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서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이하 AM) 기술로 만든 양산부품 적용 확대를 위해선 높은 공정비용을 반드시 절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D프린팅연구조합(이사장 이조원 박사)은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사장 홍순국)과 공동 주관으로 지난 7월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관 301호에서 ‘AM KOREA 2025’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 첫 개최된 AM KOREA 컨퍼런스는 반도체, 자동차, 항공우주 등 주요 제조업에서 혁신을 이쓸고 있는 첨단 AM 기술과 전략을 공유함으로써 AM 기반 제조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 120여명이 참석해 첫날인 3일에는 반도체, 자동차,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에서 AM 기술의 응용 가능성과 기술적 도전에 대해, 4일에는 항공우주 산업과 K-방산을 주제로 한 심도 있는 발표를 들었다.
이날 조영철 현대차 책임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적층제조 기술의 적용 한계와 극복을 위한 고찰’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서 양산부품을 만들기 위해 고려 중인 AM 기술의 현황과 한계에 대해 소개했다.
자동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첨단 모빌리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현대차에서는 PBF(Powder Bed Fusion), 바인더 젯(BJ),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등 금속 AM 기술을 주요 솔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차체·새시 경량화를 위해 도어·후드 힌지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타이타늄, 알루미늄 등 특수강 소재 기반 설계 고강도·저비용 AM 개발을 추진 중이다. 부품 위상 최적화를 통해 무게를 줄이고 조립할 부품 수도 크게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AAM의 구조용 부품에 적용할 고강도 경량소재 연구를 완료했고 에너지 효율 향상에 필요한 금속 매트릭스 복합재 등 개발에도 AM 기술이 활용 중이다.
그러나 AM 기술이 양산부품에 적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정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조영철 책임은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AM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차종은 대부분 고급 스포츠카나 컨셉카가 위주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
AM 기술별로는 현재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인 PBF의 경우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적층한 이후 필요한 서포트 제거, 표면처리 등 후공정 비용이 매우 높다. 금속 및 세라믹 소재에 접착제를 붙여 소결해 적층하는 BJ은 PBF 보다 양산성이 좋지만 소재 비용이 더 비싸고 탈지, 소결 등 전체 공정 상 해결 해야할 과제도 존재한다.
용접과 같이 금속 분말 또는 와이어를 녹여 적층하는 DED와 WAAM(와이어아크적층제조) 기술은 자동차 양산 부품으로 적용할 때 필요한 치수 정확도, 기계적 특성 등에 한계가 있어 일반적으로 최종 자동차 부품에 직접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영철 책임은 “설계자의 관점에서 부품 경량화와 부품 통합 등에 AM 기술이 유리한 점이 있지만 제조비용을 고려하면 기존 부품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양산을 위한 손익분기점(BEP)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AM 소재 비용 절감을 위한 장비 개발 등 공정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상우 한국재료연구원 3D프린팅공정연구센터장은 이날 ‘와이어 기반 AM 기술을 활용한 SMR(소형모듈원자로) 부품제조 전략’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 SMR 상용화 추세에 발맞춰 제작기간 단축 및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AM 기술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인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SMR이 2050년까지 설치되는 글로벌 신규 원전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세계적으로 80여 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며 2040년까지 146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경제성과 설치 기간에서 유리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AM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압력용기, 대형밸브, 임펠러 등 SMR 중대형 부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일반 용접 와이어를 그대로 사용해 저렴하면서 대형 부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로봇팔 기반 LW-DED(레이저 와이어 직접에너지적층), WAAM 등 와이어 기반 AM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한국재료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총 사업비 320억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3D프린팅 제작지원센터를 경주 SMR 국가산단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중대형 부품 제작용 와이어 기반 AM 장비 6종, AM용 와이어·분말 제조장비 4종 등 10여종의 SMR 혁신제조장비가 구축될 예정이며, SMR 시제품 생산지원, 전문인력 양성, 애로기술지원 등 중소·중견기업의 SMR 소부장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게 된다.
송상우 센터장은 AM 기술이 SMR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PBF와 DED 기술은 핵연료집합체 부품, 제어구동장치, 부품 보수 등에 △전자빔용접 기술은 압력용기 용접부, 보조기기 연결부 등에 △콜드스프레이 기술은 용접부 잔류응력 완화, 노질 및 배관 내면 코팅 등에 적용이 기대된다.
이번 AM 코리아 컨퍼런스를 기획한 강민철 3D프린팅연구조합 상임이사는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AM 기술의 응용 확대와 글로벌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라며 “앞으로도 적층제조 산학연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방향성 설정과 혁신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