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등 국내 연구진이 외부 전기 없이 프로필렌 옥사이드를 생산하는 자가 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국내 연구진이 소파·매트리스, 옷감, 생수병 등 일상 소재의 원료인 ‘프로필렌 옥사이드’를 전기나 태양에너지 없이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자가 구동 시스템을 구현했다. 기존 공정 대비 생산성을 높이고 단가를 절감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하위 산업의 원료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자훈·장지욱 교수와 전남대학교 조성준 교수 연구팀이 자체 생산된 과산화수소로 프로필렌 옥사이드(PO)를 만드는 자가 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프로필렌 옥사이드는 소파·매트리스의 폴리우레탄, 옷감과 생수병의 폴리에스터, 프로필렌 글리콜 등 고부가가치 화학물질 생산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일상 소재의 핵심 원료이자 중간체다.
프로필렌 옥사이드는 프로필렌을 산화시켜 얻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산화제인 과산화수소가 꼭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상용 과산화수소 생산 공정과 달리 오염물질이나 탄소배출 없이 과산화수소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산소와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의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원리인데, 이 두 반응의 에너지 높낮이 차 덕분에 외부 전기나 태양광 없이도 자발적으로 작동한다.
생산된 과산화수소는 시스템 안에 별도로 주입된 프로필렌과 반응해 프로필렌 옥사이드를 만든다. 연구팀은 이 산화 반응에 필요한 촉매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기존 제올라이트 기반 촉매(TS-1)가 염기성 환경에서 활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염기성 조건은 과산화수소가 잘 만들어지기 위한 필수 환경이지만, 촉매 활성이 낮으면 이후 단계인 프로필렌 산화 반응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결국 프로필렌 옥사이드 생산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개발된 시스템은 24시간 동안 1제곱센티미터(㎠) 기준으로 1,657마이크로몰(μmol)의 프로필렌 옥사이드를 생산했다. 이는 기존에 개발됐던 친환경 과산화수소 기반 생산 공정보다 약 8배 높은 생산성이다. 또 공정 중에 청정에너지 자원인 수소(H₂)도 함께 생산된다.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현재 상용화된 생산 방식보다 프로필렌 옥사이드 생산 단가를 약 8% 절감(2.168달러/kg)할 수 있다. 복잡한 전처리 과정이나 고온·고압 장비가 필요 없고,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설비 투자비와 운영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를 현장에서 직접 생산해 사용하므로 운송과 저장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장지욱 교수는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해 쓸 수 있는 모듈 단위 공정으로 소규모 현장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져 대규모 중앙집중식 생산에서 분산형 생산 체계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자훈 교수는 “기존 제올라이트 촉매의 오랜 기술적 한계를 단계적으로 극복한 사례”라며 “화학 산업을 지금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STEAM 연구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UNIST 연구장비교육·지원처와 포항가속기연구소(PAL) 6D UNIST-PAL 빔라인의 장비 지원을 받았다. 또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에 9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