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 컴프레셔는 굴착기에 장착돼 고압공기를 분출한다.

두산인프라코어(주)가 50만원대의 굴삭기 부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타 업체에 넘겨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연매출 2조6천억원에 달하는 건설기계 시장의 대표적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자신의 굴삭기에 압축공기를 분출하는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부품은 그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아 오고 있었다. 수량은 연간 3,000대 정도였고, 1대당 가격은 50만원대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2015년말 경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 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노코퍼레이션이 이를 거절하자 이노코프레이션의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자신이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넘기고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도면에는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 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중 20장은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추가적으로 요구하여 제출받은 것으로 하도급법을 추가로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의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하여 2016년 7월부터 납품을 시작하자, 에어 컴프레셔 납품업체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그 제3의 업체로 변경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 에는 에어 컴프레셔 공급 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외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부품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하던 하도급 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2017년 7월 납품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고,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2017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하여 그 사업자들이 제조가능한지 확인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거래가 생사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자료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용처에 사용했기 때문에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동안 30개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 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는데, 그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을 통한 요구 방식을 취한 경우가 없었으며, 해당 도면의 총수는 38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업체들은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기술자료를 제출하면서 대기업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비밀 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커녕 비밀이라는 표시 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기술자료가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되는 것을 용인했다거나, 피해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할 정도로 하도급 업체들이 대기업과 거래시 철저하게 을(乙)의 입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액 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기술유용으로 단 한 차례만 고발되어도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기술유용을 행한 사업자의 배상 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도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