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온 초전도 기술, 국가고자기장 연구소 설립 필요
대량생산기술 개발·시장 선점 및 경쟁력 확보
제조산업 혁신 지원, 국가 균형발전 촉진 가능
3. 산업 및 시장 동향
3.3 국내외 선도기업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 분야 선도기업으로는 ㈜서남, 삼동 등이 있으며, 특히 ㈜서남의 경우 2세대 고온 초전도 선재 중 케이블용 선재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초전도 케이블 프로젝트 및 넥상스(Nexans), 어팔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NASA 등 세계 최고의 연구소 및 기업에 납품도 하고 있다.
초전도 자석 분야에서는 ㈜수퍼제닉스가 ’17년 회사 설립 이후 IBS의 ‘IF 고온초전도 자석’을 수주해 성공리에 납품하고 있으며, 러시아 SuperOx사의 한류기 시험용역을 수주 및 완료했다. ㈜수퍼제닉스는 풍력, 항공기용 모터 및 자기부상과 관련하여 현재도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가 최근 약 2조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소형 핵융합원자로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섰으며, Tokamak Energy도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상용 핵융합로 개발 마무리가 가능해졌다.
더불어, 과거 탄소배출 기업으로 오명을 남긴 기업들이 최근의 친환경, 탄소 중립 등을 표방하며 초전도 제품개발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에어버스(Airbus)가 초전도 모터를 이용한 비행 동력계통 개발을 공식화하며 제품개발에 뛰어들었으며, 롤스로이스(Rolls-Royce), 현대자동차 등도 냉동기가 없는 초전도 모터를 개발하여 드론, 자동차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외 2세대 고온초전도선 제조 및 응용 분야 선도기업과 주요 기술 내용을 표1, 2에 정리했다.
4. 미래의 연구방향 및 정책 제언
4.1 미래의 연구방향
1) 대량생산기술 개발
2세대 고온초전도선은 NbTi와 같은 저온초전도선에 비해 상당히 고가여서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초고자기장 발생 극한 기술개발을 통한 국가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반 소재인 고온초전도선의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저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2세대 고온초전도선의 고자기장 성능 향상기술 개발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초고자기장 응용기기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2세대 고온초전도선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생산속도 향상을 위해 기존의 12mm 폭이 아닌 100mm 이상의 광폭 금속 기판을 이용한 제조공정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수십 가지 공정 단계로 이루어진 2세대 고온초전도선 제조공정에서 광폭금속기판을 적용할 경우 생산량 증대 대비 투입되는 소재, 공간, 인력 등이 상대적으로 줄어듦으로 인해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초고자기장 기술을 활용한 응용기기 시장의 선점 및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세대 고온초전도선의 대량생산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2)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설립 추진
우리나라는 약 20년 전부터 서울대학교 및 국내 주요 관련 분야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한국 고자기장 연구소(Korea 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10년 12월에는 당시 ‘교육과학부 제1차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 투자 우선순위 s군(적극적 투자)’에도 선정됐고, ’12년 12월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2차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 단기투자군, 5년 이내 구축 착수, 13개 대형과제 중 2위’에 선정되는 등, 학계와 연구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한 상태이다.
이러한 국가적 염원에 힘입어 ’13년경 국가고자기장센터 구축 사업이 총 구축기간 9년(’15년~’23년), 총 사업비 2,770억원의 규모로 제안됐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선정되지 못한 주요 사유 중 하나로 당시 국가 고자기장센터 구축 사업 계획이 ‘과학기술 발전’ 영역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고자기장 기술이 갖는 광범위한 제조산업 영역으로의 막대한 산업적/경제적 영향력이 충분히 강조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국 고자기장 연구소(KNHMFL)의 설립을 추진하는 경우, 고자기장 기술이 갖는 과학 기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산업적, 경제적, 나아가 국민 복지적 측면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자기장 기술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해서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는 총 3개 분야(신소재, 에너지, 의생명)로 구분했다. 이와 관련된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신소재(Materials)의 경우 고자기장 자석을 이용해 물질의 조성 원리를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여기에서 밝혀진 원리 및 신물질 조성 기법을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이는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 막대한 파급력이 있는 분야이므로 3개 분야 중 가장 먼저 배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원유 정제, 환경 오염 물질 감소 등과 같은 전통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나아가 핵융합 같은 미래 청정에너지 등을 개발하는 연구에서 다양한 형태로 고자기장이 활용되고 있다.
의생명 분야 연구의 경우 고자기장 연구의 꽃이라고 불릴 만하며, 다른 분야에 비해 질병 진단, 치료, 신약개발 등과 같이 국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고자기장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4.2 정책 제언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설립을 위해 크게 두가지 전략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로는,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가 갖는 과학적·산업적·국민복지적 가치를 포괄적으로 강조하며 특히 광범위한 제조산업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제조업 영향력에 대한 강조의 일환으로 고자기장 기술이 적용되는 핵심 응용 분야를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와 같이 구분하고, 나아가 3개의 시도에 분산배치 된 3개 연구소 구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는 3대 권역(중부권, 동남권, 서남권)으로 구분하고 권역별로 3대 응용 분야(신소재, 에너지, 의생명)를 배치하는 ‘전국적 분산형 배치전략’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산형 배치전략은 ‘국가 균형발전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특히 전국적으로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성장발전 전략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림 2, 그림 3은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 일명 ‘MagLab’) 의 2019년 기준 조직도이다. 총 7개의 연구시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림 3은 7개의 연구시설별 이용자 숫자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이다. 기본적으로 초고자기장을 이용하는 ‘DC Field’ 시설 사용자 수가 가장 많고, 의생명(LIFE) 연구와 관련된 ‘NMR, AMRIS’ 시설 이용자 역시 그에 비견될만 하다.
① DC Magnetic Filed Facility(직류 초고자기장 시설)
② Pulsed Magnetic Filed Facility(1ms 이하에서 자기장을 순간적으로 올리는 시설)
③ High B/T Facility(자기장은 높고 온도는 낮추는 목적의 시설)
④ Electron Magnetic Resonance Facility(EMR 현상을 이용한 물질특성 분석 장비)
⑤, ⑥ NMR/MRI Facility(단백질 분석 장비 및 의료진단 장비)
⑦ Ion Cyclotron Resonance Facility(흔히 Fourier Transform-ICR로 불리는 재료분석 장비)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고자기장 기술을 응용하는 제조업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제조업의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산업(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전국적’ 규모의 제조업·고자기장 기술연구 지원 시설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3개 권역으로 분류되는 ‘분산형 배치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국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중부권은 의생명 분야, 중공업이 발달한 동남권의 경우 에너지 분야, 신약개발과 전력 신소재 연구 등이 활발한 서남권의 경우 초고자기장 설비 기반 신소재 분야를 배치하는 방안이다.
강원도,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국가고자기장 연구소 공동유치 협력을 위해 ’21년 11월 초광역 협력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으며, 국내외 고자기장 기술개발 및 활용 동향을 공유하기 위해 국제고자기장기술포럼도 개최했다.
또한, ’22년 2월까지 3개 시도 및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공동으로 고자기장 연구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내외 연구동향, 기술수요조사 등 기초조사와 지역산업의 연계 협력방안 마련 및 지역산업 응용분야 발굴을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 중이다.
세계적 연구를 선도할 핵심기술과 미래과학 개척을 위해서, 또한 제조산업 혁신 지원 및 국가 균형발전 촉진의 측면에서도 초광역 국가고자기장 연구소 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고자기장 기술의 광범위한 산업 응용이 빠르게 전개되는 만큼, 국가 주도로 산학연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국립고자기장연구소 설립이 요구되며, 이를 중심으로 국내 고온 초전도 기술을 결집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기술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