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몸에서 나오는 체열만으로 AA 건전지 수준의 전압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별도의 전원이나 충전 없이도 작동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센서 상용화가 앞당겨 질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장성연 교수팀이 실제 전자기기를 구동할 수 있을 만큼의 출력을 내는 n형 고체 열갈바닉 전지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20일 밝혔다.
열갈바닉 전지는 체온과 주변 공기의 미세한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형 발전기다. 하지만 체온(약 36℃)과 공기(20~25℃)의 차이가 수 ℃에 불과해 실제 기기를 구동할 만큼의 출력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의 이온 이동 경로를 최적화했다. 일반적으로 고체형은 누액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체 전해질 내부에서 이온이 잘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전류가 부족하다.
연구팀은 이온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전해질을 설계해 충분한 전류가 확보됐고, 동시에 열 확산에 따른 전압 상승 효과가 더해져 전체 출력이 크게 향상됐다.
새로 개발된 고체형 전지는 레고 블록처럼 직렬 연결이 가능하다. 이 전지 100개를 연결하면 체온으로부터 약 1.5V 전압을 낼 수 있는데, 이는 일반 AA 건전지와 같은 수준이다. 또한 셀 16개가 연결되면 LED 조명이나 전자시계, 온습도 센서를 실제로 켤 수 있다.
단위 셀의 제백계수는 –40.05 mV/K로 기존 n형 대비 최대 5배 향상됐다. 제백계수가 높을수록 동일한 온도차에서 더 큰 전압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곧 전지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체열 충전과 방전을 50회 반복해도 동일한 출력을 유지해 내구성 역시 검증됐다.
개발된 고체형 전지는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와 Fe(ClO₄)₂/₃ 산화·환원 쌍을 활용했다. 고분자 사슬 내 음전하 황산기(SO₃⁻)와 전해질 속 양이온(Fe²⁺/Fe³⁺) 간의 정전기적 결합은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고, 음이온(ClO₄⁻)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높은 전도성과 출력 특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장성연 교수는 “저온 폐열을 활용한 플렉서블 열전 변환 소자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며 “웨어러블 기기와 자율형 IoT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자가발전형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화학회(RSC)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7월 7일자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