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추이(중국 제외)(출처: 2025년 10월 Global Monthly EV and Battery Monthly Tracker, SNE리서치)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한 정책 환경과 수익성 저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현지화·플랫폼 통합을 강화하고 생산효율성과 기술 경쟁력 균형에 집중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년 1~9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554.5만대로 전년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서 폭스바겐 그룹은 전년대비 67.4% 증가한 91만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ID.4, ID.7, ENYAQ 등 MEB 플랫폼 기반의 주력 모델들이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고, A6/Q6 e-Tron, Macan 4 Electric 등 PPE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 판매 확대도 가파른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2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전년대비 5.8% 감소한 78.5만대를 인도하며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모델 Y와 모델 3는 각각 0.5%, 8.4% 감소하며 주력 라인업에서 수요 둔화를 보였고, 모델 S(-54.3%)와 모델 X(-34.8%)는 고급 세그먼트 시장 내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며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한편, 사이버트럭은 전년대비 27.2% 감소한 1.9만대가 인도되며 제한된 물량 안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전체 실적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전년대비 17.2% 증가한 약 48.1만대를 판매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순수전기차(BEV) 부문에서는 아이오닉 5와 EV3가 실적을 견인했으며, 새롭게 투입된 캐스퍼(인스터) EV, EV5, 크레타 일렉트릭 등 소형 및 전략형 모델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EV6, EV9, 코나 일렉트릭 등 일부 기존 모델은 판매 둔화세를 보이며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부문에서는 총 8.3만대가 인도되었으며, 스포티지, 투싼, 쏘렌토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반면, 니로와 씨드는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시장에서는 6.4만대를 인도하며 테슬라와 GM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북미 시장 기준 전년대비 8.7% 감소했음에도 포드,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경쟁사를 앞서는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EV3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EV4, 아이오닉 9 등 신차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포트폴리오는 점차 다양화되고 있으며,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지역별 최적화 전략을 통해 보조금 및 관세 변동 이슈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시장은 전년대비 32.2% 증가한 298.1만대를 기록하며 점유율 53.8%를 차지했다.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ID.4, Q4 e-Tron, EV3, EX30, iX1 등 중형 SUV와 크로스오버 차급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가족형 실용 수요를 겨냥한 고효율 설계와 합리적 가격대, 그리고 MEB·PPE 등 범용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른 시장 확산을 이끌고 있다. 또한 폭스바겐, 볼보,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OEM들은 생산 효율 향상과 라인업 단순화를 위해 플랫폼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유럽 전기차 시장의 제품 구조를 중형 중심으로 재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전년대비 9% 증가한 144.3만대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점유율은 26%로 소폭 하락했다. 9월 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반 소비자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주요 OEM들이 재고 소진과 판매 촉진을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면서 단기적으로 전기차 인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이후에는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GM·포드·현대차그룹 등은 중저가 세그먼트 중심의 라인업 재편과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세제 정책 변화에 따른 일시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지 생산 비중과 가격 경쟁력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전년대비 50.4% 증가한 83.4만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점유율 15%를 차지했다. 인도에서는 1만~2만 달러대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타타모터스와 마힌드라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BYD, SAIC, Chery 등 중국 OEM들의 현지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며 생산 거점으로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OEM들은 현지 수요 구조에 맞춘 가격 전략과 모델 현지화를 중심으로 대응하며, 전동화 전환 속도보다는 시장 적응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BEV 라인업 확장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非)중국 아시아 시장은 보급형 모델 중심의 실수요 확대와 지역별 차별화 전략이 공존하는 다층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기타 지역(중동, 남미, 오세아니아 등)은 전년대비 34.8% 증가한 13.8만대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5.2%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들은 전기차 시장 확산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국가별 정책 지원과 인프라 구축 수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주도의 보급 정책과 중국 OEM 중심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차량 가격이 여전히 전기차 보급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5년 들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주요 지역별 정책 변화와 수요 구조의 차이에 따라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유럽은 EU의 반보조금 관세 추진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과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도 신차 효과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는 9월 소비자 세액공제 종료 이후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인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국은 보급형 전기차와 경형 상용 EV를 중심으로 시장 저변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불확실한 정책 환경과 수익성 저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플랫폼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