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산업, 글로벌 반도체허브 핵심”
필자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 타이완 2025(SEMICON TAIWAN 2025)’를 방문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허브가 된 대만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산업의 소재·부품·장비의 현황과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필자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되는 세미콘 타이완 2025 전시회를 살펴보고 대만 현지 가스기업인 ‘IEMC’와 ‘MINYANG’을 방문하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타이베이와 신주를 찾았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세미콘 타이완 2025’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다. 전 세계 56개국에서 1,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고 4,10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는 등, 매년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워낙 규모가 커 2개의 전시장에 1층부터 4층까지 부스가 위치해 있으며, 모든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이틀이 걸렸다.
전시장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메모리·파운드리 기업들이 모여 최신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한국 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한화세미텍은 TC본더와 플럭스리스(Fluxless)·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패키징 본딩 장비를 선보였다. 세메스, 동진쎄미캠 등 국내 장비 업체들도 웨이퍼 후공정 관련 장비와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머크(Merck Performance Materials)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고순도 소재와 차세대 공정 혁신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KC인더스트리얼은 반도체용 특수 소재와 장비 기술을 소개했다. FRD는 첨단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공개했고, 미코 그룹 계열사 코미코(KoMiCo)는 장비 핵심 부품의 정밀 세정 및 특수 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제2전시장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한국관 부스가 설치돼있었다. 한국관에는 다양한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이 참가해 대만 시장의 판로를 확보하고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인들에게 뛰어난 기술들을 전시했다.
한국관에는 △IMT(Innovative Manufacturing Technology) △MKP △KVC △FOOT MASTER △NOVASEN △KI(Korea Instrument) △GPT △With system △PLAYTG △lotvacuum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그밖에도 일본과 대만의 생산 장비와 산업용 자동화 로봇들도 눈길을 끌었다. 대만 로봇 기업들은 AGV와 AMR, AGV위에 탑재된 이동형 조립·핸들링 로봇들을 선보였으며 일본의 FANAUC, YASKAWA 등 기업들은 복잡하고 정교한 동작을 요구하는 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자동화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틀간의 전시회 방문 이후, 셋 째날 현지 업체 방문에서 참관단은 대만 신주현의 가스 기업 ‘IEMC’와 ‘MINYANG’을 방문했다. 두 기업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TSMC와 P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만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밸류체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4년 대만 반도체 산업 생산액 228조, 전년比 22%↑
TSMC중심 반도체산업 생태계 구축, 韓 장기관점 투자 必
발표 이후에는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공장 내부를 견학했으며 IEMC와 MINYANG의 가스 생산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시설들을 둘러보며 한국의 가스 생산시설과는 몇 가지 다른 점들이 참관단의 눈에 띄었는데, 안전규제가 한국과는 달라 방호벽 설치에 있어 차이가 있으며 분석실의 가스밸브 등 부품과 저장탱크를 다른 제조사와 혼용해서 사용하는 점 등이 보였다.
또한 MINYANG의 용기적재 공간에 설치된 렉에는 한국어로 표기된 액화염화수소 용기가 있어 대만의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등 해외에도 가스판매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참관단을 통해 ‘세미콘 타이완 2025’ 전시회를 방문하고 느낀 것은 대만은 이미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해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반도체산업 생태계 내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했고, 결과 활발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었다.
또한 대만 반도체 산업은 대만 정부의 산업혁신 전환과 반도체 인재 양성계획 등, 장기적인 비전하에 꾸준한 정책추진이 동반됐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과학·공학·수학 등 제조업에 숙련된 인적 자원을 장기간 육성했다. 또한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인턴십과 특별 연구기회를 제공하며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 TSMC와 MediaTek 등 기업들은 대학 내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긴밀한 산학 협력을 펼쳤다.
그 결과, AI 산업이 발전하자 TSMC를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해, 대만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40%를 공급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허브로 등극했다.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은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앞으로도 5~10년간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적 우위 뿐만 아니라 위탁생산에 전념하는 TSMC의 경영방식으로 인한 고객 신뢰, 대만의 교육·산업생태계 조성, 대만 정부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해외 투자 통제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한국보다 낮은 인건비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지녔으며 24시간 3교대 근무제로 제품생산과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라는 세계 1, 2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안주하고 있을수는 없다. 미중갈등을 계기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對中 반도체 수출 비중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사용되는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 강화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당장의 성과에 집중해 단기적인 계획 만으로는 대만과 같은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기반 마련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 참관 및 현지기업 방문을 통해 대만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준 신소재경제신문에 감사를 드리며, 3박 4일의 빠듯한 일정을 무사히 함께 소화해 준 참관단 여러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