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력산업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고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주요국의 전력산업 구조 및 현황에 대한 비교분석을 21일 발표했다.
전경련은 한국도 경직된 전력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소매부문 경쟁도입, 송배전망 중립성 확보 등 근본적인 개혁의 토대를 마련해시장의 역동성을 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발전-송전-배전-소매를 일괄 운영하는 독점회사에 대한 구조개편을 통해서 시장자유화 모델(경쟁적 전력 도·소매시장)로 이행했다.
반면 한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3단계에 걸친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계획을 수립(’99년)했으나, 노조파업 등 반발로 발전부문에서만 부분적으로 경쟁이 도입된 상태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여전히 공기업 한전 중심의 공공독점 모델에 가깝다.
전력산업 시장자유화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90년 국영 독점회사에 대한 수직분리 및 수평분할을 시작으로, ’99년부터 소매부문에 시장경쟁 도입을 완료했다.
그 결과 소매시장에 소규모 사업자들의 진출이 활발해졌고, OVO energy와 같은 에너지혁신벤처기업이 등장해, 신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나섰다. 20년 동안 개혁을 추진해 최근 10대 민영 독점회사의 송배전망을 분리·독립시키는 조치를 완료했고, 신규 소매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그 결과 통신·가스 등 이종산업 사업자들이 전력 소매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개혁 정책에 따라 일본의 대표적인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화력발전부문을 통합하는 등 사업 효율성을 제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선도하는 독일도 일찍 시장자유화 모델을 도입했다. 4대 독점회사의 송전망을 분리·독립시켜, 지역기반의 소규모 배전 및 소매사업자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전력회사인 E.ON도 최근 발전부문을 매각하고, 분산전원·에너지효율·전기차 충전 등 소매 新사업에 특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와 가장 유사하다. 시장자유화로 소매부문을 민간에 개방하고, 송전 및 배전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사시켰지만, 공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여전히 전력산업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는 ‘Hercules Project’라는 EDF 구조개혁 프로젝트를 ‘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데, 핵심은 원전과 송전망을 국유화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전·소매·신재생 분야에서는 시장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소매부문에서는 시장경쟁이 주는 편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독점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의 전력산업이 지난 20년간 불합리하고 경직적인 규제로 정체되고 있는 동안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이미 전력산업의 시장자유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규제개혁과 시장경제를 가치로 내건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및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확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전력 소매부문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전력 소매시장에서의 경쟁 압력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수요 혁신도 전력 소매독점 체제에서는 달성이 요원하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공공독점 체제는 한전 만성적자의 근본 원인이며 이러한 체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한국의 전력산업을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혁신주도적인 체질로 개선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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