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소 사회 실현 다발적 투자 진행”
액화수소·메탄 등 社 활발한 도전, 韓 미래·현장 중심 투자 必
차세대 E 저장장치 ‘Liquid Air Energy Storage’ 新 먹거리
필자는 신소재경제신문사가 주관한 ‘H2&FC EXPO 2025’ 참관단의 일원으로 지난 2월 일본 도쿄에 위치한 빅사이트 전시회에 다녀왔다. 10여년 전에도 수소 전시회를 둘러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 규모와 열기가 훨씬 크고 뜨거웠다. 지구온난화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 비교해 지금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에 도착한 첫 날, 일본가스협회를 방문해 일본의 탈탄소화를 위한 ‘e-메탄’ 현황에 대해 들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LNG를 대량 수입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2050년까지 해외에서 도입하는 에너지의 90%를 e-메탄으로 대체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메탄은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고온에서 반응시켜 만든 합성 메탄이다. 원료인 이산화탄소는 공장 굴뚝이나 대기에서 DAC(Direct Air Capture)를 통해 얻고,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발생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다. 현재 일본은 파일럿 수준으로 e-메탄을 소량 생산만 가능하지만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중동이나 호주, 남미에 대형장치를 설치해 연간 13만톤의 e-메탄을 LNG 형태로 수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2050년에는 기존의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이를 e-메탄으로 대체해 완벽한 탈탄소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발표 중 색다르게 다가온 내용은 2050년 일본의 수입에너지 비중에서 수소가 5%밖에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e-메탄은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소는 인프라를 새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보급과 확산이 쉽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나름 이해가 됐다. e-메탄을 액화하면 기존의 LNG 운반선으로 운송이 가능하지만 액화수소의 경우 극저온 액체수소용 수송선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수소를 기존 도시가스처럼 배관망을 통해 공급하려면 배관말단의 모든 연소기기를 수소용으로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e-메탄을 해외에서 제조해 수입할 경우, 그 경제성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일본이 추진하는 e-메탄은 우리나라가 시도하는 그린암모니아의 제조와 도입 방식이 유사한데, 과연 미래에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선택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날 일본가스협회의 설명은, 다음 날 전시회의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기술을 접하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2월 19일 ‘H2&FC EXPO 2025’의 개막 날, 수소전시장은 세계 각국의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북적거렸다. 한국에서는 수소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달리 좀 약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본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활기차고 많은 기업들이 수소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수소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액화수소 관련 전시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일본 정부가 액화수소 분야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정부 보조금이 2030년에 끝나 보조금을 받아 추진되는 모든 프로젝트를 기간 내에 마치기 위해 동시 다발적인 투자가 일본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정부도 국가의 미래를 더 크게 내다보고, 현장 중심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시장에서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하나는 스미토모중공업(SHI)의 LAES(Liquid Air Energy Storage)였다. LAES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일종으로, 잉여전력으로 공기를 액화했다가 전기가 필요한 시점에 액체공기를 기화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기존의 배터리보다 대용량 전기 저장이 가능하고, 수명도 길어 차세대 ESS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스미토모중공업은 5MW급 LAES 플랜트를 완료하고 올해 3월부터 히로시마에서 시운전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미토모중공업이 제휴한 영국의 Highview사는 300MWe를 저장하는 상용 플랜트 건설을 시작했다고 하니, 본격적인 LAES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소도 한때 초창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듯, LAES도 지금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해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기계연구원과 고등기술연구원, 삼성E&A가 국책과제로 LAES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저온 공기 액화 기술인데, 아직도 이 분야에서 국내기술의 해외기술 의존도가 높아, 향후 국내 기술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e-메탄과 관련된 전시도 다수 있었다. e-메탄이 일본에서 큰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촉매, 반응기, 열교환기, 플랜트 등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나와 선보였다. 또한 DAC(직접 공기 포집) 기술을 소개하는 기업들도 많아 매우 흥미로웠다.
전시회에서 소개된 기술들이 모두 상용화되어 기업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는 기술들은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본의 뛰어난 기술 역량을 직접 체감하면서, 필자와 같은 한국의 엔지니어들도 더욱 열정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