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의 한계 넘는 혁신, 한솔제지 종이의 미래 다시 쓰다”
포장재부터 물티슈까지, 식품·화장품 등 산업 지속가능 전환
플라스틱 대체·펄프 기반 셀룰로오스 미세섬유 新소재 첨단산업 확장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 폐그물에 걸려 고통받는 해양 생물들, 치워도 줄지 않는 폐기물의 산더미. 편리함만을 추구해 온 현대 문명으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을 저감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솔제지는 종이 소재를 활용해 플라스틱 대체가 가능하면서도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와 ‘고객과의 지속 성장’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전통적인 제지사업을 넘어 포장재 및 신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제지업계 선도업체로서 종이 및 목재 기반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와 신소재를 개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일상생활 속 석유화학 기반 소재를 종이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가능하고 저탄소 특성을 가진 소재 개발에 집중하며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 중이다. 한솔제지는 단순히 종이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셈이다.
■종이용기 활용 등, 지속가능 포장재 확대
한솔제지가 2019년부터 본격화한 종이 기반 포장재 개발은 ‘프로테고’와 ‘테라바스’라는 대표 제품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프로테고’는 기존 연포장재에 쓰이던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고차단성 종이소재다. 한솔제지의 독자적 코팅 기술이 적용된 이 소재는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하고, 매립 시 90% 이상 생분해되어 환경 부담을 최소화한다. 얇은 베리어 코팅층으로 산소와 수분 차단 성능도 뛰어나 식음료 파우치, 젤리,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 포장에 활용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LCA(전과정평가) 결과 프로테고는 기존 연포장재에서 사용되던 플라스틱 필름(PET/VMPET/LLDPE) 대비 약 30%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FSC 인증 원료 사용, 미국 ULECV 2485 인증 등으로 재활용성과 환경성을 공적으로 인정 받아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에도 일조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 제품 ‘테라바스’는 PE 코팅 대신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종이용기로, 재활용성과 생분해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이다. 프로테고와 마찬가지로 종이류로 배출이 가능하면서도 기존의 PE코팅 및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여기에, 우수한 내수성과 고속성형성, 내열성 등 최고의 기능성을 보유하고 있어 치킨상자나 식품 포장용기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계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솔제지는 PFAS(과불화화합물) 사용에 대한 우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모든 식품용지와 빨대 제품에 PFAS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국내 시험기관 KOTITI를 통해 테라바스 수성 코팅액에서 PFAS 불검출 결과를 인증받아 인체무해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기후위기와 맞물려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모든 플라스틱을 종이로 완벽히 대체하는 건 기술적·경제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글로벌 시장은 종이 소재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Replace)’하기보다는, ‘사용량을 줄이는(Reduce)’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솔제지는 종이 소재가 플라스틱 저감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종이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앞서 소개한 프로테고 제품도 기술적 한계로 복합소재 형태지만, 기존 대비 약 45%의 플라스틱과 금속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셀룰로오스 소재 ‘Duracle’, 첨단시장 진입
한솔제지는 종이의 원료인 천연펄프에서 셀룰로오스를 미세섬유 형태로 가공한 고기능성 신소재 ‘Duracle(듀라클)’을 개발하며 첨단소재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천연물질인 셀룰로오스를 바탕으로 한 Duracle은 천연유래 소재 및 고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Duracle은 수계 내에서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해 높은 강도와 뛰어난 분산 안정성을 확보하며, 투명하고 가벼운 특성 덕분에 플라스틱이나 고무에 들어가는 첨가제를 줄이면서도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2018년 생산설비를 구축한 이후, 화장품, 이차전지, 페인트, 매트리스, 고무 등 여러 산업군과의 공동개발이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화장품 분야에서는 보습력과 점도를 높이는 기능성 원료로 사용되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2024년에는 프랑스 EVE VEGAN 비건 인증을 획득하며 제지업계 최초로 화장품 원료 인증을 확보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에는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효과를 중심으로 한 인체적용 테스트도 완료됐다. 시험 결과, 눈에 띄는 피부 보습 효과와 함께 피부 자극 없는 안전성까지 입증됐다.
Duracle은 단순한 셀룰로오스 소재를 넘어, 종이 기술이 바이오·뷰티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한솔제지는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소재 혁신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플라스틱 저감,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 개발
생활용품에서도 한솔제지의 노력은 이어진다. 기존 물티슈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터(PET)는 자연 분해되지 않아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한솔제지는 천연펄프와 레이온을 활용한 원단으로 이를 개선한 물티슈를 개발,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 시그니처와 그린웨이브 2종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이 물티슈는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테스트를 완료한 원단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재생 플라스틱(PCR) 캡을 적용해 제품 전반의 자원순환성을 강화했다. 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포함한 유해물질 53종 불검출, 민감성 피부 대상 인체적용시험 결과 무자극 제품으로 아이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이다.
특히 ‘시그니처’ 제품은 국제 물풀림 기준(INDA/EDANA)을 통과한 플러셔블 원단을 사용해, 사용 후 변기에 버릴 수 있는 편의성 이 장점이다. 이러한 특성과 환경적 가치를 바탕으로,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는 2023년에 이어 2024년까지 2년 연속 ‘올해의 녹색상품’으로 선정되며 플라스틱 저감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속가능한 미래 시작점, 종이
종이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원시림을 파괴하는 환경파괴적 소재’라는 인식이다. 여기에 플라스틱과 함께 쓰이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조림지에서 자란 나무로 생산되는 오늘날의 종이에 대한 오해다. 나무는 성장하는 동안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잘 관리된 조림지 확대는 곧 탄소 저감으로 이어진다. 즉, 종이는 단순히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넘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이기도 하다.
한솔제지는 이런 종이의 가치에 주목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종이 소재 개발에 집중해왔다. 단순히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한솔제지가 개발한 소재는 포장재 제조업체, 식품·화장품·생활용품 업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관련 산업들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 포장재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는 대기업 한 곳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동반성장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종이는 탄소중립, 재활용, 생분해성 등 다방면에서 환경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한솔제지는 이런 소재 혁신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한솔제지는 앞으로도 기술 투자와 제품 개발을 이어가며 플라스틱 대체재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하지만 이건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 전 지구적 과제인 만큼, 산업 전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친 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싸움의 시작점에, 우리는 종이라는 오래된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보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산·학·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종이 기반 대체소재의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가치를 현실화해야 할 때다. 정부 또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술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