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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1-10 16: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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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연간 완성차 판매량 및 설비 가동률(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신에너지차(NEV) 중심의 육성 정책으로 괄목할 성과를 보여온 중국 자동차 산업이 최근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과잉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10일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내권(內卷)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내권(內卷, involution)은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으로, 참여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하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비합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24년 생산량 3,000만대를 돌파하며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으며, 특히 전기차(BEV+PHEV) 생산량에서 전 세계 3분의 2를 점유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서는 과잉 투자와 출혈 경쟁에 따른 ‘내권’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권은 △보조금 기반 산업 성장 △의도된 시장 팽창 △가격 경쟁 격화를 거치며 발생했다.먼저 ‘보조금 기반의 성장기(’09~17)’에 중국은 내연차보다 기술우위 확보가 유리한 전기차를 핵심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이 기간 동안 전기차 산업에 연평균 67억달러의 정부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제조 2025’, ‘자동차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등 로드맵 하에 기술개발·보급·생산 확대가 진행됐다.


이후 ‘의도된 시장 팽창기(’18~’22)’에는 ’18년 중국 정부가 외자 지분 제한 및 신규 공장 승인 요건 폐지로 시장팽창을 유도했으며, 같은 시기 테슬라가 외국계 기업 최초로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함에 따라 글로벌 수준의 기술·품질 경쟁 환경이 조성됐다.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지방정부들은 부지 할인, 세제 감면, 생산 보조금 등 생산시설 유치 경쟁에 나섰고, ’19년 기준 약 500개 이상의 완성차 제조사가 설립돼 과잉 경쟁의 토대가 형성됐다.


‘가격 전쟁 격화기(’23~현재)’에는 ’23년 테슬라가 중국시장에서 모델3와 Y의 가격을 최대 9% 인하하자, BYD는 ‘유전동가(油电同价, 전기차=내연차 가격)’를 내세운 전략으로 대응하며 주력 모델의 가격을 10~20% 인하했다.


’24년에 BYD는 ‘전비유저(电比油低, 전기차가 기름차보다 싸다)' 슬로건을 앞세워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주요 스타트업뿐 아니라 기존 합자 기업까지 이에 동참하며 출혈 경쟁이 확산됐다.


이 같은 수요를 상회하는 공급은 완성차 가격 하락을 유발했으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내수 시장 규모의 약 2배에 달하는 완성차 생산 능력은 공급-수요 불균형의 기저를 형성했다.


’24년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약 5,507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같은 해 내수 판매량은 승용 및 상용 합산 2,690만대에 그치며, 수출 물량 포함 시에도 2,000만대 이상의 유휴 설비가 존재한다.


공급 과잉은 완성차의 판매 가격 하락 및 완성차 업계 전반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21년 3.1만달러에서 ’24년 2.4만달러로 약 21% 하락했으며, 완성차 업계의 수익률은 ’17년 8%에서 ’24년 4.3%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내권 심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방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지연’을 지목했다. 시장 논리상 부실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돼야 하나,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로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역 내 생산·고용·재정 수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지방 금융기관의 신용공급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어 주요 기업 파산 시 지역 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높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부 중국 지방정부는 수익성 및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저리 대출, 세제 감면, 직접 지분 투자 등으로 자원을 투입하며 시장 퇴출을 지연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24년 중국 자동차 기업은 약 130개로 추정되며, 과열 경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장기화된 내권 현상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생태계 전반에 비용 부담을 전가했다.


일부 부품 공급업체는 연 10~15% 수준의 부품 단가 인하와 대금 지급 지연에 직면했다. 잦은 가격 인하로 상당수 완성차 딜러는 매입 금액보다 판매 가격이 낮은 ‘가격 역전’ 현상에 놓이기도 했으며, 그 결과 ’24년 상반기 기준 딜러의 50.8%가 손실을 기록했다.


완성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수익 감소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 가격 인하를 더 기다려보자는 소비자 심리 확산에 따른 신차 수요의 이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일부 기업이 내수 판매가 아닌 수출을 전략적 활로로 삼으면서 가격 우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가격 하락 압력이 해외 시장으로 전이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시장 메커니즘과 제도적 질서 확립에 초점을 둔 반(反)내권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서 약 15개 완성차 업체만이 ’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도 계속되는 가격 전쟁은 시장 재편의 필연성을 시사한다.


’24년 중국의 약 130개 전기차 제조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BYD △Tesla China △Li Auto △Geely 등 4개 기업에 한정되며, 대부분의 기업은 상업적으로 장기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축소 △업계 질서 확보 △우량 국유기업과 상위 민간기업 간의 질적 경쟁을 통해 산업 재편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26~’30년)에서 전기차를 전략산업 목록에서 제외했는데, 이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 정책의 종료를 의미하는 동시에 자생적 수익모델을 확보한 기업 중심의 재편을 예고한 것이다.


한편, 중국은 ‘반부정당경쟁법’, ‘자동차 안정 성장방안’ 등의 정책은 기업 간 출혈 경쟁 규제, 기술 표준 강화 등을 통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또 국유기업을 선별 육성해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촉진하는 선택적 산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 내권 해소는 장기화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중국은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정부가 산업 재편에 강력하게 개입, 단기에 성과를 거두어 왔다. 정부 주도 자원 투입-양적 성장 유도-선도 기업 중심 재편으로 요약되는 일련의 산업 육성 과정에서 정부가 산업 재편에 강력하게 개입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산업 기반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달라진 산업 개편 정책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와 달리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반내권 정책은 시장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세분화된 시장 상황, 첨단 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해소는 여타 산업 대비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정부가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관할 기업의 생존을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간접적 가격 경쟁 △위탁 생산 △신흥시장 수출 등의 전략으로 저수익 환경 하 생존을 도모하는 시나리오도 전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중국 완성차 업계 평균 수익률(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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