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제조, 복잡형상·정밀 소형 부품 양산 실현 핵심기술 자리매김
◇연재순서
1)전시회 총괄평가
2)금속 분말 기술 트렌드와 기업의 전략
3)적층성형용 Al 합금 소재의 합금설계 방안 및 적용 사례
4)높은 형상복잡도를 가진 소형 정밀 부품 제조기술 동향
5)플라스틱 AM의 글로벌 경쟁구도와 한국의 기회
6)플라스틱 적층제조 기술동향
7)마이크로·나노 3D프린팅 기술 동향
8)좌담회-적층제조의 미래, 청년이 이끈다

이번 ‘폼넥스트 2025’에서 적층제조(AM) 시스템, 소재,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적 진보와 첨단 적층제조 응용산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본 기고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경험한 글로벌 AM 트렌드를 바탕으로 AM 기술을 활용한 고정밀 소형 부품의 제조기술 동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최근 항공우주, 의료분야, 마이크로 전자기기, 자동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경량화, 고효율화, 맞춤형 제작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내부 채널, 격자 구조, 곡면 등 기존의 절삭 가공, 혹은 주조 방식으로 제조가 어려웠던 높은 형상 복잡도를 가진 소형 정밀부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의료 임플란트, 마이크로 로봇의 초소형 기어 등은 기존 가공 기술로는 비효율적이거나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형상 복잡도와 극한의 치수 정밀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영역이다.
기존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 제작이 어려운 소형 부품의 형상복잡도라는 장벽을 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AM 기술이다. 과거 AM 기술이 단순한 시제품을 제작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복잡 형상의 구현도와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크기 경쟁보다 정밀 경쟁으로 압축되어 고정밀 소형 부품 양산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복잡 형상 소형 금속 부품 양산 새로운 패러다임 ‘MoldJet’ 기술
금속 부품 시장에서 높은 형상 복잡도와 양산성을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지속되어 왔으며, 그 최신 결과물이 바로 이스라엘 Tritone社의 몰드젯(MoldJet) 기술이다.
몰드젯 기술은 기존의 금속 AM 기술(Laser-powder bed fusion, Direct Energy Deposition 등)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공정을 활용해 소형 부품을 제작한다. 먼저 출력하고자 하는 부품 형상과 지지 구조를 정밀한 몰드를 잉크젯(InkJet) 방식으로 적층한다. 이후, 이 몰드에 금속 페이스트를 주입하고 열 경화 과정을 통해 한 개의 층을 완성한다. 출력이 완료된 소형 부품이 포함되어 있는 몰드는 화학적으로 용해하는 탈지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소결하는 방식으로 고밀도의 최종 금속 부품을 제조한다.
▲ Tritone社의 MoldJet 적층제조 공정(출처: YouTube, Tritone Technologies-Tritone Dominant)재미있는 점은 프린터 내부에 여러 개의 Build station을 배치해 몰드 적층과 금속 페이스트 주입, 열 경화 등의 과정이 순환되어 유기적으로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을 갖춘 것이다. 연속적으로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AM 기술과 차별화된 양산성을 통해 대량생산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MoldJet 방식은 금속사출성형(MIM)과 유사한 고밀도의 부품을 제조하면서도, MIM 방식과 달리 금형 제약 없이 복잡한 형상을 출력할 수 있어 설계 자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출력이 완료된 후 탈지와 소결을 거친다는 점에서 기존 바인더 젯(Binder Jetting) 방식과 유사하지만 몰드 내부에서 부품이 형성되므로 우수한 표면 조도를 얻을 수 있어 후처리 비용과 생산 시간을 절감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이는 소형 정밀 부품의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Tritone社의 MoldJet 기술을 활용하여 제조한 RF 슬롯 안테나후처리·생산비 절감 MoldJet 인상적, DLP 세라믹·금속 레진 활용 고부가 시장 확대
대량양산 공정 AI 기반 지능화 필수, 기술 확보 위한 산학연 협력 R&D·정책 지원 요구
■DLP 기술 활용 초정밀 해상도 구현
광중합(Vat photopolymerization) 방식의 일종인 DLP(Digital Light Processing) 기술은 액상 레진에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장치(DMD)를 통해 투사되는 패턴화된 자외선(UV) 빛을 조사하여 한 층 전체를 한 번에 경화시킨다.
이 방식은 기존의 레이저 기반 SLA(Stereolithography)에 비해 단일 레이어 경화 속도가 월등히 빠르며, 픽셀 단위로 제어되는 고정밀 광원 특성으로 인해 극도로 미세한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특히, 소형 정밀 부품 제작 분야에서 높은 생산성과 반복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DLP 기술은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픽셀 해상도를 기반으로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진 초소형 부품을 정밀하게 구현하여 제작할 수 있으며, 이는 보청기 쉘이나 치과용 임시 크라운과 같은 맞춤형 의료기기와 같이 높은 표면 조도와 치수 정밀도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양산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근래에 들어 DLP 장비 제조사들은 기존 액체 상태의 광경화성 수지에 국한되었던 적용소재에서 세라믹 및 금속 입자를 포함하는 기능성 레진을 개발하여 후속 소결 공정을 통해 고밀도 정밀 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에 집중하여 소재의 다변화를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세라믹·금속 입자를 포함하는 레진을 활용하여 DLP 공정으로 정밀 부품을 제조할 때, 부품 출력 이후 최종 부품의 수축 및 변형을 최소화하여 치수정밀도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쓰리디컨트롤즈(3DCONTROLS)社의 경우 지르코니아(ZrO2), 알루미나(Al2O3) 등의 고기능 세라믹 소재를 활용하여 정밀 부품 제조가 가능한 제조용 DLP 장비를 소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장비는 미세 픽셀 기반의 고해상도 광원이 적용되어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우수한 치수 정밀도와 표면 조도를 확보하였으며, 다양한 색상의 슬러리를 활용하여 여러가지 색상의 부품 제조가 가능할뿐더러, 장비 내 슬러리 리싸이클링 시스템이 구축되어 원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슬러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3DCONTROLS社의 DLP 기술을 통해 제조된 세라믹 소재의 소형 정밀 부품현재 DLP 기술은 단순한 고속 레진 프린팅 기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라믹·금속 기반 고기능 정밀 부품 제조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의료용 임플란트, 미세 유체칩(Microfluidics), 초소형 로봇, 광학 분야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韓, AI 등 통합 제조 시스템 구축 디지털 기반 정밀제조 강국 도약해야
DLP와 MoldJet 기술의 동향은 소형 정밀 부품 제조기술이 정밀도와 양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DLP 기술은 극한의 해상도로 소형 부품의 디지털 생산을 선도하고 있으며, MoldJet 기술은 복잡한 형상의 금속 부품 양산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더 이상 시제품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양산 공정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제조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은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고도화,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양산 시장 장악력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제조업이 정밀 제조 강국의 지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기술의 근본적인 진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DLP와 MoldJet 기술뿐만 아니라 L-PBF, DED 공정 등의 금속 분말 기반 AM 공정과 같이 복잡한 공정 매개변수와 후처리 과정을 포함하는 AM 기술이 대량 양산 공정을 향해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공정 지능화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AI 기반의 스마트 공정을 통해 단순한 자동화 수준에서 벗어나 출력 중 발생하는 열적 거동, 치수 편차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여 능동적인 공정 조건 제어를 통해 품질 불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공정 중 자동으로 보정함으로써 불량률 감소와 정밀 부품의 대량 생산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복잡형상·정밀 소형 부품 제조 기술은 대한민국 제조 산업이 기존 가공 중심의 제조 방식에서 디지털 기반 정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장비, 소재, AI, 데이터 기술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제조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와 정책적 지원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