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이 값싸고 풍부한 금속을 활용해 저온에서도 이산화탄소(CO₂)를 합성연료 원료인 일산화탄소(CO)로 고효율 전환하는 촉매 기술을 개발, 합성연료 생산의 경제성과 탄소중립 실현을 동시에 앞당기는 탄소자원화 핵심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은 수소연구단 구기영 박사 연구팀이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를 합성연료의 핵심 원료인 일산화탄소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역수성가스전환반응용 촉매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역수성가스전환반응은 이산화탄소(CO₂)를 수소(H₂)와 반응시켜 일산화탄소(CO) 와 물(H₂O) 을 만드는 기술이다.생성된 일산화탄소는 남은 수소와 혼합돼 합성가스로 전환되며, 이는 e-Fuel이나 메탄올 등 합성연료의 주요 원료로 활용된다. 이 과정은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연료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역수성가스전환반응은 일반적으로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진행돼야 높은 이산화탄소 전환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열 안정성이 뛰어난 니켈(Ni) 기반 촉매가 널리 쓰인다. 그러나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입자 응집으로 인해 촉매 활성도가 급격히 저하되고, 반대로 저온에서는 메탄 등 부산물이 생성돼 일산화탄소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연구는 저온에서도 높은 활성도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공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값싸고 풍부한 구리(Cu) 기반 촉매를 활용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개발된 구리-마그네슘-철 혼합 산화물 촉매(Cu-Mg-Fe) 는 40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상용 구리 촉매 대비 CO 생성 속도 1.7배, 수율 1.5배 향상을 달성했다.
구리 촉매는 니켈과 달리 400도 이하의 저온에서도 메탄과 같은 부산물 없이 일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구리는 고온 안정성이 낮아 입자 응집이 발생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층상 이중 수산화물(Layered Double Hydroxide, LDH) 구조를 구현했다.LDH 구조는 얇은 금속층 사이에 물과 음이온이 끼어 있는 샌드위치 형태로, 금속 이온의 종류와 비율을 조절해 다양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철(Fe) 과 마그네슘(Mg) 을 함께 혼합해 구리 입자 간의 공간을 안정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입자 응집을 억제하고 열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연구진은 실시간 적외선 분석(IR) 과 반응 실험을 통해 촉매의 성능 향상 원인도 규명했다. 일반적인 구리 촉매는 CO₂와 H₂가 반응할 때 중간체인 포름산염을 거쳐 CO로 전환되지만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중간체 없이 촉매 표면에서 곧바로 CO로 전환되는 경로를 보였다.즉, 불필요한 중간물질이나 부산물 생성이 억제돼 저온에서도 높은 활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험 결과, 개발된 촉매는 400도 환경에서 CO 수율 33.4%, 1g당 1초 동안 223.7마이크로몰(μmol·gcat-1·s-1) 의 CO 생성 속도를 달성했다. 이는 상용 구리 촉매 대비 1.7배 이상 빠른 속도, 1.5배 높은 수율이며, 저온 활성도가 높은 백금(Pt) 등 귀금속 촉매보다도 2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또한 1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해 산업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구기영 박사는 “이번 기술은 저온 CO₂ 수소화 반응을 값싼 금속으로 구현한 혁신적 성과로,
지속 가능한 합성연료 생산의 핵심 원료 생산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며 “산업 현장 적용을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과 합성연료 상용화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환경 촉매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and Energy(IF 21.1)’ 2025년 5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