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성준 대표는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발표에서 “주요국의 자국 내 생산 유인 정책과 중국산 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생산 가동률 저하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태양광 산업에서 나타난 중국의 시장 잠식 사례가 전기차 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며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부과와 일본의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사례처럼, 국내도 자동차 산업의 국가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한 생산촉진세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의 부상은 위협이자 협력 대상으로 평가됐다. 정대진 회장은 “최근 베이징모터쇼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와 협업한 신차를 공개하는 등 중국 기업이 협력 대상이자 동시에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부품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기술개발, 설비투자, 인력양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국내 생산기반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 심화 속 국내 생산 기반 유지와 미래차 전환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정규 KAIST 교수는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따라 배터리 설비 투자액의 약 3분의 1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자국 내 150GWh 규모 배터리 셀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요타는 2023년 1차 지원사업에서 총 사업비 3,300억엔 가운데 1,178억엔을 지원받았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오성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전기차 생산은 완성차뿐 아니라 소재·부품 등 전후방 산업 전반과 직결된다”며 “국내 2만여 부품기업 중 95% 이상이 연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으로, 낮은 수익성과 거래처 확보 어려움으로 사업 전환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완성차 기업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실질적 수요를 창출해 미래차 산업 생태계 전환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중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세제·투자·기술개발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