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주목받고 있는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홍영택·김태호·이장용 박사팀이 ‘바나듐(V) 레독스흐름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이온전달막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ESS에는 주로 리튬이온배터리(LIB)가 많이 쓰이는데, 출력 용량이 높지만 폭발 위험이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보다 안전한 배터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는 황산에 바나듐을 녹인 전해액이 산화, 환원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위차를 발생시켜 에너지가 충전, 방전되는 배터리다. 대용량으로 만들 수 있으며 수명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길고 화재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레독스흐름 배터리 점유율이 높으며,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관련 기술개발과 장치 도입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배터리 안에는 ‘이온전달막’이라는 소재가 있는데, 화학반응에 필요한 수소 이온을 통과·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주로 과불화탄소계 이온전달막 소재를 쓰고 있는데, 특정 이온을 선택해서 전달하는 성능이 낮고 가격이 비싸며 환경에 유해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화학연 연구팀은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한 비과불화탄소계 이온전달막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술폰산기를 갖는 새로운 폴리페닐렌 구조의 멀티블록 공중합체를 설계한 후, 분자구조의 연결고리를 튼튼히 하고 강화 복합막 형태로 제조하여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새로운 소재는 높은 전류밀도에서도 강한 내구성과 우수한 성능을 유지했다.
화학연은 지난해 11월, 본 기술을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 전문기업 스탠다드에너지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에 착수했다. 스탠다드에너지사는 KAIST와 MIT 박사 출신들이 설립한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혁신적인 완전 모듈형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WAVE Battery)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이온전달막 기술은 배터리 완제품에 적용돼 수명 테스트를 포함한 기초 성능 시험을 완료했고, 그 결과 높은 효율 및 안정적인 용량 특성이 확인됐다. 양측은 시제품의 안전성 평가와 제조공정 최적 가동 조건 검증 등을 거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 홍영택 박사는 “본 비과불화탄소계 이온전달막은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 비용을 kWh 당 300달러 이하로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재생에너지 저장, 비상 백업전원,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소, 연료전지 및 수소제조 산업 등에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는 2025년 ESS용 대용량 배터리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