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하이 니켈 양극재의 성능 저하 원인을 새롭게 규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설계 방안을 제시하며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신뢰성과 수명 향상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 이하 에너지연)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진우영, 차형연 연구팀이 하이 니켈 양극재의 난제를 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그간 하이 니켈 양극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잔류 리튬 화합물의 위치를 새로이 규명하고 잔류 리튬을 최소화하는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잔류 리튬이 단순히 입자 표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재 내부 입자 간의 틈에도 결정질 형태로 존재함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하이 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80%에 이르는 고에너지 밀도 소재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양극재 표면에 잔류 리튬 화합물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전극 원료가 젤리처럼 굳어지는 겔화 현상과 이후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전극 물질 간 접착력도 20%가량 줄어들어 전극의 완성도와 성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는 배터리 성능과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이미 상용화된 양극재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인 생산과 활용을 위한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에는 잔류 리튬이 입자 표면에 존재한다고 판단해 표면을 증류수로 세정하는 수세 공정이나 외부를 코팅하는 방법을 활용했지만, 여전히 전지 성능 저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전자현미경, 질소 흡착 분석, 전자 에너지 손실 분광 등 최첨단 분석 기법을 활용해 양극재를 정밀 분석하고 입자 간의 미세한 틈에 잔류 리튬 화합물이 결정질 형태로 존재하며 성능 저하의 주된 원인 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기존 통념과 달리 잔류 리튬이 양극재 내부의 입자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간과된 양극재 내부 구조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 저하의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을 규명하고 잔류 리튬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양극재 내부의 잔류 리튬 형성 억제를 위한 단결정 구조의 고니켈 양극재의 활용을 제안했다. 단결정 구조는 내부 입자 간 경계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입자 간 틈이 발생하지 않고 잔류 리튬이 고체화될 수 있는 공간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고니켈 단결정 양극재를 활용할 경우 기존 양극재보다 잔류 리튬 수치를 54% 낮출 수 있어, 산업계와 학계의 목표인 잔류 리튬 화합물 2,000ppm 이하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진우영, 차형연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표면 중심으로 접근해 왔던 잔류 리튬 문제를 입자 내부 구조까지 확장해 정밀 분석한 최초의 사례”라며, “고니켈 양극재의 구조 안정성과 성능 열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것으로 양극재 설계와 공정에 반영되면 향후 고에너지 밀도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과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IF 10.7)의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