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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8-10 00: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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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차전지의 현황
현재 시장에서는 2차전지의 한계로 지적되던 에너지 밀도 상승의 한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높은 원가 부담을 혁신하기 위한 수많은 전지 솔루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한 금속공기전지, 완벽한 안전성을 지향하는 전고체 전지, 대용량 에너지의 저장에 적합한 차세대 나트륨계열 전지, 그리고 풍부한 마그네슘 자원을 활용한 마그네슘 전지 등이 현재 대표적인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전지 솔루션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시장의 절실한 요구와 기업들의 경쟁적인 연구 개발 투자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차세대 전지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전지 산업의 위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2차전지 산업이 모바일 기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서 소규모 산업의 지위에 머물렀다면, 미래의 2차전지는 녹색 시대의 중추 산업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대형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최근 리튬이온전지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선전하고 있다. 한국 전지 기업의 차별적 강점은 공정 혁신을 통한 효율적 생산,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초 소재 기술이나 차세대 전지 개발 역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힘겹게 획득한 소형 2차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발판으로 소재 기술 혁신을 통한 차세대 전지 개발과 생산성 혁신을 위한 공정기술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6월 열린 ‘스마트 배터리 포럼’에서 한국 GM 기술 총책임자는 “전기자동차의 짧은 주행 거리와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2세대 전기자동차가 이미 GM 연구진에 의해 설계가 진행 중이다. 2015년이 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주행 성능을 가지면서 가격은 획기적으로 낮은 2세대 전기자동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2차전지 기업들의 분발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2차전지 성능의 혁신에 차세대 전기자동차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울릉도는 대규모 발전소와 분리된 도서지역으로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더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가 없다고 한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부족으로 기존 전력망에서 출력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에 이어 전기자동차, 그리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녹색 성장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2차전지의 성능에 대한 기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2차전지의 혁신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G경제硏, “2차전지 각국 개발 치열”

한국을 비롯 美·獨·日 참여 활발

▲ ▲2차전지 시장 추이 및 전망. ▲2차전지 시장 추이 및 전망

■2차전지 기술혁신에 관심 집중
2010년 7월, LG화학의 미국 현지 생산 법인 기공식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실제 고용 효과는 50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기자동차 보급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2차전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육성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일본도 정부가 주도해 2020년까지 현재 성능의 3배 향상을 목표로 자동차 기업, 전지 기업, 연구소 등 22개 기관이 참여하는 차세대 전지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휴대폰,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만 사용돼 제한된 시장에 머무르던 2차전지가 전기자동차의 본격 확대와 에너지 저장 시장의 가시적 성장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자동차 모델인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오는 2016년까지 전기자동차 누적 판매량을 150만대까지 올릴 것이라며 자사 모델의 확실한 성공을 장담하고 있고, GM도 전기자동차인 볼트의 판매 호조에 따라 2012년에는 연간 생산량을 6만대까지 증산할 계획이다.

또 미쓰비시의 아이미브도 2012년부터 연간 3만대까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바야흐로 친환경 교통수단의 현실적 대안인 전기자동차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대용량 에너지 저장용 2차전지인 NaS 전지의 최근 성과도 눈부시다. 덴마크의 청정 기술 기업인 Amplex는 2010년 10월, NaS 전지의 독점적 생산 기업인 일본의 NGK와 총 40억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멕시코 등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자 앞으로 6~10년간 생산량 전부를 선점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승인했고, 미국의 전력 회사인 AES는 리튬이온전지를 활용한 20MW급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뉴욕에 시범 설치해 사업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 ▲미국의 차세대 전지 개발 로드맵. ▲미국의 차세대 전지 개발 로드맵

■기술혁신의 필요성 증대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USA 투데이와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지난 5월에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7%는 유가와 상관없이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짧은 운행 거리, 수 시간에 달하는 충전 시간, 그리고 비싼 가격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고 표현했다. 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성공적인 전기자동차의 서막을 열었지만, 고객들은 전기자동차의 본격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2차전지의 성능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는 현재 리튬이온전지 수준의 6~7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개선으로는 이론적으로 최대 2~3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고객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2차전지의 성능 부족으로 인한 전력산업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주요국들이 에너지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간 총리는 가능한 모든 주택 및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 육성을 통해 현재 1%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20%까지 올릴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도 2022년까지 원전 가동 중단을 모색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생산하겠다고 한다.

자연을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으로 주목받는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우수하고 고갈될 염려도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을 에너지로 전환해 불편함 없이 사용하려면 신재생에너지를 통제하고 품질을 제어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식경제부의 최근 연구 자료에 의하면, 에너지 저장 시스템 없이 전력망에 연계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의 한계를 10~15%로 추정하고 있다. 출력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 저장용 전지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 개발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NaS 전지, Flow 전지 등 다양한 전지솔루션을 제시했지만, 어떤 것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시급한 유럽이나 북중미의 일부 지역에서는 완성도가 부족한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에 적합하지만,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운영상의 약점을 지닌 NaS 전지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마케팅 업체인 두리안소프트가 최근 진행한 ‘스마트폰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가장 큰 불만으로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63%)’을 택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해도 반나절도 가지 않는 짧은 수명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화 통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들은 2차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전지의 성능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의 기대 수준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전지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 통합 로드맵. ▲2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 통합 로드맵

■치열해지는 차세대 전지 개발 경쟁
미국의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혁신’을 정의하기를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했다. 즉 사용자의 기대 수준을 넘는 혁명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지 산업에서 혁신의 의미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즉각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지 성능의 개선을 뜻한다.

차세대 2차전지는 에너지 밀도, 안전성, 원가의 한계 등을 극복한 신개념 전지로서 급진적이며 불연속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응용 영역을 더 넓혀야 한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는 리튬이온전지가 이론적으로 도달 가능한 최대 에너지 밀도를 능가하는 전지를 차세대 전지 또는 혁신 전지라고 정의했고, 미국 에너지부(DOE)는 현 수준 대비 에너지 밀도를 2배로 올리고, 원가를 70% 낮추는 전지를 차세대 전지라고 정의한다. 차세대 전지는 현재 기술의 점진적 개선이 아닌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도달 가능한 전지이다. 성능 혁신에 한계가 있는 기존 솔루션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단기적 성과를 보기가 쉽지 않고, 막대한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한데도 차세대 2차전지의 연구 개발에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에너지 산업 환경의 변화로 차세대 전지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가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차세대 전지 개발이 학계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십 년간 연구에 매진한 연구진들에 의해 이론적으로는 매우 혁신적인 솔루션들이 시장에 소개되곤 했지만, 시장흐름이나 사업성과 동떨어진 솔루션이기에 상용화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시장이 압박하고 있는 최근 상황은 ‘혁신하면 좋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는’이 아닌 ‘반드시 혁신적 성능을 발휘해야만’하는 새로운 전지를 요구한다.

두 번째 대량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제품화가 이뤄진다면 막대한 성과 창출이 예견될 만큼 차세대 전지 사업성의 전망이 밝다.

일본 Yano research에 의하면 2013년 차세대 전지 시장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더 높다. 차세대 전지의 제품 완성도가 올라가면서 2020년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2차전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심지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시장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지를 주도하는 기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장 상황은 차세대 전지에 대한 다양한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대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막대한 연구 개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전력산업에 대한 기득권을 앞세운 GE는 높은 에너지 나트륨 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를 주도하는 BASF도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1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발표하며 에너지 밀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금속공기전지 및 리튬 황 전지의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Dow는 아예 국내 기업인 코캄의 미국 법인을 인수해 전기자동차용 전지 전문기업인 Dow-코캄을 설립해 6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소재 전문 기업 우베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차세대 전지의 전해질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IBM도 전기자동차의 무한한 성장성을 선점하기 위해 리튬공기전지를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차세대 전지의 사업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연구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학계에서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또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로 차세대 전지의 개발 사이클이 단축되는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거대 기업들의 참여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주요 차세대 전지의 특징. ▲주요 차세대 전지의 특징

■대용량 저장에 적합한 차세대 나트륨 전지
차세대 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전지가 등장함은 물론 과거에 소개됐던 개념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공기를 활물질로 활용하는 전지로서 현 수준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향상이 가능한 금속공기전지, 전지 내부 물질을 고체로해 안전성을 혁신시킨 전고체 전지, 풍부한 자원인 마그네슘이나 황을 활용해 혁신적으로 원가를 낮춘 마그네슘 전지, 리튬 황 전지 등이다. 또 바이러스 유전자로 용량을 키우거나 마찰이 없는 초전도체를 활용해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등 수많은 전지 솔루션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모든 화학전지는 양극과 음극, 양극과 음극 사이의 물질 이동 통로인 전해질, 그리고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금속공기전지는 음극으로 리튬 또는 아연금속이, 양극으로는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하는 구조로서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10~15배까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리튬 등 금속 전극이 외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탄소 층과 같은 촉매가 필요하지만, 전지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양극 활물질을 공기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지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 음극에 사용되는 금속만으로도 용량 확대가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의해 ‘10년 후 세상을 바꿀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금속공기전지는 화학전지로서 2차전지의 궁극적인 목표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2009년 발표에 따르면 기존 리튬이온전지 용량보다 약 300배 이상의 상승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기자동차의 높은 유망성 때문에 2009년 6월 ‘Battery 500’ 프로젝트를 착수한 IBM은 공기와 리튬금속을 활용한 리튬공기전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 내에 현재의 전지보다 10배 이상 에너지밀도를 향상한 전지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0년에는 제품의 상용화를 목표로 아르곤연구소 등 다수의 미국 국립 연구소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BASF는 아연금속을 활용한 아연공기전지를 스위스에 있는 리볼트와 함께 연구 중이다. BASF와 리볼트의 공동개발 협약에 의하면 BASF는 재료 과학 및 전기 화학 분야에 집중해 아연공기전지의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소재 및 부품들의 개발과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담당할 것이다.

다양한 차세대 전지 개발에 참여 중인 도요타도 새로운 전해질 및 저비용 촉매 개발에 집중해 앞으로 10년 이내 전기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리튬공기전지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속공기전지의 상용화에 따라 전지 산업에 속해 있던 기업이 아닌 거대 기업들이 앞다퉈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2차전지에 있다고 판단한 도요타는 가장 많은 차세대 전지 솔루션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도요타의 창업주인 도요타 사키치 회장은 이미 1925년에 석유 에너지의 한계를 직감하고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인 100만엔의 상금을 걸고 혁신적 전지의 개발을 독려했다.

100만엔은 당시 도요타 방직 회사의 총 자본금과 유사한 규모의 막대한 금액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과학자가 개발에 뛰어들었고 많은 아이디어가 모였다. 창업주가 요구한 ‘출력 100마력, 36시간 동안 동작 가능, 그리고 25kg 미만의 무게’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혁신 전지의 개발은 무산됐지만, 창업주의 의지는 아직까지도 도요타를 차세대 전지의 최강자 자리에 있도록 해다.

사키치 회장의 요구 조건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달하지 못한 도전적 목표이다. 도요타는 전고체 전지, 리튬공기전지, 그리고 마그네슘 전지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의 성능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도요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지 솔루션은 전고체 전지다. 이는 액체 전해질로 인한 리튬이온전지의 폭발 위험성을 해결하고자 황화물계 고체로 된 전해질을 활용하는 전지 솔루션이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사용하는 불안정한 전해질을 완전 고체로 대체해 높은 출력과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게 고안됐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함으로써 과도한 충전 및 내부 단락 등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고, 생산공정도 혁신적으로 단순화해 획기적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E산업 ‘석유’에서 ‘전지시대’로 전환

日 “ 2020년 세계 시장 100조 규모”

일본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인 이데미츠(Idemitsu)도 신재생에너지의 기둥은 전지 기술이라고 믿고 차세대 전지로서 전해액의 누설 걱정이 없고 대용량 구현도 가능한 전고체 전지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데미츠는 기존 2차전지에 들어있는 전해질 용액을 황화 리튬이라는 고체 물질로 대체했다. 황화 리튬은 원래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황을 활용한 기능성 수지의 원료다. 이데미츠는 우연한 기회에 황화 리튬이 순도가 높고 이온 활동성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2차전지에 응용하는 연구를 지난 2001년부터 오사카 대학과 공동으로 시작해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기존의 전해질 용액과 같은 수준의 이온 전도도를 보유한 고체를 개발하게 됐다.

이미 고체 전해질로서 황화 리튬의 제조 기술을 확립한 것으로 알려진 이데미츠는 열에 강하고 고전압 특징을 가진 전고체 전지를 자동차, 산업 기기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2012년 사업화를 목표로 개발 완성도 상승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아직 본격 개발 단계는 아니지만, 삼성종합기술원도 일본에 소재한 요코하마 연구소와 공동으로 고체 전해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계열 전지의 대표 주자는 2006년에 이미 상업화된 일본의 NGK가 개발한 NaS 전지다. NaS 전지는 양극에 황을 사용하고, 음극에 나트륨을, 전해질에 세라믹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데, 양극과 음극 사이를 나트륨 이온이 이동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원리다. NaS 전지는 납축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배 이상이고, 15년 이상의 오랜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문제는 작동을 위해서는 나트륨의 용융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300도가 넘는 고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운영비용이 필요하고, 화재 예방 시설도 필요하다. 일본에서 NaS 전지는 실내에 설치가 금지될 정도로 위험한 전지 솔루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차세대 나트륨계열 전지는 NaS 전지 운영상의 위험성을 개선하면서 대용량 에너지 저장에 적합한 장점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대표적으로 GE가 개발한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 일본의 스미토모 전공이 개발한 용융염 전해질 나트륨 전지가 있다. 공통점은 나트륨 이온의 이동을 통해 전자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2007년 영국의 Beta R&D를 인수해 나트륨 전지 개발을 시작한 GE는 이미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실, GE처럼 다양한 사업 모델을 수립해 전지 산업에 진출해 있는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GE는 미국 최대의 리튬이온전지 기업인 A123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용 전지와 전기차용 전지의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전력 저장용 대용량 전지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같이 GE는 2차전지 시장에서 유망하다고 전망되는 모든 세분 시장에 거대 자본을 발판으로 진입해 있는 기업이다.

GE가 개발 중인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작동 온도와 MW급 이상의 대용량과 높은 출력 특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GE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발전 및 전력 인프라 사업 경험을 활용해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제품 및 서비스와 연계된 사업을 전개하기에 매우 유리한 전지 솔루션이다. GE는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를 철도·해상용· 광산용 차량 등에 적용해 전지 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일본의 스미토모 전공도 소재 혁신을 통해 나트륨계열 대용량 전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1년 3월에 발표한 용융염 전해질 나트륨 전지는 기존 나트륨계열 전지의 단점이던 300도 이상의 높은 가동 온도를 57도까지 낮춰 이로 인한 발화 가능성을 제거했다.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폭 장치, 폭발을 대비하는 소화 장비 등이 필요 없어서 소형 전지팩도 개발이 가능하다.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도 에너지 밀도는 2배 이상, 원가 수준은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10% 수준에 불과한 용융염 나트륨 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스미토모 전공은 앞으로 전지의 시스템화 기술을 확립해 전력망, 가정 전력 저장용 등으로 상품화할 계획이다.

마그네슘 전지는 음극에 마그네슘을 사용해 전자의 이동량을 증가시켜 기존 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전지 솔루션이다. 리튬이온전지에서 전류를 만들 때 리튬은 1개씩만 전자를 움직이지만, 마그네슘은 2개씩 움직일 수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용량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저렴한 마그네슘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가화도 가능하고, 용량의 감소 없이 수천 번의 재충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동 온도 범위도 넓은 편이다. 마그네슘 전지는 미국 바일란 대학의 Aurbach 교수가 최초 개발했고, 곧 이어 상용화를 목적으로 벤처기업을 세워 전용 양극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 교토 대학의 아베 교수도 양극에 산화물, 음극에 마그네슘을 이용하는 다가(多價) 이온전지로서 마그네슘 전지를 개발 중이며 이는 일본 국책 과제로 지정돼 추가 투자가 수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핵심 소재 개발을 통해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 ▲스위스 리볼트가 개발한 아연공기전지 구성도. ▲스위스 리볼트가 개발한 아연공기전지 구성도

■전지 산업의 변화
기업들의 빠른 발걸음으로 먼 미래의 일로 예상되던 차세대 전지의 상용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빠르면 2세대 전기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2015년, 늦어도 신재생에너지의 본격 확대가 예상되는 2020년에는 차세대 전지의 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차세대 전지로 인해 시장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전지 산업의 외형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2차전지의 시장은 모바일 IT 기기, 출퇴근용 소형 전기자동차, 비상 전원 공급용 축전지에 한정됐지만, 차세대 전지의 혁신적 성능은 전지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며 기존 시장의 틀을 깨고 새로운 수요 창출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차세대 전지는 상용차나 철도, 선박 등 대형 수송 수단에 사용됨은 물론, 주거 및 상용 빌딩의 냉난방 및 공조에 필요한 능동적 에너지 제어 도구, 그리고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저장 용량의 한계로 송배전 단계에서만 사용됐던 에너지 저장 시스템도 차세대 전지를 통해 발전소 영역까지 진출해 전력산업의 모든 단계에서 전력의 효율성 제고에 이바지할 것이다.

두 번째 전지 산업의 매력도 상승으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진입을 시작한 석유·화학 기업, 자동차 기업들에 이어 에너지 및 자원 기업, 건설사, 전력 기업들도 기회를 찾아 진입할 것이며 연구 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규모도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물론 사업의 리스크도 더 커진다. 품질 사고에 대한 리스크뿐 아니라 기술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술의 불확실성 상승, 다양한 사업 모델 등장에 따른 사업의 복잡성이 크게 증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지 산업의 속성이 변화할 것이다. 모바일 기기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보전자부품 산업에서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성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 산업에 갇혀 있던 전지 산업에 대한 인식, 전지 사업을 수행하는 마인드, 접근 방법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 ▲전고체 전지. ▲전고체 전지

■전지의 시대, 국내기업 참여도 높여야
최근 리튬이온전지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선전에 대한 잇따른 낭보가 들려오고 있다. 소형 리튬이온전지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드디어 일본 기업을 능가했고, 전기자동차용 전지에서도 계속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제휴 소식은 한국 전지 기업의 미래에 장밋빛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서 2차전지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이때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지 기업의 차별적 강점은 공정 혁신을 통한 효율적 생산,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경쟁력이다.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초 소재기술이나 차세대 전지 개발 역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전지 기업의 약진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리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등에 좀 더 힘을 쏟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차세대 전지에 대한 자원 투입을 줄이지는 않는다.

“사업성과를 위해서는 소재 혁신보다는 생산성 혁신이 옳은 방향이겠지만, 그렇게만 전지 산업이 흘러간다면 전지 자체의 발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소니의 2차전지 전문가의 견해는 차세대 전지에 대한 일본 전지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

우리나라 전지 기업의 소재 역량이 약하다는 평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극복 방안도 원론적인 접근 외에는 별다른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족한 소재 역량으로 인해 차세대 전지에서 창출되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강점인 전지의 제품화 역량을 기반으로 소재 전문 기업과의 제휴 등 적극적으로 소재 역량을 발굴해 차세대 전지의 상용화를 주도한다면 취약한 소재 경쟁력도 비교적 빠른 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이 ‘석유의 시대’에서 ‘전지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발굴함’에서 ‘에너지 활용도의 극대화’로 탈바꿈하는 시점에서 에너지 산업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2차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힘겹게 획득한 소형 2차전지 시장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소재 기술 혁신을 통한 차세대 전지 개발과 생산성 혁신을 위한 공정 기술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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