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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27 22: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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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익 논설위원.

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을 경시하고 나를 과신하면 형세 판단에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근자에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에 대한 대응방식과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처가 이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 두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적의 깊은 의도를 알지 못하고 나를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애플이 삼성에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국내 언론들은 ‘스티브 잡스의 옹고집으로 애플이 승산 없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당사자인 삼성도 ‘삼성을 잘못 건드린 것’으로 반응했다.

국내언론과 삼성이 이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은 애플에 비해 하드웨어 기술 특허가 월등하게 많을 뿐만 아니라 표준특허를 가져 애플이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애플의 특허는 디자인이나 유저 인터페이스나 트레이드 드레스 등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달 24일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은 애플의 일방적인 승소 평결을 내렸다. 우리 모두가 예상치 않은 결과에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승소예상의 절대적 근거라고 믿었던 표준특허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반면에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던 애플 특허는 대단한 가치를 인정받아 승소해 삼성에 1조2,0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삼성이 절대적이라 믿었던 표준특허는 국내를 제외하고는 공히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이번 특허전을 통해 삼성의 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리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결과를 보면 국내 언론은 판세를 정 반대로 읽고 있었던 것이다. 즉, 애플의 소송은 스티브 잡스의 고집에 의한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당한 근거와 극히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여 제소한 것이다. 삼성의 절대적 승소를 담보한다던 표준특허는 소송의 관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애플의 특허는 오히려 최상의 승소평결을 얻어내는 가장 가치있는 특허였으며, 소위 ‘애플 동네 주민’들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의 편향된 평결 가능성이 이 재판의 가장 핵심임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국내 언론은 ‘삼성의 무기’를 잘못된 근거로 지나치게 확신했고 ‘애플의 무기’를 경시함으로서 애플의 전략과 재판의 특성 그리고 특허 정보에 대한 전문적 접근도 없이 오류를 범하게 됐다.

필자는 이런 현상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와 언론의 행태에 있어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방위백서나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기술할 때 마다 연례행사로 정부의 강력한 항의와 언론의 흥분된 보도가 잠시 있을 뿐이다. 정부의 항의 내용은 늘 천편일률적으로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고유영토이다’라는 것이며 언론은 새로이 발견된 지도를 보도하거나 의례적인 사설과 간담회만 보여준다.

과연 일본이 무엇을 근거로 그들 땅이라고 주장하는지, 이에 대한 우리의 반박자료가 무엇인지, 국제법적으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당위성은 어떤지, 그리고 이들에 입각하여 발견되는 자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래서 이를 가지고 국제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처와 공격을 어떻게 하거나 하겠다든지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그러면서도 국내외 누구나에게 감동과 공감을 가질 수 있는 호소나 가치체계를 제시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일례로 9월3일자 한국경제신문에서 독도전문가 호소가와 유지(세종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일본이 무슨 논리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지 잘 모른다”며 “한국정부는 일본의 이런 (엉터리) 주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 일본 노다 총리는 자신들의 주장을 세계에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데도 이를 잘못된 것으로 조목조목 반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정부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대답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의 영유권 주장의 정당성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애플에 특허소송에서 우리의 확신과 상반되는 결과를 당하듯이 독도도 너무 방심하고 과신하면 커다란 실수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의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적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지’에 대한 파악을 하여 이를 ‘수비만 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공격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도의 전략을 세우고 수행 하는 것이 확실한 승리의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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