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유가 추이10월 넷째 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 주요국 간 외교·무역 협상 진전 기대, 그리고 미국의 전략비축유 충전 계획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전 유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PISC)가 발표한 ‘10월 4주 주간 국제유가 동향’에 따르면, 대서양 유종인 브렌트유는 전주대비 배럴당 0.73달러 상승한 62.73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62달러 오른 58.91달러로 집계됐다.
중동 유종인 두바이유와 오만유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두바이유는 전주 대비 1.89달러 상승한 64.34달러, 오만유는 1.64달러 오른 64.54달러로 나타났다.
부문별 유가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지정학적 요인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취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대형 석유 기업에 대한 미국 제재가 발표되면서 금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미 재무부는 22일 러시아 국영 석유 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로 두 회사와 그 자회사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 국적의 개인과 법인은 해당 기업과 거래가 금지된다.
이 같은 제재는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23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Sinopec) 등 주요 에너지 기업이 단기적으로 러시아 석유 구매를 보류할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은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원유 대신 중동산과 미국산 원유 구매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관련 유종 가격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도 23일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하며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EU는 로스네프트와 가즈프롬 네프트(Gazprom Neft) 등 러시아 대형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실시하고, 러시아 석유 가격 상한제 우회와 관련된 선박 117척을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이번 미국과 EU의 연쇄 제재는 러시아 석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며 국제유가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주요 수입국의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유가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금융 부문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 발표와 미국·인도 간 무역 협상 가능성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악관은 30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일정에 맞춰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23일 브리핑을 통해 회담 일정이 확정됐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 소식은 미·중 간 무역 긴장 완화 기대를 높이며 원유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한편, 인도 경제지 민트(Mint, 10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와 미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을 둘러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도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줄이는 조건으로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부과된 50% 관세를 15~16% 수준으로 인하하는 무역 합의를 조율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해 왔다.
미국과 인도의 협상 진전은 인도의 원유 수입 구조 변화를 가져와 러시아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원유 공급망 다변화로 이어지며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미·인도 무역 협상 기대감은 정치·경제적 이벤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례로, 시장은 이를 반영하며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석유 수급 부문에서는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충전 계획 발표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약 100만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충전 계획을 발표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협조를 통해 전략비축유 재충전을 추진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전략비축유는 비상시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위해 사용되는 핵심 자원으로, 충전 결정은 향후 원유 수요 증가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에 상승 압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정부가 저유가 국면을 활용해 비축유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시장의 공급 타이트화를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충전 계획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로이터는 21일 보도를 통해 예산 부족으로 전략비축유 충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충전을 위한 예산은 약 1억7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가 매입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과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발표는 실질적 구매보다는 ‘비축 확대 의지’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쳐 유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