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국방의 시작, 첨단기술로 완성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열린 K2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 참석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방산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폴란드를 선택한 그는, 현지 생산 중인 K2 전차 생산시설을 직접 방문하고, 폴란드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간 포괄적인 국방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이러한 국방외교 행보는, 안 장관이 지난 7월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강군’ 비전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어제의 무기로는 내일의 전쟁을 이길 수 없다”며, AI를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을 국방 전반에 과감히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취임식에서 밝힌 바 있다.
■기술 기반 국방 혁신의 핵심, 디지털 제조역량
안 장관의 비전은 단순한 장비 현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안보환경은 인구 감소, 북한의 미사일 위협,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국제 분쟁 격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 시스템 전반의 유연성과 회복 탄력성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제조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3D프린팅(Additive Manufacturing, AM) 기술은 AI와 결합할 때 그 잠재력이 극대화된다. 설계 도면만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3D프린팅은, AI 기반 수요 예측과 결합되어 국방 물류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고장 난 장비를 신속히 수리하거나, 전술 변화에 따라 무기체계를 즉시 개량 또는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국방 시스템 유연·탄력성 극대화 ‘디지털 제조’ 필수
AI와 3D프린팅 접목, 글로벌 국방협력 네트워크 축 삼아야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 AI와 3D프린팅
AI와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제조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국방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설계 스레드(Digital Thread)’를 통해 설계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품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군수 체계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강력한 도약이 된다.
나아가 이러한 유연한 생산 역량은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전략 자산으로 활용된다. AI가 생산 수요와 전술 상황을 예측하고, 3D프린팅이 이를 즉시 실현 하는 구조는 첨단 방위역량 구축의 핵심 축이자, 전장 우위를 확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기술 동맹과 글로벌 협력의 연결고리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3D프린팅을 국방 혁신의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 기고문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미국과 영국은 ‘AAMI(Additive Manufacturing for the Allied Military Initiative)’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동맹국 간 AM 부품 규격화 및 설계 공유, 공동 생산 훈련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 강화’를 넘어 ‘글로벌 국방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장관의 취임사에서 밝힌 비전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 또한 K-방산을 매개로 한 협력을 넘어서, 디지털 설계와 생산 기술을 공유하는 국방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위기 시 강력한 연합방위 체계를 뒷받침하고, 평시에는 공동 연구개발과 비용 절감의 효과를 가져오는, 첨단기술 외교의 실질적 수단이 될 것이다.
■방산강국 대한민국과 민·관·군 상생의 길
안 장관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방산강국 대한민국’과 ‘민관군 상생의 방산 생태계 조성’은 3D프린팅 기술 확산과도 직결된다. 3D프린팅은 소량 다품종 생산에 유리해, 기존 대기업 중심의 방위산업 구조에서 혁신 중소기업의 참여를 가능케 하는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이는 신속한 제품 개발과 유연한 획득 체계를 가능하게 해주며, 민간의 기술력과 국방의 수요가 상호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 국방이 민간 제조 기술을 적극수용하고, 민간은 국방 수요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는 선순환은 경제성장과 안보강화가 맞물린 새로운 발전모델이 된다.
■강한 국방을 넘어 미래산업까지 이끄는 첨단기술의 힘
AI와 3D프린팅 기반의 디지털 제조혁신은 대한민국 국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방에서 축적된 첨단 제조역량은 민간 산업으로 확산되어, 제조업의 미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는 국가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K-방산의 성공은 이제 무기 수출을 넘어서, 디지털 제조기술과 방산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술 외교의 새 장을 열고 있다. 대한민국은 첨단기술을 토대로 강한 국방과 함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국가 전략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