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유가 추이2월 넷째 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교착에 따른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OPEC+의 4월 증산 가능성과 미국의 글로벌 관세 정책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며 상승 폭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PISC)가 발표한 ‘2월 4주 주간 국제유가 동향’에 따르면, 대서양 유종인 브렌트유는 전주대비 배럴당 1달러 상승한 70.9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0.55달러 오르며 65.64달러로 집계됐다.
중동산 원유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전주보다 0.97달러 오른 배럴당 70.28달러를 기록했으며, 오만유도 0.98달러 상승한 70.28달러에 거래됐다.
부문별로 보면, 지정학 측면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다만 양측이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유가 상승 폭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신에 따르면 2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3차 핵 협상은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합의 없이 종료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핵 프로그램 제한 방식과 범위를 두고 큰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회담에서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특사는 이란에 주요 핵시설 3곳의 파괴와 함께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은 이란이 제시한 ‘한시적 우라늄 농축 중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핵 활동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이란은 우라늄 해외 이전과 농축 중단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일부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약 60% 수준인 우라늄 농축률을 약 1.5% 수준으로 낮추거나 일정 기간 농축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 등이 협상 카드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 결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추가 협상 의지를 확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핵 문제와 다른 정치적 사안을 분리해 논의할 경우 양국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진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3월 첫째 주 추가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협상 지속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Rystad Energy의 석유 부문 담당 부사장 자니브 샤는 협상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즉각적인 대이란 군사 행동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한 산유국의 대응 움직임도 감지됐다. 로이터는 2월 2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대이란 공격 가능성에 따른 공급 차질에 대비해 단기 증산과 수출 확대 계획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석유 수급 부문에서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 유가 상승 폭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2월 25일 보도를 통해 OPEC+가 올해 1분기(1~3월)까지 유지해온 증산 보류 정책을 마치고 4월부터 생산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OPEC+는 4월부터 하루 약 13만7,000배럴(b/d) 규모의 점진적 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름철 성수기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다.
앞서 2월 20일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광범위한 관세 조치에 대해 대통령 권한을 초과한 것이라며 대부분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존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가 약화되자 행정부는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다음 날에는 이를 법정 최대치인 15%까지 인상하는 방침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0% 관세는 2월 24일부터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임시 관세 형태로 도입됐으며 적용 기간은 150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7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과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석유 수요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