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광물 및 청정에너지 제조의 글로벌 공급망 집중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심화로 재생에너지 자원안보의 범위가 연료 확보를 넘어 설비·소재·부품의 안정적 조달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정국 중심 공급망과 취약한 국내 산업 기반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는 가운데, 자원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내 산업 육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권남훈)이 28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자원안보 관점에서 본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화석연료 자원안보가 연료·원료의 지속적 조달 문제라면 재생에너지 자원안보는 발전 설비와 이를 구성하는 소재·부품·기술의 안정적 확보가 핵심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글로벌 공급망, 비축의 한계, 장기 운영·정비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산업 기반 강화가 가장 근본적인 대응 수단으로 제시된다.
보고서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성이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지정학적 갈등의 상시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확산, 녹색전환 가속 등이 맞물리면서 자원안보 논의의 범위가 단순 연료 수입을 넘어 에너지 생산 체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보급 확대 속도에 비해 국내 산업 기반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국산 풍력터빈 비중이 47.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향후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는 국산 제품 비중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재생에너지는 설치 후 장기간 운영되는 내구재 성격을 갖는 만큼, 화석연료처럼 비축 확대나 도입선 다변화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기술 변화 속도에 따른 비축 자산의 구식화 위험, 품목별 이질성과 규격 다양성, 특정국 중심 공급망 집중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설비 확보를 위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분야에서의 정책 과제도 제시됐다. 태양광의 경우 현행 REC 현물시장 중심 구조가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고 저가 수입재 채택을 유도해 국내 제조 생태계의 투자와 생산 여건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입찰·장기계약 중심 보급 체계 전환이 자원안보 측면에서도 타당하며, 공공주도형 트랙 등 보완 장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풍력 분야에서는 인허가 절차와 군 작전성 평가, 항만 및 계통 인프라 부족 등 이른바 ‘비가격 병목’이 주요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군 작전성 평가 관련 제도 개선, 전용 항만 확보, 설치·유지보수 선박 기반 확충, 계통 인프라 보강 등을 통해 프로젝트 실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자원안보 강화를 위해 시장 기능을 존중하는 동시에 선택적·전략적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시장은 민간 중심의 보급 체계를 유지하되, 공공주도형 트랙과 핵심 품목 중심 지원을 병행해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기반 확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이슬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자원안보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며 “국내 산업 기반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설비·부품 조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