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전기동력차 시장이 경기 둔화 및 보조금 감소로 성장률이 둔화된 가운데 중국이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면서 세계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강남훈)가 27일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동력차(BEV+PHEV) 판매대수는 경기 둔화와 주요국 보조금 축소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장인 중국이 성장을 주도하며 전년대비 28.8% 증가한 1,623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순수전기차(BEV)는 전년대비 16.3% 증가한 1,035만대가 판매돼 전체 신차시장의 11.3%를 차지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는 58.9% 급증한 589만대가 판매돼 전체 점유율이 6.4%로 확대됐다.
지역별 전기동력차 시장은 국가별 보조금 정책 차이 등으로 격차가 심화됐으며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가 비(非)중국 일부 지역의 성장 둔화를 상쇄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전기동력차 판매량은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등 정부의 인센티브 강화 효과로 전년대비 48.3% 증가한 1,079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량의 66.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중 BEV는 전년대비 27% 성장한 630만대를 기록했고, PHEV는 94% 늘어난 448.6만대로 집계됐다. BYD 등 중국계 업체의 PHEV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로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대비 4.5%p 상승한 82.3%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의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 비중은 전년대비 3.8%p 하락한 18.0%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의 인센티브 축소와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은 전년대비 2.1% 감소한 294.5만대로 집계됐다. 독일, 스웨덴 등 보조금을 폐지한 국가들은 판매가 줄어든 반면, 영국,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인센티브 등 정책 효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기동력차 판매는 전년대비 6.9% 증가한 156.2만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9.6%를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와 IRA 요건 강화 등 어려운 여건에도 프로모션 확대와 신모델 출시 효과에 따른 것이다.
1위 브랜드인 테슬라(Tesla) 판매는 전년대비 9% 감소한 반면, 현대차그룹 판매는 전년대비 24.1% 증가한 14.9만대를 기록했다.
업체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BYD를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자국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BYD와 Geely는 견조한 실적과 브라질 등 신흥국 진출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 1위(447.8만대, 전년대비 +43.9%)와 3위(135.5만대, +56.5%)를 기록했으며, Chery는 PHEV 판매 호조로 321.7% 증가한 52.5만대를 기록했다. BYD는 한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어 BEV 판매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커졌다.
테슬라, VW Group, 현대차그룹 등 주요 업체들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이 역성장하거나 성장 둔화에 직면해 전기동력차 판매가 줄거나 정체됐다.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전년대비 3.2% 줄어든 49만대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주요국들의 탄소배출 목표 완화 요구로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IRA 개정·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며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유럽 일부 국가와 업계는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CO2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은 BEV 판매 목표를 조정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전동화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도요타는 2026년 BEV 150만대 판매 목표를 100만대로 축소했고 GM은 2025년 BEV 100만대 생산 목표를 철회했다.
KAMA 관계자는 “최근 EU에서도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 논의를 시작한 만큼, 국내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이 요구된다”며 “전기차 보조금 유지, 충전 요금 할인 특례 한시적 부활, 통행료 감면 유지 등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