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ISS가 극저온 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플러그앤플레이 단일광자 광원을 개발했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단일광자 광원을 개발, 극저온 장비와 대형 실험시설이 필요했던 기존 한계를 극복하며 양자통신 등 차세대 양자산업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은 질화갈륨(GaN) 반도체 기반의 상온 단일광자 광원을 19인치 랙(Rack)형 소형 장비로 구현했다고 18일 밝혔다.
단일광자 광원은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를 하나씩 생성하는 장치로 양자통신, 양자센싱, 양자측정 등 광자 기반 양자기술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힌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에서는 개별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기 때문에 도청 시 광자 상태가 변하는 특성을 활용해 높은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단일광자 광원은 영하 270℃ 수준의 극저온 환경과 대형 광학 실험장비, 전문 연구인력이 필요해 실제 산업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KRISS가 개발한 장비는 220V 일반 전원만 연결하면 즉시 작동하는 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 방식이 특징이다. 별도의 복잡한 광학 정렬 과정 없이 단일광자를 생성할 수 있으며, 19인치 랙형 구조를 적용해 기존 양자암호통신(QKD) 장비와의 연계도 용이하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질화갈륨 반도체 내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원자 수준의 결함을 광자 발생원으로 활용한 점이다. 연구진은 결함 위치를 좌표처럼 저장한 뒤 장비 전원을 껐다 켜더라도 동일한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가는 ‘공간 확정적 맵핑(Spatial Deterministic Mapping)’ 기술을 개발해 반복 활용성을 확보했다.
또한 공주대학교 데이터정보물리학과 이욱재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나노미터 크기의 원형 브래그 격자(Circular Bragg Grating) 구조를 설계·제작해 결함에서 발생한 광자가 외부로 효율적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일광자의 추출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번 성과는 양자통신 핵심 광원을 국내 기술로 장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세계 주요국이 양자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핵심 부품과 장비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술 기반의 양자 소부장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향후 금융망과 의료망, 국가 중요 통신망 등에 적용되는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핵심 광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KRISS는 스핀오프 기업인 큐라드와 공동으로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KRISS는 단일광자 광원 개발뿐만 아니라 광원의 품질 검증과 성능 개선까지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양자광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양자특성 시험 서비스와 단일광자 측정 기술을 광원 설계에 반영해 보다 안정적이고 고품질의 광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 연방물리기술원(PTB), 이탈리아 계량연구소(INRIM) 등 해외 측정표준기관과의 비교·검증 및 유럽연합(EU) 호라이즌(Horizon) 연구과제 협력을 통해 국제 신뢰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홍기석 KRISS 책임연구원은 “단일광자 광원은 광자 기반 양자기술의 핵심 부품이지만 그동안 극저온 실험실 환경에 제한돼 있었다”며 “이번 성과는 상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형 광원을 구현해 양자기술의 현장 활용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큐라드 대표는 “양자산업 경쟁력은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다”며 “KRISS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소형화·고신뢰성 제품을 개발해 국내 양자광원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의 기반이 된 광자 추출 효율 향상 연구는 KRISS 광도측정그룹과 공주대학교 이욱재 교수 연구팀이 공동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IF 9.8)’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