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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01 10:12:16
  • 수정 2025-07-02 1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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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강국 도약 결정 짓는 적층제조, R&D 대전환 없인 기술주권 위기"





적층제조 기술이 단순한 시제품을 제작하는 3D프린팅을 넘어, 미래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설계를 기반으로 3차원 제품을 적층 방식으로 구현하는 이 기술은 복잡한 부품을 조립 없이 제조할 수 있어 우주항공, 자동차, 방산,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고 느리다. 기술 수준의 격차는 벌어지고, R&D 투자와 산업 생태계 간 연계는 취약하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기술 주도권은 고사하고, 산업의 종속화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적층제조 시장은 약 220억달러(한화 30조원) 규모에 이른다. 2034년까지 1,150억달러로 5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적층제조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인 산업으로 평가되며, 장기적으로는 고속 성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속 기반의 고기능 부품 제조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산업계 분위기는 적층제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둔화는 기술 발전 및 산업 확산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 장애물로 간주되고 있다. 적층제조 시장의 성장 둔화를 전기자동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유사한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개의 시장은 확산 초기의 거품을 지나, 실질적인 기술 확산·기반 구축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론 탄탄한 성장 여력이 있는 산업에 집중력을 보여야 할 때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한국은 OECD 5개국 중 적층제조 기술력 최하위인 78.1%에 머물러 있다. 차세대 항공 분야는 74.6%로 더 낮다. 특히 금속 장비 기술력은 90% 수준이며, 핵심 부품인 레이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적층제조용 소재 역시 80% 이상이 외산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기술 자립 없는 산업 자립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국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총 9,031억원의 R&D 예산을 적층제조 분야에 투자했다. 이 중 기술개발에 필요한 예산도 있었지만 상당부분 비영리기관의 건물 건설이나 장비 도입에 치우쳤다.


이러한 적층제조 R&D 예산은 선도국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3년 기준 전체 국가 R&D 예산의 0.65%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단순한 예산 액수가 아니라, R&D의 집중도와 결과물의 산업 확산력이다. 현재 한국은 원천기술 확보보다 단기성과 중심의 파편화된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 연계와 지속적 투자다.




세계시장 ’34년까지 5배 성장, 최근 ‘캐즘’ 성숙기로 가는 전환기

韓 기술수준 OECD 최하위권, 산업생태계 연계 R&D 재편 시급




주요 국가들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은 ‘적층제조 포워드(AM Forward)’ 정책을 통해 연방기관의 구매 확대, 민관 협력 강화, 공급망 탄력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미 국방부는 부품 생산과 유지·보수에 적층제조를 적극 활용하고, 기술 수출통제까지 확대하고 있다.


▲ 독일 복셀젯(Voxeljet)社에서 제작한 인공위성 격자구조의 정밀주조 부품


독일은 금속 적층제조 기술 강국으로 정밀기계와 레이저 프로세스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중국은 적층제조를 전략기술로 지정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급성장 중이다.


이제 한국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층제조 기술이 플라스틱에서 금속·인쇄전자로 빠르게 확장되는 지금이 시장 선점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특히 반도체 공정 고도화, 열방출 및 전자기 차폐 등 패키징 기술, 3D 집적회로(IC), 회로기판(PCB), 센서 개발 등 ICT 융합분야에 대한 중점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고강도·경량 복합소재를 활용한 우주항공·방산 분야 기술은 산업 고부가가치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부품 생산시 기존 공정과 적층제조 기술의 원가를 비교하면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적층제조가 원가경쟁력이 있으며, 이에 세계 적층제조 산업 전망에서는 항공우주·방산의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우주항공 분야 적층제조 부품은 적용 소재에 대한 인증 및 신뢰성 조사가 미진해 미사일, 안테나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소재 개발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금속 분말 국산화와 함께 차세대 항공 분야와 적층제조를 결합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신규 수출산업으로 성장 중인 방산분야에서는 방산무기에 독자적인 설계기술과 소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고효율 부품을 만들어 실제 장착하는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장기간 무기를 운영하면서 단종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에서는 지난해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5만6천여 점의 부품을 제작해 약 45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절감하는 등 3D프린팅 기술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는 적층제조 적용이 단종 및 조달 애로 부품, 수리 유지보수 부품 등에만 국한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전투기, 자주포, 헬기, 잠수함 등 핵심 부품 제작용으로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산분야의 연구개발은 무기의 최대 수입국인 구매국으로부터 무기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을 요구하는 절충교역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국내기업이 참여한다면 적층제조 산업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 전환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도 인증과 표준이 부재하면 산업화는 요원하다. 기술력 평가 및 인증체계 정비, 부품 인증 제도 구축, 시장 수요 기반의 시범사업 확대 등 실사용 중심의 투자 방식이 절실하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단기 성과가 아닌, 기술 상용화를 위한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 연계와 장기적 투자다.


미국, 독일, 중국뿐 아니라 일본, 이탈리아까지 적층제조를 국가 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육성하고 있는 지금, 한국이 뒤처질 여유는 없다. 지금의 결정이 10년 뒤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맞잡고 정책과 투자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국이 적층제조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미래 제조업 혁신에 기여하고 있는 적층제조 기술의 발전을 위해선 R&D 재편과 산업생태계 연계가 시급하다.(사진:SIMTO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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