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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08 12:09:27
  • 수정 2025-07-08 13: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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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확보, 배터리가 아니다. 시간과 전략 필요한 마라톤”




자원 위기 시대 현재 실행이 미래 전략, KOMIR 전천후 자원 확보 플랫폼

국내외 자원개발부터·국제협력·전략비축·재자원화까지, 국가자원안보 핵심 축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기술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생활은 더 편리해지고 있으며, 산업은 새로운 방향으로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거대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많은 사람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조용한 주역이 하나 있다. 바로 ‘광물자원’이다.


스마트폰을 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 금속이 들어 있고, 전기차는 배터리부터 모터까지 다양한 희귀 광물로 구성돼 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드론, 로봇, 인공지능 서버까지 겉으로 보기에 첨단 기술로 빛나는 이 모든 산업의 뒤에는 특정한 원료, 즉 ‘광물’이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리튬은 배터리의 심장, 니켈과 코발트는 에너지 저장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물질이다. 희토류는 전기모터,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필수 재료로 꼽힌다. 이렇게 보면 광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첨단 기술의 기반이며 경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원료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탓에, 필요한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와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공급망이 흔들리거나 가격이 급등하게 되고, 결국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원 확보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외교, 안보, 통상 전략의 무기로까지 쓰이는 추세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희소광물을 수출 규제로 삼아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이렇듯 세계가 ‘자원 확보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는 구조는 여전히 우리의 강점이지만, 그 시작점인 원료 확보가 흔들리면 그 모든 사슬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유일무이한 대외경쟁 수단이자, 산업 생존의 조건인 셈이다.


▲ 2018년 기준 산업별 국내 총생산 구성 비중(左)과 원자재 수입부터 중간재, 최종재까지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右)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해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한 법률 제정이 아니라, 자원을 국가가 전략적으로 직접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심광물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비축하며, 공급 위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실행을 전담하는 기관이 바로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이다.


KOMIR는 이미 2018년에 첨단산업 기반이 되는 원료광물인 ‘critical mineral’을 ‘핵심광물’이라 명명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실행 로드맵을 구축해 왔다. 일반적으로 원료광물은 시장에서 구매하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석유 파동이나 희토류 분쟁처럼 세계 정세에 따라 갑자기 공급 리스크가 발생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 원료광물 공급원 확보 방안


이에 대한 대안이 직접 자원을 확보하는 해외자원개발이나 산업 부산물에서 금속을 다시 뽑아내는 재자원화를 통한 공급원 확보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비축 전략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국내에는 핵심광물 부존량 자체가 많지 않고, 재자원화는 여전히 ‘폐기물 처리’라는 인식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가장 빠르고 실질적인 대안은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 이들 국가의 정책 변화나 수출 통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무리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자원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전략적 이해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KOMIR는 1990년부터 해외자원개발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왔다. 민간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먼저 들어가 자원 탐사와 평가를 진행했고, 이후 민간이 안심하고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지금도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칠레, 인도네시아, 호주 등 주요 자원 부국과는 공동개발 및 교류 확대를 통해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KOMIR는 국내 자원의 잠재력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됐던 자원도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따라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KOMIR는 전국 단위의 광물 ‘부존평가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우리 땅속에 어떤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는 자립형 자원 확보를 위한 첫 단추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전략적 비축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만약 갑작스럽게 자원 공급이 끊기거나 가격이 급등한다면 이를 대비할 장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KOMIR는 광물을 일정량 비축해 두는 사업도 확대 및 강화하고 있다. 국가 비축은 일종의 ‘자원 비상금’으로, 위기 시 산업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는 전용 저장시설인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 건설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자원개발, 국제협력, 국내 자원 재조명, 자원비축, 재자원화 기반 확충, 자원산업 기술 지원까지 모든 축이 하나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진정한 자원안보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 KOMIR는 그 중심에서 정부, 기업, 연구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실질적인 실행력을 갖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원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기술 발전의 씨앗이자 국민 삶의 기반이며 국가 경제의 뿌리다. 자원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갖추었다 해도 산업은 작동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이 자원을 어떻게,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원 확보에 있어서 누구보다 공격적이다. 국영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같은 자원 부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해당 국가의 도로, 항만, 병원 같은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는 대가로 장기적인 광물 공급권을 확보하고 있다.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은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수출을 통제하면서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말 그대로 자원을 외교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만만치 않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일본은 공기업인 JOGMEC을 중심으로 민관 공동투자 시스템을 마련했고, 핵심광물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비축 제도와 법적 근거를 갖췄다. 민간 기업이 자원개발에 실패했을 때 정부가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해주는 장치도 있다. 기술력과 외교력을 조화시킨 전략적 자원 확보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이제 우리도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자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돌아보고, 민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물론 우리가 세계적인 자원 메이저 국가들에 비해 아직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KOMIR만큼 자원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조직은 없다.


KOMIR는 단순한 조사기관이나 컨설팅 조직이 아니다. 실제로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각국과의 국제협력을 조율하며, 국내외 자원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공유하는 ‘실행 플랫폼’이다. KOMIR는 현장 중심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기관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 KOMIR는 더 나아가려 한다. 탐사·개발 단계의 기술 지원은 물론,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투자 자문, 정보 분석 서비스 등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핵심광물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정책적 결정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은 결국,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원 기반을 튼튼히 다지기 위한 것이다.


▲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의 전략 및 역할


자원은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 우리와 거의 같은 시점에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격차가 너무 크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광물 공급망은 배터리가 아니다. 충전기에 꽂아 몇 분 만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몇 년, 몇 십 년에 걸쳐 이어지는 마라톤이다. 전략과 인내,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꾸준한 실행력이 필요한 분야다.


그동안 우리는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실천 단계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거나,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일관된 전략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에 역량을 집중하며, 누구와 협력할지를 분명히 하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KOMIR는 말보다 실행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묵묵하지만 흔들림 없이 그 길을 열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전략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자원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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