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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社 규모별 규제·노동 경직성 GDP 111조 손실 " - 5년 뒤 소기업 안주 60%, 성장 멈춘 社 늘며 저생산성 고착 - Up-or-Out 지원 체계 구축 등 경제 체질 개선 출발점
  • 기사등록 2026-01-23 11:56:45
  • 수정 2026-01-23 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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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규모별 규제로 인한 GDP 손실 메커니즘(左)과 GDP 손실(右, 단위:%)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 강도가 변하는 구조와 경직된 노동시장이 맞물리며, 한국 경제의 성장 메커니즘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을 회피하는 기업 행태가 생산성과 고용의 선순환을 끊고 GDP 손실로 직결되는 가운데, 성과 중심의 지원 체계와 투자·조세 구조 개편을 통해 ‘성장할수록 보상이 커지는’ 기업 생태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이 결합되며 국내총생산(GDP)의 4.8%, 약 111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근로자 수 50인, 300인 등 특정 구간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의도적으로 멈추거나 기업을 분할하는 ‘안주 전략(Bunching)’을 택하고 있다. SGI는 이러한 행태가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장기 저성장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성장이 멈추면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채용 여력은 위축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으로 인력이 쏠리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까지 겹치면서 실업이 확대되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 한 번 배치된 인력이 장기간 고착되는 이른바 ‘락인(lock-in)’ 현상이 나타나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SGI는 구조적 모형을 활용해 기업 규모별 규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프랑스의 50인 규제 효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를 토대로, 한국의 50인·300인 규제를 반영해 모형을 수정·적용한 결과다. 그 결과, 기업 성장 왜곡으로 인한 GDP 손실은 2025년 기준 약 1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국내 GDP 누적 증가분을 웃도는 규모다.


성장이 멈춘 기업 구조는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이 커지지 못하면 생산성이 높은 중견·대기업의 고용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에 인력이 집중된다. 여기에 노동 이동이 쉽지 않은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가 더해지면서, 비효율적인 부문에 배치된 인력이 장기간 고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 성장 사다리는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기업이 5년 뒤에도 10~49인 규모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했다. 이는 1990년대 40%대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소기업이 중규모 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과거 3~4%에서 최근 2%대로 낮아졌고, 대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0.05% 미만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퇴출 구조 역시 막혀 있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못하면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도 심화되고 있다. 과거 60%에 달했던 기업 퇴출률은 최근 40%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이른바 ‘좀비 기업’이 인력과 자본을 붙잡아 두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는 생산성과 고용의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한국 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4% 수준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격차가 가장 컸다. 그럼에도 제조업 내 소기업 고용 비중은 42.2%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반면 대기업 고용 비중은 28.1%에 그쳐,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SGI는 기업 생태계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매출과 고용 증가 등 성과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Up-or-Out’(성장 아니면 탈락)형 지원 체계 구축이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는 지원을 집중하고, 성과가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투자 중심의 자금 조달 생태계 조성이다. 담보 위주의 대출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활성화와 민간 모험자본 확대를 통해, 유망 기업이 부채 부담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성장할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성장 유인형’ 조세·지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규모와 무관한 기본 공제를 도입하고, 투자와 고용 등 경제 기여도에 따라 추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성장이 곧 보상’이 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규제는 기업의 손발을 묶고, 노동시장 경직성은 그 충격을 경제 전반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두 구조가 결합된 결과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조세 구조를 재설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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