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위기 韓제조업, 3D프린팅 등 미래기술 주권 확보 必 ”
3D프린팅 기술 외주화, 산업안보 위협·내재화 역량 약화 귀결
원천기술 R&D·리쇼어링·산업맞춤 교육개편 등 정책 지원 강화해야
■중국, 국가 주도의 산업패권 전략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등 거대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업 패권을 노리고 있다. 국가 주도로 전략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와 드론 같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필요한 핵심광물 자원도 일찌감치 장악했다.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리튬·코발트·구리 등 핵심 소재의 채굴부터 정제·가공, 부품 생산까지 공급망 전반을 자국에 집중시켜 희토류 채굴 70%, 정제 90%를 차지하는 등 ‘자원 무기화’ 전략을 공고히 했다.
이러한 정부 주도 혁신으로 중국은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 생산의 80~90%를 담당하게 됐고, 산업용 로봇 생산량도 ’15년 3만대에서 ’24년 약 48만대로 15배 폭증했다. 심지어 자국 내 태양광 패널 생산능력은 세계 수요의 약 1.9배에 달할 정도다.
한편 중국 정부는 여전히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산업을 차기 목표로 삼아 ‘중국 제조 2035’를 준비 중이며,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초기 목표의 86%를 달성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요컨대 중국은 거대한 규모와 정부의 총력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로봇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해 가며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전쟁 후 산업 시설이 폐허가 된 1953년 1인당 GDP는 약 70달러였다. 당시에는 글로벌 존재감이 미약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으로서 성장 기반으로 활용할 인적·물적 자원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경공업 중심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로 시작해 중화학공업으로 확장하며 성공적으로 S-curve(상승곡선)를 그려냈다. 한국이 걸어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등 곳곳에서 연이은 어둠이 드리웠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과감한 산업 구조 개편과 신시장 발굴, 기술 투자 등을 통해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분야 등 기술 집약적 산업을 넘어 음악, 게임, 웹툰 등 문화 콘텐츠 산업까지 글로벌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1인당 GDP가 3만5천달러에 달하는 부흥을 이뤄낸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 : 기술 정체와 좀비기업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비해, 현재 한국 제조업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정체돼 있는데, 그 원인으로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 저조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비중 부족 △그리고 제조 가치사슬에서 설계·디자인 등 상위 역량의 취약함이 지목된다.
즉, 기술력이 상류 단계에서 정체돼 부품과 원천기술을 장기간 해외에 의존해왔고, 최종 제품도 저가 범용품 위주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산업 생태계 내부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정부나 금융권 지원에 기대 연명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급증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상태에 이르렀다.
생산성 낮은 좀비기업이 늘어나면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로막고 인재와 자본을 묶어두어 경쟁력을 갉아 먹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결국 고용 및 세대 위기로 이어지는 중이다.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자 청년층의 취업 절벽이 현실화됐고, 15~29세 청년 고용률은 12개월 연속 하락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식 실업률 이상의 절망감은 통계에 드러나, 구직도 학업도 포기한 ‘니트’ 청년이 41만 명이 넘어섰다는 보고까지 나온다.
한때 ‘세계의 공장’을 꿈꾸던 한국 제조업이 이제 젊은 세대에게 기피되거나 외면받는 현실은 뼈아픈 경고다.
얼마 전, 명문대를 졸업하고, 장관상까지 받아 인정받던 대학생이 졸업 후 3D프린팅 창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반가운 마음으로 어떤 창업을 했는지 찾아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본 그 창업 아이템은 중국 내 3D프린팅 공장과 한국 이용자들을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였다. 다시 말해, 한국 기업의 설계 데이터를 중국에 보내 대신 출력하게 해주는 일종의 브로커 사업이었다.
순간, 참담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그 학생이 가진 지식, 통찰력, 가능성은 단순한 물류 중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할 자산이었다. 그런데 그 재능이 결국 ‘값싼 중국 제조 대행’으로 귀결된 현실 앞에서, 그 누구를 탓하기보다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그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을까.
사실 그 청년만의 잘못은 아니다. 국내에서 직접 장비를 개발하고, 재료를 테스트하고,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수십억원이 필요하다. 반면, 중국에 데이터를 넘기면 하루 만에 출력이 되고, 단가는 한국의 절반 이하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완성된 제품이, 결코 기술 축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빨리’는 가능할지 몰라도, ‘누구보다 깊이’는 절대 갈 수 없다. 이처럼 제조 데이터의 탈한국화가 가속화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국에 맡기는 ‘하청형 플랫폼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설계 기술조차 어느 순간 중국 내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복제되면, 우리는 주문서만 쓰는 OEM 의존형 중개국가로 밀려날 수 있다.
기술의 진보는 단지 생산품이 아니라 기술과 경험, 시행착오의 데이터가 쌓일 때에만 가능한데, 그 출발선 자체를 타국에 넘긴다면 미래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현상은 단지 한 청년 창업가의 선택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시스템은 그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성공’이라 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스크만 있고, 투자는 미미하며, 공공 R&D는 복잡한 평가 지표와 단기 성과를 요구하기에 그 어떤 도전도 시작하기 어렵다. 결국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술보다는 ‘모델링 외주+중국 대행’의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는 곧 ‘기술 생태계의 내재적 붕괴’로 이어지는 신호탄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기술 국가가 아니라, 기술 유통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현재 행태는 적자 수출(Deficit Export)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한국처럼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했던 후발국이 채택한 독특한 수출 전략으로,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적자 수출’이라고 한다.
이는 국민의 고혈을 짜서 외국에 갖다 바치는 말이 안 되는 짓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당장 외화(달러)를 벌어들이고, 실업률을 낮추며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적자 수출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국내 기업에 보조금, 수출 특혜 금융, 세무조사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 이는 한국 경제 발전의 '첫 번째 비밀'이자,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중국도 이러한 한국의 성장 발걸음을 따라 경제 성장이 진행 중인 것이다. 지난번 신소재경제 기고에서도 썼듯이,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특혜 및 보호는 갖가지로 이용된다. 국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장의 원리에서 벗어나 수출지원금 외에도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제조 2025’라는 국가 전략 아래, 중국 정부는 전기차 1대를 생산할 때마다 기업에 수천~수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지방정부까지 합세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보조금 기준이 생산량 기준이라서, 차만 많이 만들면 기업에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정책 아래 수백 개의 전기차 제조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시장은 순식간에 공급 과잉으로 치달아 결과적으로는 허페이, 항저우 등지에서 수천 대의 전기차가 들판에 줄지어 방치된 모습이 언론에 보도 돼 전기차 무덤이라는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에 한국도 그러했듯이, 이러한 시장 논리에 입각하지 않은 국가의 개입은 후발 산업국이 선진국을 추격하고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고 △외생적 성장 △계획 경제 △적자 수출 △특혜 및 보호 등의 갖가지 형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개입은 현재 전세계에서 ‘지원 경제’의 형태로 당연시 돼가고 있다.
중국 3D프린팅 중개 창업을 한 그 대학생은 전체적인 경제 구조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비지니스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미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했을 수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이렇게 저렴한데, 왜 한국에서는 두 배 이상 비쌀까”라는 의문과 함께 분노를 느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해당 창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자신을 선구자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결국 중국 기술을 중개하는 형태의 창업을 시작했겠지만, 그 결과는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3D프린팅 시대의 산업 안보 딜레마 : 데이터 유출과 기술 자립의 붕괴 위험
3D프린팅은 단순한 제조 설비가 아닌,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지식 기반 제조 기술’이다. 설계 도면(CAD, STL 파일)의 핵심 자산가치 및 노하우는 물론, 재료 조성비, 레이저 세기, 공정 파라미터, 조건 등 축적된 노하우들이 데이터로 집약돼 전송될 수도 있다. 따라서 3D프린팅 아웃소싱은 곧 핵심 제조기술, 도면, 콘텐츠 등의 외부 유출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중국에 3D프린팅을 외주로 맡길 경우, 단순한 부품 출력이 아닌 설계 로직과 콘텐츠, 제작 방식 전체가 넘어가는 구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단순한 노동력 아웃소싱이 아니라 디지털 제조 노하우와 실시간 데이터 흐름의 이전이며,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적 자산’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반복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함 방지 설계 방식, 복잡 형상의 최적 지지 구조 생성 로직, 재료 변형을 막는 열 분포 설계 제어 기법 등은 표면상 드러나지 않지만 해당 기업만의 암묵지(暗黙知)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외주 과정에서 이러한 데이터가 디지털 로그 형태로 중국 측 서버에 저장·분석되거나, 사람이 이를 분해·역공학 분석하는 식으로 재현·복제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기술이 유출되면, 표면적으로는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허 등으로 보호되는 명시적 기술이 아니라, 공정 노하우와 시행착오로 얻은 숨겨진 기술역량이기 때문다. 중국은 이 같은 축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설계나, 출력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저가 고효율 경쟁 모델을 재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중국 시장에 의해 역으로 압박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3D프린팅을 비롯한 디지털 제조 환경에서는 설계 기술과 출력 기술이 분리되지 않다.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 공정 이해도와 함께 설계의 ‘이유’까지 함께 전파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중국 내에서 전체 공정의 재구성이 가능해지는 심각한 위험을 뜻한다.
심지어 한국에 공장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중개대행 업체가 아닌 척 활동하는 업체도 많다. 이러한 경우 고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데이터가 중국에 유출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내에서는 핵심 기술의 내재화 역량이 약화된다. 단기적으로는 외주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력의 기술 개발 기회가 줄어들고, 산업 생태계가 기술 축적을 멈추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기술 자립’이라는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 그렇게 되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나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제조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부품 공급·기술 확보·서비스 운영까지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적 종속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
결국, 3D프린팅 기술의 중국 외주화는 단순한 생산 효율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자립성, 보안성, 지속가능성 전체를 뒤흔드는 리스크다. 지금 우리가 중국의 3D프린팅 인프라를 빌려 쓰며 절감하는 단기적인 비용은, 미래 제조 경쟁력의 ‘원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잃고 현재를 채우는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지, 그 대학생의 창업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생존 전략 : 기술 자립과 혁신 생태계 구축
중국의 거센 도약과 국내 제조업의 침체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돌파구는 기술 자립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혁신이다. 더 이상 따라잡기식 전략이나 외부 의존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으며, 산업계·정책당국 모두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아래 네 가지 방향을 제언한다.
첫 번째는 ‘기술 자립형 R&D 투자’로, 이제는 남의 기술을 가져와 조립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원천기술 확보와 딥테크(Deep Tech)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R&D 예산을 작은 프로젝트에 전방위적으로 나누는 방식에서 탈피해, 선택과 집중으로 획기적 혁신에 도전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의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모방이 아닌 창의를 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축적된 기초과학 역량을 산업으로 연결해 미래 기술 주권을 확립하는 데 전력을 다할 때다.
두 번째는 ‘국내 생산기반 강화 및 민간 기업 육성’으로 제조 강국의 근간은 튼튼한 자국 생산기반이다.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해외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위기 시 국가 경제가 휘청인다. 정부는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해외 진출 기업의 U턴을 장려해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기술이 중소·스타트업에서도 꽃피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중국도 초기엔 정부 지원이 결정적이었지만 이후 민간 기업들이 기술 돌파구와 생산성 향상을 이끌며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도 대기업만이 아니라 민간의 새로운 주역(스타트업, 강소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해 산업 저변을 두텁게 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인재양성 시스템 개편’으로, 기술 경쟁은 결국 사람의 경쟁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이공계 인재 부족과 유출이 심각하다. ’28년까지 과학기술 인력이 4만 7천여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10년간 30만명 이상의 이공계 인재가 해외로 떠났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에 양질의 연구·산업 일자리가 부족하고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으로, 이제 교육 시스템부터 산업 수요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산학 연계를 강화하고, 석박사급 인력이 연구소와 기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흥미를 키우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개편이 요구된다. 또한 제조업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현장의 작업 환경과 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멋진 직업으로서 제조·기술 직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역할 재정립’으로 무엇보다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전략산업 분야에는 세제 감면, 보조금 등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가령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파격적 세제 지원과 인프라 제공으로 기업 투자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나 불합리한 금융 관행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억제해 자본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해야 한다. 돈이 산업으로 돌게 하는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제조업 르네상스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아울러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 혁신의 성과가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하고, 실패에 관대한 문화와 재도전 지원 정책으로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정부는 방향 제시자이자 든든한 후원자로서 역할을 재정립하고, 민간은 창의와 도전의 주체로 뛰는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
■맺음말 : 제조업 부흥을 위한 인식 전환
한국 제조업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편에는 초강대국 중국의 거센 추격과 공급망을 무기로 한 지배 전략이, 다른 한편에는 국내 산업의 활력 저하와 인구 감소 위기가 놓여 있다. 이러한 이중 압박 속에서, 우리 산업과 청년 세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내려놓고 전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다행히 한국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온 DNA가 있다. 반도체와 조선 산업을 일으켜 세웠던 개척 정신, IMF 위기를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기로 삼았던 경험이 그 증거다.
이제는 3D프린팅을 비롯한 미래 기술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기술 자립과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모두가 한 팀이 돼 공유된 비전 아래 나아갈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제조업 강국의 부활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는 기술 주권과 산업 안보를 지키기 위한 담대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한국 제조업의 운명을 바꿀 새로운 10년의 도전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