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제조혁신 활성화 열쇠 ‘디지털 전환’, 정부 지원 확대 必
美·EU 등 선진국 적층제조 양산 지원 위한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 구축
韓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플랫폼 개발’ 착수, 中企 제조 경쟁력 강화 기대
■백조가 못되고 미운오리에 머물고 있는 3D프린팅
3D프린팅은 태생부터 기존 전통 제조기술의 혁신 수단으로 등장했다. 재료를 깎거나 틀에 부어 성형하는 기존의 제조방식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제조기술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특히 2013년 오바마 정부가 3D프린팅을 첨단 제조로의 진화를 상징하는 신흥 기술이자 미국 제조업 부흥 전략의 핵심 요소로 지목했을 때 전 세계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요술상자와 같은 이 기술에 매료되었다.
우리 정부 역시 2014년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 수립을 시작으로 삼차원프린팅산업진흥법 제정과 기본계획의 마련, 각종 지원사업의 시행 등을 통해 국내 3D프린팅 산업 육성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3D프린팅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처 다 성장하지 못한 기술이자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3D프린팅이 가진 특별한 제조 능력에 비해 낮은 생산성과 제조 재현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축적된 사례와 경험의 부족은 3D프린팅 제품의 신뢰성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3D프린팅 기술이 산업현장에 원활하게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3D프린팅 시장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인데, 코로나 상황으로 2020년 최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코로나 이전의 시장 성장률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3D프린터 안전성 이슈 역시 악재로 작용하면서 국내 3D프린팅 산업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발 호재로 다시금 주목받는 3D프린팅
이런 가운데 2022년 미국 바이든 정부가 미국 중소기업의 3D프린팅 적용 촉진을 위한 적층제조 포워드(AM Forward)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3D프린팅은 갑작스레 비상(飛上)의 기회를 잡았다.
적층제조 포워드는 대형 제조기업, 특히 방산기업의 해외 의존도 개선 및 미국 내 제조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미국 내 중소기업의 제조공정에 3D프린팅 기술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지원내용은 크게 △항공우주, 방산, 에너지 부문의 3D프린팅 부품 조달 비중 확대 △중소기업 3D프린팅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교육 및 공정개발 협력 지원 △금속 3D프린팅 표준화·인증 개발 등이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적층제조 포워드 프로그램을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지속 이어져 온 미국의 제조업 재건 전략의 일환으로 보며, 나아가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급망 안정 전략과 국가안보 전략 차원에서 3D프린팅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가 양국의 산업 공급망 안정을 위한 상호 협력을 담은 한미 산업공급망대화(SCCD, Supply Chain Commercial Dialogue) 공동선언문에 3D프린팅이 포함되면서 다시금 확인되었다.
사실 3D프린팅 기술에 대한 국내와 사뭇 다른 이러한 기조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마스크와 검사 도구, 기타 의료장비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3D프린팅을 활용한 개인보호장비 긴급 공급 지원체계를 구축·활용한 바 있고, 이때 마련한 지원체계(AMCPR, Advanced Manufacturing Crisis Production Response)를 미국 제조 공급망 위기 대응체계의 일환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21년 미국 국방부가 국방부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3D프린팅 전략의 수립과 함께 관련 보고서들을 발표한 바 있어 이러한 미국의 정책 방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라 할 수 있다.
■3D프린팅의 디지털 전환 시도 확대
3D프린팅을 국가 단위 전략의 한 축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된 또 하나의 배경에는 3D프린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있다. 빅데이터, AI 기술 발전으로 여러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도가 3D프린팅 분야에서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3D프린팅에서 디지털 전환은 설계, 공정, 품질로 이어지는 3D프린팅 전주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활용을 의미한다. 3D프린팅은 공정 전주기에서 데이터의 생성, 변환, 해석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이때 발생한 데이터는 다시 새로운 데이터의 생성, 변환 방식의 진화, 더 나은 해석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D프린팅의 최적화된 적용을 위한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 및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의 구현과 다양한 산업적 활용 과정에서 축적·분석된 데이터가 더욱 향상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3D프린팅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 3D프린팅의 한계로 지적된 생산성과 제조 재현성, 신뢰성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3D프린팅 과정의 모든 Input 데이터는 공정 전 주기에서 공정 중 발생 데이터와 상호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조정될 수 있으므로 공정 전체를 추적할 수 있는 풀 데이터, 패키지화된 완전한 데이터 셋 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체계성과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구축된 데이터의 활용방안과 향후 확장 가능한 활용범위를 사전에 기획하고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집, 저장, 분석, 활용의 데이터 전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국방부가 주도하는 America Makes를 3D프린팅 핵심 기술개발 및 산업 적용 확대를 위한 공공-민간협력 플랫폼으로 활용 중인데, America Makes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생성한 모든 지적자산의 활용 및 보안을 위해 Digital Storefront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운영 중이다.
Digital Storefront는 프로젝트 전주기 관리 플랫폼으로 America Makes 멤버에게만 프로젝트 세부 정보와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데이터(공정 데이터 포함)의 공유 및 협력을 중계한다.
최근 SwRI(Southwest Research Institute)와 국방부가 Digital Storefront와 NIST의 소재 데이터 큐레이션 시스템(MDCS)을 연동하여 프로젝트 내 데이터 이력을 관리하는 Pedigree Informatic System 개발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America Makes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모든 데이터와 NIST의 AMMD DB간 연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적층제조 기반 차세대 디지털 생산라인 개발을 위해 산학연 공동으로 폴리라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폴리라인 프로젝트는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의 다품종 대량생산을 목표로 SLS 3D프린팅 공정 전주기 자동화 및 제조라인 통합·연결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3D프린팅 공정 전주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제어하기 위해 3Yourmind社에서 개발한 생산 프로세스 통합관리 솔루션을 적용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BMW, EOS, 프라운호퍼 등이 참여하며 2020년부터 3년간 1,070만유로(약 143억원) 예산이 지원된다.
EU 차원에서도 금속 부품에 대한 초기 제품 설계에서 제조 가능성, 신뢰성 및 품질 보장을 위한 디지털 적층제조 솔루션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Integradde)가 진행 중이며, EU Horizon 2020을 통해 약 1,271만유로의 예산을 지원하고 EU 내 11개국 2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Integradde 프로젝트는 DED-하이브리드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설계-시뮬레이션-생산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데이터 솔루션 개발, 이들의 실증을 위해 EU 내 5개 지역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3D프린팅 산업 재도약을 위한 디지털 전환 촉진 필요
해외 사례에서 보듯 3D프린팅의 정책적·산업적·기술적 잠재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3D프린팅은 제조혁신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제조 공급망 안정 및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 활용가치가 높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독일, 유럽 등 선도국가에서는 3D프린팅의 디지털 전환 시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3D프린팅 산업은 중요한 국면에 처해있다. 3D프린팅이 신기한 요술상자 수준을 넘어 이제 막 제조혁신의 수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산업적용 지연 및 3D프린팅 서비스 시장의 성장 정체로 인해 성장률이 지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3D프린팅 제조데이터를 축적·활용하는 디지털 전환기술 확보를 통해 국내 3D프린팅 제조업의 디지털화·지능화·유연화 견인할 필요가 있다. 중소·영세 기업이 많은 국내 3D프린팅 산업생태계상 개별 기업 단위에서 데이터 구축·활용이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촉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계 요구를 반영하여 우리 정부는 3D프린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은 공공 인프라 기반의 검증된 3D프린팅 공정데이터를 활용하여 3D프린팅 전주기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증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3D융합산업협회가 주관하고,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북대학교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 한밭대학교, 루트랩이 참여하여 2027년까지 진행된다. 지난 11월 30일에 사업단 워크숍과 함께 개최된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플랫폼 협의체 발족식은 국내 12개 3D프린팅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여 3D프린팅 디지털 전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우리 협회는 플랫폼 협의체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운영을 통해 산업계 의견이 오롯이 반영된 3D프린팅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도록 할 것이며, 3D프린팅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 협의체에 관심이 있는 3D프린팅 기업과 기관의 많은 참여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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