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수요 정체·공급 과잉 위기, 조합 중심 신뢰로 극복할 것”

■탄산조합 이사장을 맡게 된지 3년차에 접어들게 됐다. 그간 소감은
선도산업에서 오랫동안 탄산 등 산업가스 영업 및 관리를 맡아왔고 탄산조합 설립 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 왔기 때문에 탄산조합 회원 여러분께서 이사장직을 맡겨 주신 것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이사장을 맡은 지 3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국내 탄산 수요의 정체와 공급과잉으로 인해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지난 수년간 탄산 시장 성장을 이끌어 온 택배용 드라이아이스 수요는 정체되고 있고 탄산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오르자 대규모 신·증설이 이뤄지면서 여름 성수기에도 수급에 여유가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과거 2022~23년과 같이 극심한 탄산 부족으로 인한 국내 기간산업의 생산 차질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나 탄산 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 산업용 전기료 급등, 인건비 상승 및 인력 부족,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비용 증대 등으로 생산비는 날로 늘어나는데 탄산 가격은 10년전 수준으로 내려가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탄산 업계의 설비 투자 위축 및 가동중단으로 이어져 또다시 극심한 탄산 공급부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탄산조합은 조금이나마 업계에 도움이 되고자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수요처 발굴을 논의하고 조합사들과 공동판매, 공동구매 등 각종 수익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또한 조합사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수렴해 정부 유관기관에 건의하고 산업가스 관련 협단체들과 규제 개선 등 협력을 통해 업계 권익 증진에 기여할 계획이다.
■탄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장을 진단한다면
탄산 업계는 탄산 원료가스를 공급하는 석유화학사의 불황으로 가동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택배용 드라이아이스 수요 급증으로 인해 비수기에도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지난 2023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탄산 가격 상승기 시기 이뤄진 대규모 설비 신·증설의 여파로 2024년 들어 공급과잉으로 전환되고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정체됨에 따라 탄산 메이커들의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2025년 경영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전년대비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탄산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계획된 증설이 없고 탄산 원료가스 공급처인 석유화학업계의 NCC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공급과잉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NCC 생산캐파의 약 25%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축될 계획이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일본 정부도 대규모 설비 증설과 가격 경쟁력 상실로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NCC를 통폐합했고, 이로 인해 탄산 생산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부족한 물량을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지속 수입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부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유 시황 악화로 인해 수소를 생산하는 SMR(Steam Methane Reformer) 가동률이 정체되면서 탄산 원료가스 수급이 늘어나지 않아 전년대비 탄산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탄산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되면서 생산 원가가 높은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원료가스 기반 탄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산 수요 측면에서는 당초 기대를 모았던 농업용 탄산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가운데 향후 탄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던 배터리, 폴리카보네이트(PC) 등도 시황 악화를 겪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크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반도체용 탄산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본격적인 반도체 설비 증설과 가동시점을 고려하면 당장 업계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산업에서는 고부가선박 생산으로 전환되면서 탄산 용접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탄산 공급과 수요가 동반 침체에 들어가면서 탄산 업계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탄산 업계가 서로 자주 만나 새로운 수요처 발굴과 함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데 필요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탄산 업계 저성장 국면, 과당 경쟁 촉발 우려
스왑 활성화·新 수요처 발굴 등 협력 지속 강화
▲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 제32차 정기총회에서 조합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탄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탄산은 조선, 식음료, 반도체,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이면서 운송비를 고려하면 수입이 어렵기 때문에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생산에 필요한 원료가스도 정유·석화·발전사 등 외부의 시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생산량을 늘리지도 못한다. 또한 드라이아이스는 생산과 동시에 기화되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 둘 수도 없다.
이로 인해 탄산 메이커들은 탄산 생산이 어려운 정기보수 기간 동안에는 적기공급과 협력 차원에서 지역별 스왑 계약을 통해 상부상조해왔다. 또한 스왑이 활성화 된다면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고 굳이 탄산 생산설비나 저장탱크를 증설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탄산 업계에 상호 신뢰가 없다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조합은 탄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스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조합사들이 협력을 확대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국내 탄산 시장의 공급과잉을 촉발시킨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정부의 CCU 지원 사업이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강화에 맞춰 CO2 감축을 목표로 발전사 CCU 설비 구축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면서 몇몇 발전사들이 포집된 CO2로 탄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 CCU 기반 탄산생산원가는 설비 구조상 당연히 기존 석화사 및 정유사 원료가스 기반 생산원가보다 비쌀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생산을 통해 공급과잉을 유발, 시중 탄산 가격 수준을 1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CO2는 땅 속이나 해저에 저장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로 전환했다는 이유로 감축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정부가 CO2 감축을 위해 대기업 발전사를 지원한 것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탄산 업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역차별이라고 생각된다.
중소기업 개별로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합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를 위해 비조합원사의 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
■끝으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탄산 공급과잉으로 또 다시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 원가 경쟁력이 약한 탄산 메이커는 물론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유통업계부터 피해가 예상된다. 당분간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날로 증가하는 전기료, 인건비, 안전비용, 생산설비 유지보수비 등을 고려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파이를 함께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내 것을 먼저 찾기 시작하면 업계의 지속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탄산조합은 각자도생으로 인해 늘어나는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조합은 설립 때부터 △상호 신뢰 △모든 문제를 조합 중심 해결 △조합 공동사업 추진 적극 동참 등을 강조하며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해야만 지속 상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조합은 탄산 고객사와의 신뢰 증진을 위해 조합원들과 수시로 적기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객사 여러분께서도 안정적인 탄산 공급을 위해선 적정 이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주시길 당부드린다. 탄산 업계는 조합을 중심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탄산 공급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