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팩토리 개발에 필요한 AI 모델·로봇· 운영체제(OS)·인프라 등의 개발을 추진해 세계 최고의 AI 팩토리 수출국으로 발돋움 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정관, 이하 산업부)는 ‘AI 팩토리 M.AX(Manufacturing.AX Alliance) 얼라이언스 전략 회의’를 개최하고 2030 제조 최강국을 위한 성과와 전략 등을 점검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LG엔솔 △삼성SDI △SK에너지 △삼성중공업 △한화시스템 △LS전선 △HD현대중공업 △농심 등 업종 대표기업들은 금년 'AI 팩토리 선도사업'에 참여한다. AI 팩토리 선도사업은 제조공정에 AI를 접목해 제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조비용과 탄소배출 등을 감축하는 프로젝트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HBM(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의 품질을 개선한다. HBM은 ’28년까지 연평균 100% 이상 급성장이 기대될 정도로 각광받는 AI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반적으로 사람이 수행중인 HBM 불량 식별 공정에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AI가 발열검사 영상, CT 이미지 등을 분석해 품질검사의 정확도를 99% 이상 높이고, 영상·이미지 등의 비파괴 검사를 통해 검사시간도 25% 이상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MRO용(Maintain, Repair, Overhaul)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보통 선체의 10% 면적에 따개비·해조류 등의 오염물질이 부착되면 연료소비가 최대 40%까지 증가한다. HD현대중공업은 숙련공에 의존하던 해양생물 제거·재도장 등의 작업을 AI 로봇에 맡겨, MRO효율을 80% 이상 향상시키고 작업자 안전사고 등을 방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셀방식 생산방식에 핵심이 되는 AI 다기능 로봇팔을 개발한다. 자동차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컨베이어벨트 방식에서, 제품별로 공정을 다르게 적용해 유연생산이 가능한 셀기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대차는 힌지·도어 조립, 용접품질 검사 등 다양한 공정을 자율적으로 수행가능한 AI 로봇팔을 공정에 도입하여, 시장수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생산성을 30%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번 삼성전자 등의 신규 참여로 AI 팩토리 선도 사업은 현재 102개가 되었다. 산업부는 ’30년까지 선도사업 수를 5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02개 선도 사업중 일부는 성과가 도출중이다. GS칼텍스는 정유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성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달성했다. 특히 AI를 통해 원유증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연소를 사전 예방하고 최소화함으로써 연료비용을 20% 가량 감축했다.
HD현대미포는 근로자와 협업할 수 있는 AI 로봇을 투입해 용접 검사·조립 등 작업시간을 12.5% 단축시켰으며, 농기계업체 티와이엠은 AI가 제품의 누유, 스크래치, 결함 등을 검사해 자체 생산성을 11% 향상시킬 수 있었다. 반도체 기업인 대덕전자와 신한다이아몬드는 AI를 도입해 기존 육안의 품질검사 시간을 각각 90%, 30% 단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조 현장 휴머노이드 투입을 위한 실증 계획도 공개됐다. 올해에는 디스플레이·조선·물류 등 6개 현장에 휴머노이드가 투입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대한통운의 현장에 투입된다.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부품 등을 교체하고, 유통·물류 현장에서는 분류·검수·포장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에이로봇은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와 손을 잡았다.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는 조선업에서 인력 수급이 가장 어려운 용접작업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신생기업이지만 유망 로봇 기업인 로브로스와 홀리데이로보틱스도 각각 LG전자와 SK에너지의 공장에 자사의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가전과 석유화학의 일부 공정을 대체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금년부터 ’27년까지 100개 이상 휴머노이드 실증사업을 통해 제조현장의 핵심 데이터를 모으고 AI와 로봇을 학습시킬 계획이다. 산업부는 실증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기술과 휴머노이드 현장투입에 필요한 안전규정 마련 등을 거쳐 ’28년부터는 본격적 양산 체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날 AI 팩토리 M.AX 얼라이언스는 업종별 제조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세 명의 공동 위원장(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고영명 포항공대 교수, 최재식 인이지 대표)을 중심으로 23명의 전문가가 함께할 예정이다.
제조 AI 모델은 AI 팩토리 선도사업에서 발생한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되며, 개발과정에서 모델은 선도사업에 참여중인 기업들에게 수시 제공해 제조 현장의 실증·점검을 거칠 계획이다. ’28년을 목표로 개발을 완료한 후,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기관들과 우리 제조 현장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제조 현장에서는 범용 제조 AI 모델을 통해 개발비용 50%, 개발시간 4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AI 팩토리 사업을 확대·개편해 내년부터는 완전 자율형 AI 공장인 AI 팩토리의 건설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AI 팩토리 사업은 핵심 제조공정 및 일부 장비에 대한 AI의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제조공정뿐 아니라 △공장설계 △시생산 △공급망 관리 △물류 △A/S 등 제조 전단계를 아우르는 AI 모델을 개발·확산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강조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공장(Virtual Factory)’을 구현하는 것도 전략의 한 축이다. 기업은 가상공장을 통해 시스템 변경이나 설비 고장, 재료 및 생산품목 교체, 공급망 변동 등 상황에서 공정이 원활히 가동되는지 미리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가상공장을 실제공장과 연동해 작업장 모니터링, 설비 예지보전, 원격 제어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산업부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30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AI 팩토리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김정관 장관은 “AI 시대는 속도와의 전쟁”이라며,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라는 배가 세계 1위라는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눈앞의 규제라는 격랑은 과감히 부수고, 정책과 자원을 집중해 순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