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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8 14:28:00
  • 수정 2024-07-08 14: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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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안정화, 리튬 등 핵심광물 시대가 도래”





탄소중립·E 대전환 수요급증, 해외자원협력 예산 조속히 마련해야

아프리카 등 공급망 다변화 및 전략광물 구리 등 확보 노력 必





우리나라는 원래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였다. 그러나 20여 년 전 동해 가스전이 발견된 후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동해 가스전은 17년간 가스를 생산해 2조 6천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국내 유관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은 후, 지난 2021년 매장량 고갈로 생산을 종료했다. 그러다 얼마 전 다시 동해에서 14조 원 규모의 새로운 가스전의 발견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다시 산유국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찬 소식은 국민을 들뜨게 했지만, 그 반응과 파급력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많이 약해진 듯하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우리가 현재 에너지 전환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산업혁명을 촉발했던 석탄과 석유, 그리고 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 에너지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활용과 이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광물의 시대에 우리가 이미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 해외 자원 협력 예산 절실


요즘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의 인기와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어느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리튬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나오면 주가가 급등하고, 이차전지와 전기차 관련된 박람회 등 행사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핵심광물 확보와 같은 자원 공급망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미·중 간의 무역 분쟁에서도 양국은 미래 사회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공급망 안정화와 핵심광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희토류 공급 중단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어 일본을 백기 투항하게 했던 중국은 누구보다 먼저 핵심광물의 중요성을 파악했고 수출 통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전 세계의 핵심광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호주와 칠레에서 생산된 정광(Concentrate)은 모두 중국에서 소재로 가공되어 우리나라 등 세계 곳곳에 공급되고 있다.


중국보다는 한발 늦었으나 미국도 공급망과 핵심광물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IRA(Inflation Reduction Act), 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등 핵심광물 주도권을 중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에 따른 핵심광물의 수요급증과 특정국 편재성, 자원 무기화 확산 등으로 인한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핵심광물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해졌다. 이에 우리 정부도 작년 2월 말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핵심광물 확보전략’은 국가 첨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완화하고 재자원화율을 20%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정적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위기 대응 능력 강화, 핵심광물 확보 다각화, 체계적인 핵심광물 인프라 구축 등 3가지의 큰 전략 아래 △글로벌 광산지도 및 핵심광물 수급지도(Map) 개발 △수급 상황 진단 체계 및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양자·다자간 자원협력 강화·확대 △민간 주도, 공공지원 개발 체계를 통한 자원개발 활성화 △핵심광물 재자원화 기반 조성 △핵심광물 비축 확대 및 유사시 신속 대응 능력 강화 △핵심광물 확보·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 △핵심광물 분야 전문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확대 등 8대 세부 전략을 마련했다.


우리 정부는 차질 없는 전략 이행과 다음 행보 등을 마련하고 대비하기 위해 공급망 대책 회의를 빈번하게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급지도 개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핵심광물 비축 일수를 늘리기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주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해외 자원 부국과 협력을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배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원전쟁의 시대를 맞아 극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의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에 이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까지 핵심광물 비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느라 해외자원 협력을 위한 예산 배정은 등한시됐을 수 있지만, 내년에는 해외자원 협력 예산이 반드시 배정돼 해외자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다자간 자원 외교


지난 6월 4~5일에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최초, 최대 규모의 다자간 정상 협의체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 정상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개척지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경제, 외교 분야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 출범’이라는 의미 있는 협력 심화를 도출했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는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로 가칭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TF’를 설치해 핵심광물, 에너지 등 협력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분야별로 민간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우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내년부터 아프리카 정상회의(AU) 등에서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프리카는 세계 주요 광물의 30%가 매장돼 있으며, 구리, 코발트, 망간, 크롬, 흑연, 희토류와 같은 미래 차세대 핵심광물 등이 풍부한 숨은 보석과 같은 지역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핵심광물 분야에 개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거대한 잠재 부존 지역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으며, 우리가 반드시 지속적으로 눈여겨보고 진출해야 할 지역이다.


아프리카에 이어 우리 정상은 중앙아시아를 순방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전력, 석유, 가스 등 분야에서도 MOU를 체결했지만, 핵심광물 공급망 MOU가 가장 큰 성과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은 리튬을 비롯해 크롬·티타늄 등 카자흐스탄 내 핵심 광물의 공동 탐사부터 최종 사용까지 전 주기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선적 개발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내년 국내에서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해 중앙아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핵심광물 등 공급망 협력 강화’를 주 의제로 하고 ‘한-중앙아 K실크로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맞아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협력 등 경제 교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우리 정부의 노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앞으로 최고위급의 자원외교 후속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기업들은 유망한 프로젝트가 발굴, 선정돼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가 이뤄지도록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전략광물 ‘구리’ 수급 빨간불, 지속 모니터링 필요


과거 우리나라는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인 유연탄, 우라늄, 철광석, 구리(동), 아연, 니켈을 6대 전략광물로 분류해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전에는 전략광물이 자원산업을 주도했으나 에너지전환시대를 맞아 전 세계는 핵심광물을 새로운 주전 선수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가 설정한 핵심광물은 33종이며, ‘전략 핵심광물’은 10종이다. 33종 ‘핵심광물’은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이 정량·정성 평가를 통해 국내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원료광물을 대상으로 공급 리스크, 경제적 파급력 등을 감안해 선정됐으며, 이 중 전기차·이차전지·반도체 분야의 공급망 안정화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10대 광물을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은 이차전지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과 전기차 모터 영구자석에 필수 광물인 희토류 광물 네오디뮴, 디스프로슘과 터븀 그리고 반도체 연마제로 사용되는 세륨과 란탄이 포함돼 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33종 핵심광물에 포함되는 전통적인 전략광물인 구리(銅) 확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구리는 열·전기 전도율이 높고 가공이 쉬워 쓰임새가 다양하다. 또 미래 시대는 AI(인공지능), 이차전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송전설비 등 전기의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라서 에너지전환 시대에 핵심광물이자 친환경 광물인 구리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리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을 예상해 신규 광산들이 생산을 시작할 것이고, 신규 생산 증가에 따라 2024년에는 구리가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고 자원시장 전문가들은 얼마 전까지도 예측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23년 말 파나마에서 환경보호 명분으로 촉발된 시위로 대규모 구리광산의 조업이 중단됐고, 칠레에서는 지출 비용 절약을 이유로 대규모 광산들이 생산을 대폭 감축한다는 발표가 있어 2024년에 구리의 공급과잉 예측에서 공급부족으로 수급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비용 절감 전략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플래그쉽(flagship) 광산이자 150년 넘게 운영해 오던 로스 브론세스(Los Bronces) 광산의 설비 폐쇄와 함께 2024년 생산량을 20만 톤 이상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파나마 GDP의 5%를 점유하는 코브레파나마 광산에는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같은 초유의 공급부족 사태를 통해 구리 가격은 최근 톤당 만 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 구리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전통 전략광물이자 세계 경제의 파라미터인 ‘Dr. Copper(닥터 코퍼)’의 공급망 이슈가 다시 부각 되고 있다. 우리가 10대 전략 핵심광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산업의 기초광물(Base metal)인 구리의 수급과 가격변동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예고됐지만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구리광산에서 제련소 건설이 완료되어 내년부터는 인도네시아가 구리 정광(Concentrate)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향후 구리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핵심광물과 더불어 구리와 같은 전략광물에 대한 수급 공급망 안테나도 다시 가동돼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 핵심광물의 시대, 살아 움직이며 급변하는 세계 경제 격전장에서 우리는 광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등과의 다자협력 체계를 함께 구축해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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