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에서의 핵심기술 유출 사례(자료:LG화학)

LG화학이 2차전지 후발주자이자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인력을 의도적으로 대거 채용하며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을 입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Trade Secrets)’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소재지인 델라웨어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 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면밀히 조사 결과 SK이노베이션이 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어 증거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 인력을 대거로 빼갔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적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으며, 또한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확인됐다 .

LG화학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SK이노베이션에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내용증명을 통해 자제요청과 함께 경고했으나 인력채용 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 계속되자 소송에 나서게 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유출된 영업비밀을 가지고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본격 수주하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가기 전 2016년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30GWh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불가피 한 조치이고, 정당 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LG화학은 올해 초 국내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 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린바 있다.

또한 특허에 있어서도 3월 현재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