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연이 개발한 고체산화물 전해셀(SOEC) 기반 이산화탄소(CO₂) 전기화학적 환원공정 모식도로, 전기를 이용해 CO₂를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해 지속가능항공유와 화학원료 등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가능하다.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CO₂)를 고부가가치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인 고체산화물 전기분해장치(SOEC)의 고질적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며, 탄소자원화 산업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은 김민철·박지훈·이진희 연구팀이 니켈(Ni) 기반 고체산화물 전기분해장치(SOEC)의 전해질 계면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고온 운전 중 발생하는 계면 박리 문제를 해결하고, CO₂를 일산화탄소(CO)로 고효율 전환하는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SOEC는 CO₂에 전기를 가해 CO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전기화학 장치다. 생산된 CO는 수소(H₂)와 결합해 합성가스를 형성하며, 이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메탄올, 플라스틱, 산업용 화학소재 등 다양한 탄소중립 제품의 핵심 원료로 활용된다. 탄소포집(CCUS) 기술과 연계할 경우, 배출된 CO₂를 다시 산업 원료로 전환하는 ‘탄소 순환경제’ 구현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SOEC는 전극 사이에 위치한 산소 이온 전도성 전해질이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 고성능 SOEC에는 주로 YSZ(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와 GDC(가돌리늄 도핑 세리아)가 함께 사용된다. YSZ는 산소 이온 이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구조적 안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GDC는 내구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온 전도성이 높아 CO₂ 전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두 소재는 열팽창률이 달라 고온 운전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도로 수축·팽창하면서 층 사이가 갈라지는 ‘계면 박리(delamination)’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장기 운전 시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을 유발하는 대표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VD(물리적 증착)나 PLD(펄스 레이저 증착) 같은 고가의 증착 공정이 활용되기도 했지만, 제조 비용이 높고 대면적 생산이 어려워 상용화에는 제약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가의 증착장비(PVD, PLD) 대신 ‘딥 코팅(dip-coating)’ 공정을 적용했다. 용액에 담갔다 빼는 간단한 방식으로 두 전해질 분말이 혼합된 복합 중간층을 형성해, 서로 다른 소재 사이에 일종의 ‘완충 쿠션층’을 만든 것이다. 이 복합층은 열변형 차이를 흡수해 고온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새로운 고체용액 구조를 형성해 산소 이온 이동성과 계면 접착력을 동시에 높였다. 공정이 단순해 대면적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도 상용화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성능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OEC는 800℃ 조건에서 전류밀도 2.14A/cm²를 기록하며 기존 니켈 기반 SOEC(0.59A/cm²) 대비 약 3.6배 향상된 CO₂ 처리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니켈 기반 SOEC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투입한 전기가 실제 CO₂를 CO로 전환하는 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패러데이 효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1.6V 고부하 조건에서 80시간 연속 운전 후에도 초기 성능의 91%를 유지하며 높은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연구팀은 현재 동전 크기의 소형 셀 검증을 마쳤으며, 이를 핸드폰 크기의 평관형 셀(flat-tubular cell)로 확대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향후 대형 스택 제작과 재생에너지 연계 기술이 확보되면, 산업용 CO₂ 자원화 설비로의 확장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신석민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번 성과는 SOEC 상용화를 가로막던 내구성과 성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탄소중립 시대 전기 기반 CO₂ 자원화 산업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 2026년 3월호 후면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Rustam Yuldashev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산업 미세먼지 저감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