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중심의 극단적인 무역정책과 제조업 활성화를 천명해온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8일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의 공공인프라 재건 등으로 관련 철강, 자동차 부품 등 수요확대가 예상되지만 자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서 동전의 양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통상정책의 큰 줄기는 강력한 보호무역과 기 체결된 자유무역협정 등을 전면 재검토 한다는 데 있다. 대선기간 NAFTA를 ‘최악의 재앙’,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 먹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WTO(국제무역기구) 까지 탈퇴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미 FTA는 사실상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적어도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 부과를 통한 미국 제조업 활성화 정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트럼프는 포드자동차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한 것을 비판하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산 철강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강화하고 중국 등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제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특히 무역적자 피해가 극심한 미국 섬유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압력 확대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철강·섬유업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산업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연방 국유지와 연안의 셰일가스·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채굴 및 개발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어서 관련 장비, 시추선, 에너지 저장 장비 등 수요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가 공약한 1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인프라 투자에 따라 건설경기가 호황에 접어들면서 철강, 건설기자재 등 수요가 늘고 이를 통한 소비심리 개선으로 자동차, IT, 의류 등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밖에 국방예산을 연간 최소 16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전투기, 군함, 미사일 등 방위시스템 현대화에 나설 계획이어서 항공기, 선박, 무기 등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정부가 자국 기업 우대정책을 강화하면서 시장에 진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S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에 대한 미국 현지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며 보호무역정책 강화로 대미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에너지산업의 기조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친환경 정책이 폐기되면서 우리기업의 태양전지, 풍력발전 부품 등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현재 저유가로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이 낮은 상태지만 추후 고유가로 접어들었을 땐 납사기반의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더 큰 가격경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국 교역 대상국 중 한국과의 상품교역 적자 폭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한미 FTA 폐지 또는 강력한 재협상 요구에 따라 재협상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에 대한 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엔고, TPP, NAFTA 등 자유무역협정 추진 난항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등 위기 속 기회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