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이 발행한 ‘소재기술백서’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소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국내 유일의 소재기술백서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총 13번째 발간된 이번 백서의 주제는 ‘극한환경 소재’다. 우주·항공, 에너지, 탄소중립 등 미래 유망분야의 극한환경(초고온, 극저온, 초고압, 고부식 등)에서 사용하는 극한소재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극한소재는 대다수 수출통제품목으로, 소수의 국가 및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이라 국가 간 경제보복, 패권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소재기술백서 2021은 소재연구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줄 ‘극한환경 소재기술’을 주제로 초고온 환경용 소재, 극저온 환경용 소재, 특정극한 환경용 소재와 관련된 기술동향을 분석했다. 이에 본지는 재료연구원과 공동기획으로 ‘소재기술백서 2021’를 연재한다.
초고속·내충격 소재, 경량화·안정성 평가 必
운송수단 경량화·안정성 상충, 고강도 경량 금속 개발 시행
플랜트 시설 공격·항공기 충돌 등 극한환경 평가 요구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
4. 미래의 연구방향 및 정책 제언
4.1 미래의 연구방향
1) 극한환경 대응을 위한 트라이볼로지 연구
트라이볼로지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의 역사가 짧은 분야이다. 아마도 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학문의 복합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트라이볼로지 특성은 소재의 모든 기계적, 화학적 특성과 온도, 습도, 주변 가스의 종류, 대류의 정도 등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모든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고출력 엔진과 터빈의 개발 △LNG선과 같은 극저온 환경에 대한 수요 △우주로의 진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증가 등 다양한 환경의 극한화에 발맞추어 트라이볼로지에 관한 연구도 ‘극한환경적용’을 키워드로 연구분야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시대별 대표 산업 및 산업 발전에 따른 트라이볼로지 수요 부품의 변화(자료: Md Shahinoor Alam, Material Science & Engineering Journal, 2021)
2) 다양한 환경의 트라이볼로지 정밀 분석 연구
트라이볼로지 현상은 대상물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극히 작은 소재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트라이볼로지 현상의 제어와 계측은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다. 특히 환경의 다양성을 고려한 트라이볼로지 특성 분석을 위해서는 초고온, 극저온, 진공 트라이볼로지 특성에 관한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고정밀 계측 장비의 경우 극한환경에서의 정밀 측정이 어려우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로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 극한환경 트라이볼로지 연구를 위한 자체개발 분석 장비를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다양한 환경에서의 분석이 가능한 장비기술이 현저히 부족한 현실이다.
극한환경에서의 트라이볼로지는 소재의 개발과 분석 기술의 발전이 발맞추어 이루어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4.2 정책 제언
1) 핵심적인 장비 개발을 위한 적극적 지원
상기에서 분석했듯이 극한환경 내마찰·내마모 소재의 경우 코팅 관련 기술이 가장 높은 성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노·복합 소재의 코팅을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장비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국내 코팅 장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DLC 코팅을 위한 FCVA, 나노급 정밀도의 금속 코팅을 위한 HiPIMS 등의 장비는 향후 극한환경 트라이볼로지 코팅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으로 전망돼 장비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2) 기술 확산을 위한 생태계 구축
트라이볼로지는 다양한 분야의 산업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트라이볼로지는 4차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정보화’ 및 ‘초연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센서와 에너지의 시대로 불리는 현재의 기술 발전 흐름에서 트라이볼로지는 마찰전기 기반의 센서, 에너지 생산을 위한 TENG(Triboelectric Nanogenerator) 등의 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Tribology 4.0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며 4차 산업에서의 트라이볼로지 기술이 그 중요성을 확장해가는 만큼, 4차 산업 모든 분야에서의 핵심 트라이볼로지 기술 연구의 중심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센터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고속·내충격 소재기술
1. 초고속·내충격 소재 평가기술
1.1 기술의 개요
1) 기술의 정의 및 분류
탄소 중립, 신재생 에너지의 시대적 요구와 더불어 우리 주변 운송수단의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의 등장과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전통적인 내연기관 운송수단들도 친환경을 위한 공해물질 저감, 연비의 고효율화가 요구되며 이에 따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운송수단들의 기술 발전에는 차체의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전기차는 차체의 무게를 줄임으로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내연기관 운송수단들은 연비 향상과 각종 배기가스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무게를 줄일 수만은 없다. 차체를 가볍게 하려고 소재의 사용을 줄이거나 소재의 두께를 줄이게 되면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량화와 안전은 서로 상충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안전하면서도 가벼운 차체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왔다.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경량 금속의 적용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은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경량 금속과 더불어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여 두께를 얇게 해도 다른 금속 소재만큼의 강도를 낼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들을 고속 운송수단의 구조물에 적용하기 위해서 소재의 극한환경, 즉 충돌이 발생했을 때 충돌 에너지를 얼마나 잘 흡수하고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느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복잡한 구조물에 경량 안전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경량화와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 자동차 충돌 테스트
비단 운송수단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나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플랜트 시설과 같이 파괴됐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이 매우 큰 건물의 설계에서도 충돌과 같은 극한환경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외부의 공격(미사일 등)이나 비행기 충돌과 같은 사고에서 구조물이 붕괴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견뎌야 하며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전해야 한다. 우주 환경에서도 초속 7~8km의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에 의해 위성이나 우주선에 초고속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하기 때문에 엄청난 운동에너지가 발생하며 위성 파손으로 발생하는 파편으로 2차, 3차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위성 설계 시에도 충돌에 의한 파편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극한하중 환경에 노출된 소재와 구조물의 거동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우주 쓰레기로 인한 NASA Solarmax 장비의 구멍(자료: 미국항공우주국(NASA))
▲ 각종 충돌, 충격 하중 환경 사례
2) 기술의 원리
충돌 및 충격 하중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다음과 같다.
△운송수단(자동차·고속철도·선박·항공기) 충돌에 의한 하중
△초고속 비행체(미사일·로켓·위성·우주쓰레기) 충돌에 의한 하중
△폭발에 의한 하중
△자연재해(강진·태풍·화산폭발·운석충돌 등)에 의한 하중
이 같은 충격 하중은 밀리세컨드(millisecond)에서 마이크로세컨드(microsecond) 단위의 매우 짧은 순간에 발생하고 하중 지속시간도 이와 유사하다. 하중의 발생 및 지속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또 다른 주요 속성은 변형률 속도(strain rate)이다.
변형률 속도는 s-1 단위로 사용되며 변형률의 시간 변화율을 나타낸다. 변형률 속도를 쉽게 설명하자면 변형의 신속성을 나타내며 1차원 빔(beam)의 길이 방향 변형에서 102s-1의 변형률 속도는 초당 길이의 100배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실제 자동차 충돌 시 소재가 겪는 변형률 속도는 10-2s-1에서 102s-1 사이인 반면에 폭발 및 초고속 비행체 관련된 충돌 속도 영역은 106s-1 이상의 변형률 속도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소재는 다양한 변형률 속도로 하중을 받을 때 변형률 속도 민감도를 가지고 거동을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준정적 평가 방법으로는 충격 및 충돌 하중을 받는 소재의 역학 특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 충격 및 충돌 하중 조건에서 소재의 거동은 소재의 변형률 속도 의존성을 고려하여 그 영향을 특성화하는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다양한 변형률 속도에서 소재의 특성 평가를 위해서는 시험설정 및 사용 장비 선택이 중요하다. 변형률 속도를 고려한 소재의 평가에는 △소재의 응력 및 변형률 관계 △시험 수행 동안 시편의 실제 변형률 속도와 같은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하중 측정과 변형률 측정은 일반적인 측정 기술로는 측정이 불가능하며,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하중에 의해 변형하는 시편의 변형 양상을 측정하고 이를 상호 연관시키기 위해 최근에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 변형률 속도에 따른 평가 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