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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7-14 0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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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들려주는 바다와 삶의 이야기

키 11m의 거대한 목각 인형이 물빛 파란 여수 바다를 따라 난 길을 걷고 있다. 흰 바탕에 하늘색 줄무늬가 쳐진 셔츠와 하늘색 반바지로 시원하게 차려 입은 목각 인형의 이름은 ‘연안이’. 연안이는 마치 여수가 전하는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좌우로 목을 돌려 관람객과 눈을 맞춘다.

6월 첫 주,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의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았다. 박람회의 마스코트, 연안이가 앞장선 화려한 퍼레이드로 곳곳에서 관람객들이 탄성을 자아내는 가운데, 개성만점의 전시관들과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푸르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었다.

무릇 박람회란 최첨단 제품과 기술, 또 새로운 매체가 어우러진 홍보·마케팅의 향연장으로, 산업별 트렌드와 미래를 가늠하고 조우할 수 있는 기회이다. 모두 흥겹게 즐기는 축제임에 분명하지만, 수백, 수천 개인과 기업들이 알리고 싶은 내용을 경쟁적으로 홍보하기 때문에 수십, 수백개의 전시관 중 관람객에게 기억되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보는 이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고, 함께 경험토록 하여 기억에 남기’는 모든 전시관들의 지상과제이다.

박람회를 방문한지 어언 한 달이 흘렀다. 여태껏 생각나는 전시관은 스위스관, 네덜란드관, 독일관, 그리고 포스코관. 그들이 말한 물과 바다 이야기는 나의 뇌리 속에 맴돌며 바다의 소중함과 사랑을 일깨워준다.

▲ ▲고조선 역사와 맞먹는 나이를 가진 빙하를 직접 체취해 전시한 스위스관. ▲고조선 역사와 맞먹는 나이를 가진 빙하를 직접 체취해 전시한 스위스관

스위스관은 ‘샘,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란 메시지를 모든 전시연출서 담아낸다. 관람객들은 스위스에 바다가 없다는 사실은 잊게 되고, 지구생명의 시작과 함께 한 막대한 청정 수자원을 보유하고 또 보호하려 애쓰는 국가임을 기억하게 된다.

첫 시작은 빙하터널을 연상시키는 복도식 긴 암굴. 곳곳에 설치된 홀로그램 영상에 두 손 오목히 모아 가져대면 동물, 식물, 박테리아등이 물결의 잔상과 함께 손바닥 위에 나타난다. 생명의 근원이 물임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다음은 사면의 거울서 비춰지는 빙하영상과 만년설에서 직접 채취한 4,353살의 실물 빙하다. 스위스가 한반도가 생기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수자원의 규모가 놀랍다.

그 다음은 영상 전시실. 실제 물이 담긴 거대한 원형수조에 비치는 다채로운 빛의 영상들이 만화경처럼 펼쳐진 거울에 비춰지며 물이 바로 생명의 빛임을 화려한 시각적 효과로 나타낸다.

마지막 순서인 스위스에서 난 물을 직접 마셔보는 체험까지, 일련의 모든 전시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물이 소중한 자원임을, 이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임을 각인시킨다.

▲ ▲예술작품을 통해 해양역사를 설명한 네덜란드관. ▲예술작품을 통해 해양역사를 설명한 네덜란드관

네덜란드관은 자국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국을 처음으로 세계에 소개한 네덜란드인 하멜의 표류기를 시작으로 렘브란트, 베르메르 등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들의 유명 작품을 전시해 마치 작은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관람객들은 어떤 설명문구 없이도 자연스레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 아래에 있는 지리적 제약을 운하와 댐으로 극복한 네덜란드인들의 노력과 지혜를 그림을 통해 간접 체험하게 된다.


메시지와 기술이 어우러진 전시관 ‘인상적’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삶을 돌아보다

▲ ▲바닷가 느낌의 음향기기와 디자인을 통해 해양자원을 설명한 독일관. ▲바닷가 느낌의 음향기기와 디자인을 통해 해양자원을 설명한 독일관

독일관을 체험한 이라면 누구나 바다가 인류의 미래 가능성을 품은 소중한 보물임을 느끼게 된다. 기술과 에너지의 나라답게 풍력, 조력, 미래 선박엔진, 메탄 하이드레이트 등 다양한 친환경 해양기술을 선보인다.

특히나 세계적인 박람회를 많이 열어본 풍부한 노하우가 담긴 전시연출 방법이 인상적이다. 책을 넘기는 느낌의 터치스크린, 공간별 음향이 부딪히지 않도록 배려한 스피커, 해양어류 남획과 해양자원 보존을 재미있게 체험하는 컴퓨터 게임, 최근 10년간 채취한 해양 광물자원의 실물전시, 마지막 가상 수중 탐험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까지. 아이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모두 흥미를 갖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세심함과 재치가 눈에 띈다.

▲ ▲포스코 영상체험관은 참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포스코 영상체험관은 참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포스코관의 메시지는 사람, 자연과의 조화이다. 제철소, 발전소 등을 통해 지난 40여 년간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해오며, 누구보다도 산업육성과 환경경영에 역점을 두었던 포스코답다.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앵무조개 모양의 전시관 외관부터 관람객들이 여수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마련한 전망대, 구불구불한 터널처럼 펼쳐지는 공간에 전시된 포스코의 친환경 기술 등 모두 하나의 메시지를 한결같이 나타낸다.

특히 포스코관의 백미는 약 5분간 펼쳐지는 ‘빅맨쇼’. 높이 16m, 둘레 60m의 대형스크린은 사람과 자연, 포스코가 함께 되는 환상적인 멀티미디어쇼를 선보이고 2.5m의 깜찍한 캐릭터, 빅맨은 사방에서 관람객들의 흥을 돋운다. 모두가 하나 되는 듯한 가슴 두근거리는 분위기에 남녀노소, 국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 자유스레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비록 여수와 함께 한 1박2일의 축제는 끝났지만, 이처럼 여수가 전하는 바다 이야기는 내 마음 깊숙이 자리잡아 바다와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고동치게 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그 존재를 당연시 여겼던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류의 녹색미래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육지를 넘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렌다. 또한 앞서 소개한 인상깊은 몇몇 전시관을 통해 삶의 진리도 다시금 깨닫는다.

비록 유한하게 스러질 삶이지만, 나를 제대로 알리고, 작게나마 세상에 보탬이 되려면, 스스로의 강점과 한계, 즉 정체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세상의 보편적 가치를 충족하는 테두리 안에서 강점은 더욱 내재화하고, 한계는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고심하고 한결같이 애써야 한다. 아무리 멀티미디어와 자기 PR의 홍수의 시대라지만, 실제 세상은 소리없이 움직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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