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색의 빛깔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장품·보안소재·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UNIST는 에너지화학공학과 구강희 교수팀이 ‘선형 블록공중합체’ 고분자 소재로 각도에 상관없이 고유한 색을 띠는 ‘역오팔 구조’ 미세 구형 입자를 만들어냈다고 1일 밝혔다.
오팔 내부에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카 구슬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구조와 배열이 빛을 조작하는 역할을 해 특유의 색상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실리카 구슬 역할의 나노 구멍 구조를 고분자 입자 안에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오팔에서는 작은 구슬들로 채워진 공간이 해당 입자에서는 반대로 빈 공간으로 되어 있어 역오팔 구조라고도 한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고분자 입자 안에 이보다 수백배 더 작은 나노 구멍 배열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데, 연구팀은 물이 고분자 입자 안쪽으로 스며들게 하는 계면과학 원리를 이용했다. 고분자 입자 내부에 작은 물방울들이 스며든 자리가 물이 증발하고 나면 나노 구멍이 되는 방식으로 입자의 단면은 마치 스펀지처럼 생겼다.
고분자 입자의 겉은 물과 섞이지 않는 폴리스타이렌(PS) 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물이 내부로 침투할 수 없지만, 유기 용매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경계막이 약해지는 ‘계면 불안정화 현상’이 나타난다.
해당 고분자 입자가 겉과 속이 다른 형태로 제조된 이유는 블록공중합체 고분자의 특성 덕분으로 블록공중합체는 서로 다른 분자가 스스로 조립되는 특성이 있다. 친수성 성분과 소수성 성분으로 이루어진 블록공중합체를 유기 용매에 녹인 뒤, 계면활성제 함께 물에 넣으면 유기용매와 만나는 바깥쪽은 소수성 성분(PS)이, 안쪽은 친수성 성분 분자(P4VP)로 조립된다.
개발된 기술로 제조된 고분자 입자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단일한 색상을 띄는데, 천연 오팔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색이 섞여 나타나 단일색 표현이 어렵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쉽게 색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해당 기술의 장점이다. 연구팀은 계면활성제 종류, 입자 내부 성분의 화학 구조 미세 조정, 전체 고분자 분자량 등을 조절해 가시광선 전 영역에 걸친 색상의 입자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입자를 수분 함량이 높은 하이드로겔에 분산시켜 광학 잉크를 제작했으며, 실제 프린팅 공정을 통해 다양한 패턴을 인쇄해 내는 데도 성공했다.
구강희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선형 블록공중합체로 소재로 다양한 빛깔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디스플레이, 보안소재, 기능성 코팅 기술로도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