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없이 붙였다 떼는 동작 만으로 스스로 전기 신호를 만드는 필름을 개발해 웨어러블·안전 시스템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UNIST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접착력과 전기 출력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마찰전기 발전 필름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마찰전기 발전은 두 물질이 접촉했다가 분리될 때, 전하가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접착 필름에 접목해 별도 전원장치 없이 붙였다 떼는 동작만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이 필름에는 ‘ㄷ’자 형태의 절개 패턴이 새겨져 있어, 기존 필름보다 접착력은 35배 이상, 전기 출력은 약 13배 더 강하다. 이 덕분에 손으로 눌렀다 떼거나, 물체가 살짝 떨어지는 등 짧고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필름에서 강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제1저자인 이희진 연구원은 “절개 패턴은 균열이 진행되는 방향을 제어하고, 순간적인 접착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균열이 연결부에서 멈췄다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진행할 때 빠르게 분리되면서 전기 출력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절개 패턴의 방향과 배열을 바꿔 붙는 방향이나 위치에 따라 출력과 접착력이 달라지도록 설계할 수 있는 것도 이 필름의 장점이다.
연구팀은 실제 적용 가능성도 함께 확인했다. 필름을 문틈에 부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 신호를 활용해 경고음을 울리는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벽에 붙인 액자가 떨어지기 전, 박리 움직임을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경고를 전송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필름을 부착해, 정상 회전에는 반응하지 않고 역방향으로 돌 때만 전기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해 기계 이상 작동을 멈출 수 있게도 했다.
정훈의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접착 필름을 단순히 붙였다 떼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스마트 센서로 전환한 것”이라며, “배터리 없이도 감지와 신호 생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단순한 구조의 감지 시스템에 적합하고, 웨어러블 센서나 도난 방지 장치, 산업용 안전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5년 6월 11일 게재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