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기연구원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개발팀(왼쪽부터 이건웅·양선혜·정승열·김익준 박사)

국내 연구진이 리튬이온배터리 소재인 음극재 고용량화 대량 제조에 성공해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원장 명성호)은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개발, 기업체에 11억에 판매돼 대형 기술이전을 진행된다고 30일 밝혔다.

KERI 전기재료연구본부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승열 박사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김익준·양선혜 박사팀이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 소재인 실리콘(Si)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은 기존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충·방전 시 3배 수준의 부피 팽창 문제와 전기 전도도가 낮다. 실리콘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 박리 및 연속적인 전해액 분해 반응으로 인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KERI가 주목한 소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2차원 탄소나노소재로서 전도성이 매우 우수하고, 전기 화학적으로도 안정해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보호한다. 그래핀 코팅층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여서 실리콘의 부피 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억제 할 수 있다.

KERI는 실리콘과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이상적인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음극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10년 이상 그래핀 연구에 매진해 온 연구팀은 특화된 산화·환원 공정을 기반으로 높은 결정성과 전기 전도성을 가지는 ‘산화·환원 그래핀(GO, rGO)’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기존 리튬이차전지용 활물질 제조공정과 접목시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량제조 공정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존 리튬이차전지 음극에 들어갔던 실리콘의 양을 기존 5% 이내 수준에서 20%까지 증가시켜 고용량·고품질의 음극을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이번 기술의 최대 강점은 중소·중견 기업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가격경쟁력이다. 기존 고가의 나노 실리콘 대비 값싼 마이크론(μm)크기의 실리콘을 활용했으며, 여기에 오랜 연구 노하우가 집적된 KERI만의 고결정성 그래핀 분산기술을 적용해 코어-쉘(Core-Shell) 구조의 복합 음극재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연구팀은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를 기반으로 한 시작품인 ‘파우치형 풀 셀(Full Cell)’을 제작, 전기화학적 특성 검사, 국내·외 원천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해당 성과는 전기·전자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HNS(대표 남동진)에 최근 11억원에 기술이전 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로 월간 톤 단위 이상의 실리콘·그래핀 복합체 분말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용 배터리 약 3만 6천대 분량 및 600MWh 용량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과제책임자인 이건웅 박사는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 적용 경우, 배터리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향후 KERI는 리튬이차전지용 음극재 분야에서의 기술우위 확보를 개발 소재에 대한 생산 공정화 및 양산화 기술을 확보하여 사업화 및 상용화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사진2]‘그래핀 수(水)계 분산 기술’을 활용해 제조한 고농도 페이스트 형태의 환원그래핀 및 잉크(뒷줄),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분산용액(왼쪽 si-rgo), 파우치형 full cell(앞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