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화학산업은 2000년대 들어 ‘중동이 만들고 중국이 쓰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기부양으로 2009년부터 석화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에틸렌수요는 2001년 1,140만톤에서 2009년 1,624만톤으로 연평균 10.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 수요는 2.3% 성장하는데 그쳤다.
중동 또한 단순 석유생산에서 벗어나 천연가스의 일종인 저가의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석화산업에 진출, 에틸렌 생산기준으로 2001년 713만톤에서 2009년 2,027만톤으로 무려 184%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정부정책이 경기긴축으로 전환되면서 석화산업도 지난해 2분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한화증권 등 주요 리서치 기관들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이 긴축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 합성수지 수입량은 266만톤으로 전월 대비 9.5%, 전년 대비 4.5% 증가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와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시장의 수요가 중국에 버금갈 정도로 커지며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신흥국으로 인해 세계에선 연간 600~700만톤 정도의 신규 에틸렌수요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석화산업에서 비중이 큰 에틸렌은 중동의 신규증설이 완료되면서 신규 공급증가량이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해만해도 에틸렌 증설 물량은 442만톤을 기록했으나 올해부터 2014년까지 총 247만톤이 증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간 신규 수요에 못미치는 상황인 것. 올해는 유럽의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에틸렌 신규수요량이 신규공급량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와 비슷한 업황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신규 수요량이 늘어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석화社 위기…저가원료를 확보하라
1990년대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석화업체들의 성장속도는 2000년대 들어 한자릿수로 줄어들며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동업체들이 저가의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동업체들의 제조원가는 동북아시아업체들 원가의 26.3%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돈당 에틸렌제조원가는 중동이 200달러, 동북아시아가 700달러 수준이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도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석화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세계 1, 2위 규모로서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 석화업체들의 저가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다우케미칼의 경우 셰일가스를 이용해 2018년까지 에틸렌 설비 230만톤을 증설할 계획이며 쉘도 미 애팔래치안에 에틸렌 설비를 신설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국내업체들도 저가원료를 기반으로 해외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해외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한화케미칼은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화사인 시프켐과 합작으로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와 LDPE를 함께 생산할수 있는 플랜트 건설에 나섰고 2014년부터 EVA/LDPE 2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우즈벡 수르길 가스전 개발 및 가스화학플랜트 건설하는 합작사의 지분 22.5%를 확보해 2015년부터 에틸렌 40만톤, PE 36만톤, PP 8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의 석유화학기업인 KPI와 합작으로 총 40억달러를 투자해 2016년부터 에틸렌 84만톤, PE 80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亞 시장 확대, 프로필렌·부타디엔·EG 뜬다
아시아의 석화제품 수요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5%씩 성장해왔고 이들 국가 대부분의 1인당 합성수지 소비량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성장잠재력도 크다. WTO가 발표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국가별 화학제품 수입금액 증가율에 따르면 중국 15.3%, 인도 21%, 인도네시아 7.8%로 나타났다.
아시아가 세계 석유화학 수요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장을 곁에 뒀다는 점은 국내업체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석화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은 기존 중국 중심에서 이제 인도, 동남아시아로 다변화되고 있다. 중국의 폴리에틸렌(PE)수입금액은 2008년 기준으로 46억달러였는데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터키 등 신흥국의 수입금액 합산이 4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연평균 수입증가율은 무려 33%를 기록해 각광받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중국 닝보지역에 30만톤규모의 PVC 공장을 완공했고 2015년까지 8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은 2010년 말레이시아 석화사 타이탄을 1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며 동남아시장 공략의 기틀을 마련했고 자회사인 케이피케미칼을 통해 파키스탄의 50만톤규모 TPA를 인수하는 등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1998년에 중국 용싱에 ABS공장을, 텐진에 PVC공장을 설립하는 등 중국내에 PVC 40만톤, ABS 75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국내 업체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동, 미국, 중국업체들에게 제조원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프타 분해는 프로필렌과 부타디엔과 같은 기초유분이 많이 생산된다는 장점이 있다. 에탄가스 한 단위 분해시 에틸렌은 77.5%나 나오지만 프로필렌과 부타디엔은 각각 3%정도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프타 분해시 에틸렌 33%, 프로필렌 15%, 부타디엔 8.7%가 나오는 것.
특히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에틸렌과 달리 프로필렌과 부타디엔은 2014년까지 신규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시장성이 좋다.
부타디엔 수요는 전방산업인 타이어산업의 아시아 소비확대와 함께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부터 2014년까지 프로필렌과 부타디엔의 수요는 각각 연평균 5.7%, 7%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 품목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에틸렌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중동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EG의 강세도 전망되고 있다. EG를 사용하는 PET설비가 중국에서 활발히 증설되고 있어 다른 석화제품들이 부진을 겪은 지난 9월에 오히려 EG수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2005~2010년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12.8%를 기록했으며 올해부터 중국 수입량은 연간 100만톤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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