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째 주 국제유가가 미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확대, OPEC+의 증산 가능성, 미·이란 핵 협상 재개 기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PISC)가 발표한 ‘7월 1주 주간 국제유가동향’에 따르면, 대서양 유종인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전주대비 배럴당 0.2달러 하락한 68.16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54달러 오른 66.25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유종인 두바이유와 오만유는 각각 0.9달러, 0.75달러 떨어져 68.78달러, 68.93달러를 나타냈다.
부문별로 유가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우선 국제 금융 부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상했고, 이는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은 뚜렷한 진전 없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약세 흐름을 보였다.
다만, 7월 3일 미국과 베트남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일에는 일시적으로 유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긍정 재료에 그쳤고, 주요국과의 협상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하락 압력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는데, 이는 유가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국가 입장에서는 달러로 표시된 원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석유 수급 측면에서도 유가 하락 요인이 잇따라 부각되고 있다. 우선, OPEC+ 회의에서 8월 산유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유가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7월 3일 보도를 통해, OPEC+ 화상회의에서 8월 증산 규모를 전월대비 하루 평균 41만1천 배럴(b/d) 수준으로, 지난 5~7월 때와 같이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 하락을 지지했다.
또한 미국 내 원유 수요 둔화 우려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6월 27일 기준 주간 원유 재고는 시장 예상과 달리 전주대비 385만 배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18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나며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로이터는 이러한 흐름을 짚으며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분석했다.
S&P 글로벌 또한 이번 재고 증가가 5주 만에 처음 발생했을 뿐 아니라, 지난 3월 이후 최대 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6월 22일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이후 처음으로, 7월 초 이란 석유산업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과 연계된 개인 8명, 법인 21곳, 선박 12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정학 부문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근시일에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 등이 나오며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언론 Axios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븐 위트코프가 내주 중 이란의 아락치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인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관계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가 생겼고, 이는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낮춘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유가에 하방 압력을 줬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는 카타르와 오만 등도 중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요 쟁점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이란의 농축우라늄 보유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도 존재한다. 6월 29일, 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러시아를 겨냥한 2차 관세 법안을 발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 법안은 러시아산 수출품을 구매하는 국가들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국제 원유 거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