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피어난 연금술 ‘CO₂ 활용 SWCNT 기술’,
탄소중립 시대 전략소재 견인”
유동층 반응기 구현 대량생산 가능, 탄소 자원 순환 실용성 가속화
실증부터 사업화까지, 진흥원 탄소 소재 생태계 허브 도약 앞장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실용화 본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탄소소재 융복합 산업 육성 전문기관으로, 기초연구부터 시제품 제작, 중간규모 실증, 기업 기술이전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실용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정책수립과 실증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특히 진흥원의 실용화본부는 산업현장의 수요에 기반한 ‘적용 가능성 중심’의 기술 개발을 지향하며, 나노탄소, 탄소섬유, 복합재료, 전도성 소재 등 고기능 탄소소재 분야에서 전문 인력과 장비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국내 기업들의 신소재 도입 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춰, 진흥원은 탈탄소형 소재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2023년부터는 자체 기획 연구를 통해, 공정 중 배출되는 CO₂를 포집·전환해 고부가가치 탄소소재로의 자립화를 본격화했다. 최근 공개된 CO₂ 자원화를 통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 전환 기술도 그 연장선에 있는 대표 사례다.
■CO₂를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로 변환하는 독자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는데, 개발된 기술이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이번 연구는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로 금보다 비싼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를 만들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산업 굴뚝에서 연금술이 가능할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도전이었다. 김동영 박사는 2003년 아크방전법 기반의 SWCNT 합성 연구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저차원 탄소소재의 합성 기술과 구조 제어, 유동층 공정 반응 메커니즘 해석 등 다양한 영역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전구체 기반의 SWCNT 대량·연속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이번 성과는 이를 CO₂ 활용 기반으로 확장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SWCNT는 전자소자, 이차전지용 도전재 등의 에너지 저장 장치, 고강도 복합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SWCNT 합성 방식은 주로 아세틸렌, 에틸렌, 메탄 같은 탄화수소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방식인데, 고가의 원료에다 에너지 소모도 크고, 탄소 배출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CO₂를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이나 일산화탄소 등 탄소 전구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자체 개발한 단계별 유동층 화학기상증착법(FB-CVD)을 통해 CO₂와 수소만을 원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SWCNT 합성 기술을 구현하게 됐다.
핵심 공정은 크게 두 단계다. 먼저, 니켈 나노촉매를 세라믹 비즈에 담지시켜 유동층 반응기에서 CO₂를 고효율로 메탄 등 탄화수소로 전환하고, 이어서 생성된 메탄을 철(Fe)이나 코발트(Co) 기반의 나노촉매가 장착된 별도의 유동층 반응기에서 SWCNT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유동층 구조는 고정층 대비 반응 효율이 높고, 열과 물질 전달 속도가 뛰어나 탄소 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고,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더불어, 나노촉매의 종류나 입자 크기, 반응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SWCNT의 직경, 길이, 벽 수 같은 구조적 특성도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다양한 산업 분야의 수요에 맞춘 맞춤형 소재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이번 기술의 중요한 장점이다.
■개발된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이 가능한 동시에 탄소자원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CO₂ 기반 SWCNT 전환 기술은 기존의 아세틸렌이나 메탄 같은 고가 탄화수소를 원료로 한 제품과 견줘도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 덕분에 이차전지용 도전재, 에너지 저장장치, 고강도 복합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향후 실증 및 파일럿 플랜트 공정의 추가 개발을 거치면, 열병합발전소나 제철소처럼 CO₂ 다량 배출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직접 활용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 즉,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일거양득’ 구조다. 여기에 고온 공정이 필수인 SWCNT 합성은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경제적 파급력도 역시 크다. 지금까지 CO₂는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 기술은 CO₂를 탄소소재 생산의 원료로 삼으면서 사실상 폐기물 수준의 자원을 고부가 제품으로 바꾸는 전환 가치를 만들어냈다. 원료비 절감은 물론, 공정 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구조여서, LCA(전과정평가)를 통해 정량적 감축 효과를 입증하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제적 이점이 기대된다. ESG 경영 관점에서도 기술적, 환경적, 경제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 혁신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의 후속 연구 방향과 함께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전략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현재 CO₂ 기반 SWCNT 전환 기술은 국내 특허 3건을 완료했으며, 국제(PCT) 특허도 순차적으로 출원 중이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몇 가지 기술적 과제를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확보되는 CO₂를 적용한 실증이다. 실험실 환경이 아닌 열병합발전소나 제철소 등에서 나오는 CO₂ 배출가스를 대상으로, 조성, 불순물, 공급 조건이 전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다.
또한, 현재 랩 스케일에서 구현한 공정을 중간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로 확장하려면, CO₂의 메탄 전환과 SWCNT 합성을 잇는 유동층 반응기 시스템의 스케일업이 핵심이다. 연속공정과 자동화가 가능한 설비 개발도 병행되어야 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재 품질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전환된 SWCNT의 결정성, 직경, 벽 수 등 구조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항공, 모빌리티, 에너지 저장장치 같은 고부가 응용 분야에 맞는 고기능 소재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실험실 성과를 넘어서, 산업계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실용 기술’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앞으로는 파일럿 단계의 실증을 거쳐 기술이전과 공동사업화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으며, 국내 탄소소재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탄소소재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번 CO₂ 기반 SWCNT 전환 기술의 성과는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버려지던 CO₂에서 금보다 비싼 초고부가가치 나노소재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산업적 연금술에 가깝고, 그 가능성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탄소소재는 항공 모빌리티, 전자소자, 에너지 저장 등 첨단 산업의 핵심이며 대체 불가능한 전략 소재다. 우리 산업은 환경 대응형 기술과 시장 경쟁력을 아우르는 이중 전략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기술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정책적으로는 단기 과제를 넘어, 넷제로 관점의 중장기 R&D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5~10년 단위의 전략 투자와 실증 지원을 통해 기술의 성숙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고, 탄소소재를 국가 핵심 산업군으로 육성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화석연료 기반에서 폐자원 순환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공정의 탈탄소화와 탄소발자국 저감을 통해 RE100, CBAM(탄소국경세) 등 국제 규제 대응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CCU 기반 고기능 탄소소재의 실용화를 위해 실증 인프라 확대, 품질 기준 정립, 중소기업 기술 리스크 완화, 전문인력 양성 및 수요처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는 곧 한국형 탄소중립 기술 전략의 근간이 된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술 개발부터 실증, 사업화, 정책 연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탄소소재 산업의 가치사슬을 잇는 중심축이자, 혁신 생태계의 촉매로서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