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연구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개최,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자의 '주 52시간 예외' 추진 의지를 밝히며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와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는 11일 판교에 위치한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종합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 기업(동진쎄미켐, 주성 엔지니어링, PSK, 솔브레인, 원익IPS) △팹리스(리벨리온, 텔레칩스, 퓨리오사)를 비롯하여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경제단체가 참석했다.
현재 정부는 K-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R&D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법안이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이번 간담회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에 대한 반도체 업계 현장의 애로를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며, “美·日·대만은 국운을 걸고 반도체 생태계 육성 중이고, 中은 우리 주력인 메모리를 턱밑까지 추격해 온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업계만 근로시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반도체 기업들은 근로시간 규제로 인한 다양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으며, 정부에 개선을 요청했다.
동진쎄미켐 이준혁 부회장은 “늘 납기를 고려해야 되는데 근로시간 규제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으며, 원익IPS 안태혁 대표이사는 “반도체는 속도가 핵심이라 특정 시기 필요하다면 6개월 정도는 노사가 합의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리벨리온 신성규 CFO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 개발자들은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를 통해 일을 하지 않으면 개발 속도가 느려져 와이파이가 되는 비행기만 탄다”며, “이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반도체 스타트업에게 유연한 근무제도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발언했다.
텔레칩스 이수인 상무와 퓨리오사AI 김한준 CTO도 근로시간 규제로 개인과 기업의 성장 한계가 정해져 기술혁신을 통한 도약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도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 규제는 대응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회 전무는 근로시간 특례가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되어야 하나 지난 국정협의체에서 합의가 불발된 것이 아쉽다고 발언하며, 우선은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라도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반도체산업협회 김정회 상근부회장은 “근로시간 규제로 외부에서는 대기업의 어려움이 많이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소부장 중소기업이 더 어려운 상황이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연구개발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평택에서 기업의 애로를 들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오늘 간담회를 통해 반도체산업이 다시 날 수 있도록 정부가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정부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