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이 초정밀 전자파 측정 기술을 확보해 국방·차세대 통신·반도체 등 고주파 첨단 산업의 신뢰성 평가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로봇 기술을 적용한 ‘초정밀 전자파 측정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최근 차세대 통신 부품과 반도체 패키지 안테나, 항공기 레이다 등에 적용되는 전자파는 수십 GHz 이상의 고주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구간은 파장이 짧아 측정 대상의 위치가 미세하게 어긋나도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정밀한 위치 제어 기반의 측정 기술이 필수적이다.
표준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기반 측정 방식을 도입했다. 상용 장비 활용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설계부터 제어 소프트웨어, 위치 보정 기술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고정밀 측정 플랫폼을 완성했다.
이번 시스템은 6자유도(6-DOF) 로봇을 기반으로 상하·좌우·전후 이동과 회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스캔 경로를 통해 최대 750GHz 대역까지 전자파 측정이 가능하다.
특히 위치 계측 및 보정 기술을 적용해 안테나 정렬 오차를 10마이크로미터(㎛) 이내로 제어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7분의 1 수준으로, 고주파 대역에서 요구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다.
공간 활용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개선 효과가 크다. 기존 전자파 시험은 대형 전용 시설과 높은 구축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번 시스템은 로봇이 측정 대상 주변을 이동하며 스캔하는 구조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반복 측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국방 분야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축소 모형을 활용한 전자파 산란 특성 평가 시, 미세한 형상과 위치 오차가 실제 성능 예측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정밀 제어 기반 측정은 이러한 오차를 최소화해 평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구축한 만큼 다양한 산업 분야에 맞춘 확장도 가능하다. 복잡한 형상의 항공기 레이다, 위상배열 안테나 모듈, 반도체 안테나 등 고정밀 제어가 요구되는 측정 대상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권재용 KRISS 책임연구원은 “로봇의 기동성과 정밀 제어 기술을 결합해 기존 고정형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향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전자파 측정 자동화와 정밀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사업과 KRISS 기본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Composites Communications에 게재되고 국제학회 ISAP 2024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