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화학산업을 비롯해 전자제품, 반도체, 정밀 기기 등의 냉각제와 세정제로 활용되는 필수 물질이지만 특정 글로벌 기업에서 전량 수입하는 산업 원재료, 불소계 유체인 ‘수소불화에테르’를 국산화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상구 박사 연구팀이 친환경 불소계 유체(흐르는 성질을 가진 액체나 기체)인 ‘수소불화에테르’(HFE)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원료의 수소(H) 원자를 불소(F)로 바꾸는 기존의 ‘전기화학 불소화법’에 특수한 불소계 전도성 첨가제를 도입하여 전환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중요한 산업원재료이자 불소계 유체인 ‘수소불화에테르’를 우리의 기술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불소계 유체는 전자제품, 반도체, 정밀 기기 등의 냉각제와 세정제로 활용되는 필수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원래 있던 수소가 모두 불소로 대체된 ‘전 불소계 유체’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친환경 유체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수소불화에테르(HFE)’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HFE는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다. 기존 소재의 온난화 지수는 1,500~5,000 GWP100year 범위인데 반해, 수소불화에테르 소재는 50~300 GWP100year에 불과하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약 5분의 1 이하 수준이다.
또한 HFE는 표면장력이 낮아 쉽게 퍼지며, 전기를 잘 차단하여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친환경 소재다. 특히 액침 냉각용 냉매, 전자 부품 세정제, 용매 희석제 등 반도체, 전자기기, 화학산업에서 중요한 원재료로 쓰인다.
현재 글로벌 HFE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억 8910만 달러이며, 연평균 5.4% 성장 시 2028년에는 3억 9640만 달러를 예상한다. 하지만 특정 해외 기업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화학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의 전기화학 불소화법에 전도성 불소계 첨가제를 새롭게 추가하여, 소재를 국산화하고 우수한 물성까지 확보한 HFE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탄화수소 원료의 수소를 불소로 대체하는 불소화 반응을 통해 ‘중간체’로 변환한 후, 알킬화 반응(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작은 분자를 추가해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화학 반응)을 거쳐 HFE를 생산한다.
특히 중간체 합성 과정이 핵심인데, 연구팀은 기존 기술에 없던 전도성 불소계 첨가제를 추가하여 더욱 효율적으로 중간체를 제조했다.
이를 위해 전기화학 반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다층 구조의 니켈 전극판이 장착된 반응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불소화 반응 환경을 구축했으며, 시운전과 정밀 점검을 거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기화학 불소화 장치를 완성했다.
기존 기술에서는 원료가 중간체로 변하는 전환율이 50~55% 수준이지만, 본 기술은 첨가제를 추가하여 불소화 반응이 더욱 잘 일어난다. 그 결과, 전환율이 62~66% 수준으로 기존 기술 대비 약 20% 증가하였다.
또한 불필요한 부산물이 줄어들어 HFE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불소화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순도 불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냉매, 소화약제 전문 제조기업인 퓨어만(주)(대표이사 김태한)에 기술이전 되었으며,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화학연 이상구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글로벌 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불소 화학 핵심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자립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가능한 첨단소재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